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그 어렵다는 퇴사를 하다.

퇴사,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by Eric Kim

그렇게 나름대로 마무리를 하고 건물을 나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기쁘지가 않다.

아마 '자유'라는 기쁨보다 그다음에 대한 막막함이 컸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닫혀가는 엘리베이터 문 건너로 마지막 인사를 외치고 나서야 퇴사를 한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매일 같이 외치던 퇴사인데 막상 마지막이라고 하니 기분이 참 오묘하다. 시원섭섭하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다.


퇴사 일자가 정해졌을 때, 가장 중요하게 신경을 썼던 부분은 마무리였다.

아무리 내가 이 업종에 다시는 발을 안 들이겠다는 다짐으로 퇴사를 하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참 좁으며 한 두 사람만 거치면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다.

이제는 끝이라며 개판을 치고 나갈 수도 있지만 훗날 지금 이 사람들과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고 엮일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나는 최대한 깔끔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었다. 이별을 논하면서 아름다움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하기는 하다.


유독 마무리를 신경 쓰게 된 이유는 숱한 퇴사자들을 보면서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사람의 시작이 좋았어도 마지막이 깔끔하지 않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그 사람의 안 좋은 마지막뿐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를 하였던 S대리님은 착한 분이었지만 급하게 퇴사를 하여서 그런지 마무리가 엉망이었다. 확인을 다 하였다던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이 안 되어 있었고, 일은 어중간하게 정리하여 남겼으며, 시스템에는 수많은 오류를 남기고 떠났다. 결국 그 뒷수습은 남아있는 사람들이 하여만 하였고 그 뒷수습을 하였던 사람들 사이에는 S대리가 1개월만 더 있었으면 우리 모두 망했을 거라는 농담이 오고 갔다.


다른 부서의 H주임은 새로운 일을 넘겨받기 싫다며 부서장과 트러블이 생겼다. 일을 더 받기 싫다는 이유로 어떻게 회사에서 부서장과 트러블이 생길 수 있는지 내 상식선에서 이해는 되지 않지만 뭐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겠거니 싶다. 완고하게 거부하는 H주임만큼 부서장도 강하게 업무를 받을 것을 지시하였다. 결국 H주임은 퇴사를 택하였고 H주임은 부서장에게 대들었던 또라이로 기억되었다.


모두 그동안 함께 일 했던 것과는 별개로 참 불명예스러운 마지막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다 떠나고 나서 남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봤자 무슨 상관이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깔끔하게 떠나고 싶었다.




나름대로 좋은 마무리를 하였고 인사를 하고 건물을 나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기쁘지가 않다.

아마 '자유'라는 기쁨보다 그다음에 대한 막막함이 컸기 때문이지 않을까.


퇴사를 한다고 여기저기 챙겨주던 선물들은 나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였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이제는 볼 일이 거의 없겠구나 하는 생각들.

이별은 항상 아쉽다.


나의 첫 직장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당장은 모르겠다.

분명 힘든 시기가 있겠지만 힘들었던 시간들도 돌아보면 그리 나쁜 경험은 아녔기에,


대한민국 모든 취준생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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