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나보고 왜 그렇게 비싸게구냐는 신입사원

Latte는 말이야..

by Eric Kim

내 쪽으로 몸을 쓱 기울이더니 귀에다가 한 마디를 하고 간다. “원래 그렇게 비싸세요?”




오늘도 내 옆에서 끊임없이 조잘대고 있는 이 신입사원에게 죽빵을 날리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왔다.

한 달 전 입사한 Too much talker신입사원의 이야기다.


퇴사가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갓 졸업한 27살짜리 신입사원이 우리 부서에 왔다. 곧 떠날 말년병장의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팀장님의 남은 기간 동안 옆에서 잘 알려주라는 지시를 남기셨다. 이는 남은 기간 나의 시간이 귀찮아질 것이라는 것과 이 사람과 계속 엮여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였다.


새로운 직원을 환영하기 위하여 함께한 부서 전체 식사. 많은 질문들이 신입을 향해 던져졌다.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어진다. 내가 처음 이 회사에 왔을 때도 그랬다. 어디에 사는지, 전공은 뭔지, 운동을 하는지 등등 수많은 질문이 내게 던져졌었다. 다만,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어서 너무 긴장을 하였고 질문에 답변만 하였음에도 점심 이후 체하여 고생을 하였었다.

하지만 나의 신입시절과는 다르게 이 신입은 여유가 보였다. 받은 질문에 답변뿐 아니라 역으로 질문도 하였으며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흔히 말하는 ‘인싸’ 같았다.


사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타입의 사람이긴 하였다. 점심시간에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은 나의 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신입사원이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냥 밀어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곧 떠나지 않나. 조금만 참기로 마음먹었다.




“어후, 그분은 말이 너무 많아. 나랑은 안 맞아 안 맞아”


내 속마음이 누군가의 육성으로 들리자 나는 깜짝 놀랐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내가 실수로 입 밖으로 뱉었나 싶어 주변을 돌아보니 같이 점심을 먹는 동갑내기 OO 씨가 신입사원이 자기와 안 맞는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사이에서 질색하고 있었다. 신입사원이 병원에 가야 해서 점심을 걸렀는데 마침 자리를 비운 타이밍에 얘기가 나왔나 보다.


나도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부서 사람이고, 내가 퇴사를 하고 나서도 신입사원은 이 멤버들과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하였기에 조금 옹호를 해주어야겠다 싶었다.


"왜요 그래도 인싸 같지 않아요? 사람은 착하던데.. “


커버를 쳐보려는 나의 말에 그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받아친다.


“사람이 나쁜 건 아닌데 말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잖아요. 선도 자주 넘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동일하였기 때문이다.

나쁜 의도는 없지만 말이 많아 실수하는 스타일.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선도 자주 넘는다고 하는 걸 보니 OO 씨에게도 선 넘은 농담이나 행동을 했나 보다.


“그래도 사람은 착하니까 잘 지내봐요. 나야 뭐 다음 주면 퇴사하니까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긴 한데.. ”


그나마 이제 일은 좀 하기 시작하는 신입이 그만둬버리면 남은 부서원들이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래도 잘 지내 보라며 그렇게 뒷담 아닌 뒷담은 마무리가 되었다.




“지결 처리는 했으니까 금액만 입력해서 저장해주세요”


퇴사 1주일 전, 신입사원에게 정말 간단한 것을 부탁하였다. 말이 부탁이지 원래 신입이 해야 할 일이었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던 내가 도와주는 상황이었다.


“금액 다 입력하고 저장하기 전에 확인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단순 금액 입력의 업무를 한 번 더 봐달라는 신입.

나는 거절을 하였다.


“이거 단순 금액만 입력하는 거고, 제가 굳이 확인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1주일 뒤면 저는 없는데 혼자 하셔야죠”


“가시기 전까지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솔직히 봐주는 건 어려운 건 아닌데 어차피 혼자 해야 할 일이라면 일주일 조금 일찍 한다고 별 차이 없을 거 같아요. 혼자 하시고 나중에 다 하면 한 번 볼게요”


숫자 입력하고 저장하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저러나 싶으면서 또, 혼자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나는 끝까지 한 번 봐달라는 신입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그리고서는 내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웃고 있는 신입. 뭐지..?라는 생각에 쳐다보자 내 쪽으로 몸을 쓱 기울이더니 귀에다가 한 마디를 하고 간다.


“원래 그렇게 비싸세요?”


친밀도는 상대적이다.

내가 느끼는 만큼 상대방도 본인과 친하다 느낄 것이라 생각하는 건 엄청난 착각이다.


아마 한 달 내내 같이 점심을 먹고, 업무를 알려주고 딴에는 친하다 생각하여 농담스럽게 하고 간 말이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선을 넘은 농담이었다. 이 곳은 회사고, 회사를 떠나서 나이도 내가 형이다.

황당함에 화낼 타이밍을 놓쳐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무 말도 못 한 게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내가 꼰대인 건지 신입이 개념이 없는 건지..

나름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전혀 아니었나 보다.


차라리 그 순간 죽빵이라도 날렸으면 이렇게 찜찜하지 않았을 텐데.


뭐 이 xx야? 퍽

현실에서 하지 못하니 상상으로나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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