퇴사 카운트 다운
한 번은 내 인생도 예능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회사는 나를 대신할 사람을 구하기 시작하였다.
퇴사를 통보하였지만 회사는 나에게 최대한 오래 있어줄 것을 요청하였고, 코로나로 취업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새로운 직원분들이 우리 부서에 오셨다. 한 분은 외국계 택배회사에서 5년 넘게 CS 업무를 하시다 퇴사를 하고 지인의 소개로 우리 회사로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그분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대학교는 한국에서 다녔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통역장교로 3년 정도 군생활도 하셨다고 한다. 영어도 그렇게 잘하고, 경력도 있는데 왜 우리 회사에 오셨을까? 하는 의문.
"외국에서 그렇게 오래 생활하셨는데 한국 들어온 거 후회하지 않으세요?"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어본 질문에 조금 머뭇거리더니 민망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신다.
"후회한 적 많죠"
"늦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어서 도망가세요 더 후회하기 전에"
"네?"
"얼마 지나면 아실 거예요"
그분의 첫날 나는 도망가라고 조언을 하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첫 출근 당일 자신보고 도망가라던 나의 말은 너무 황당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그때 도망갔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나는 빵 터졌다.
"그거 봐요 제가 기회 있을 때 도망가라니까"
다른 한분은 짧지만 포워딩 업무를 하다가 오신 분이었다. 그리고 그분이 내 업무를 받을 불쌍한 후임자였다.
처음으로 인수인계를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내 일을 하면서 정리를 하고, 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넘겨준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에게 일을 가르쳐 주던 사수들도 엄청 답답했겠구나 싶은 생각.. 하지만 내가 없어도 문제가 없이 업무는 돌아가야 하였고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정보와 업무를 최대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인수인계를 하였다.
하루는 하나의 업체를 너무 완벽하게 인수인계하였다고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팀장님이 퇴근길에 농담조로 한 마디를 하셨다.
"나는 XX이가 짜증 내는 거 오늘 처음 봤다. 짜증도 낼 줄 아네"
나는 친절하게 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팀장님이 보기에는 좀 짜증스러운 모습이 있었나 보다.
당황스러움과 민망함에 허허 웃으며 "조심히 퇴근하세요~" 라며 상황을 마무리하였는데 퇴근하는 팀장님의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예전에 보았던 런닝맨의 웃긴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늘을 다진다고 구박하는 유재석에게 김종국이 던진 한 마디.
"그렇다고 형을 다질 수는 없잖아!!"
아마 내가 예능처럼 '그렇다고 팀장님에게 짜증 낼 수 없잖아요'라고 했다면 바로 파국을 맞이하였겠지..?
그래도 한 번은 내 인생도 예능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