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지 못하지
다만 시간이 흐르고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는 선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죄송하지만 퇴사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취업시장이 최악인 2020년 4월 어느 날, 나는 회사에 퇴사를 통보하였다.
많은 주변 사람들이 이 시국에 미친 거 아니냐며 나를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나에게는 예정된 일이었다. 다만 코로나가 상황을 더 최악으로 만들었을 뿐..
나름의 변명부터 시작해 보자면 나도 내 첫 회사에서 오래 다니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다만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나도 현재보다 더 나은 삶,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은 조건을 원하였고 첫 출근을 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퇴사도 어느 정도 마음 한 구석에 계획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포워딩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구직활동은 하였던 나였지만 취준생 기간이 길어지며 심적으로 약해졌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포워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곧 후회는 하였지만 ‘하다 보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버티던 게 어느덧 2년이 넘어버렸다.
나도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고 싶었다.
내 전공은 산업공학으로 동기 대부분은 품질관리 또는 생산관리 쪽으로 취업을 하였다. 지역을 서울로 한정하고 구직활동을 하였던 탓에 나는 동기들과 다른 시작을 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시작하였지만 2년 동안 3%만 오른 내 연봉은 동기들의 연봉에 비해 많이 초라하였고 고민이 안될 수가 없었다.
나는 너무 내향적이고 사고형이다.
서비스업 특성상 고객만족을 이끌기 위하여 업체들과 연락을 해야 하고 이슈가 생겼을 때, 유연한 처리 및 우리의 책임을 최소화로 만드는 센스가 필요한데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 어려웠다.
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말을 너무 못 해 내 머리에 있는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려할 때마다 횡설수설하기 일쑤였으며 전화벨이 울릴 때면 내 심장도 같이 울리는 듯하였다. 통화를 하다가도 정리하고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며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실제로 말을 못 하고, 유연한 대처를 못하던 나는 어쩌다 부서 대표전화를 담당하게 되면서 하루에 수십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너무 받기 싫어 속으로 수십 번 울었던 것도 잠시 어느새 처음보다 여유를 가지고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연봉 또한 언젠가는 오를게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시간이 모두 해결해줄 수 있을까? 내 머리에 계속 떠오르는 의문부호는 어쩔 수 없었다.
이 의문부호는 오랜 시간 나에게 고민을 던져주었고, 나는 시간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나는 최악이라는 취업시장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퇴사를 통보하였다.
나는 회사에 마지막을 고하면서 불확실만 가득한 사회로 다시 나가는 예비 취준생이 되었다.
퇴사를 하겠다고 얘기를 하면 답답하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줄 알았는데 막상 뱉고 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번 해본 취준생의 삶을 알기에.. 그만둔다는 기쁨보다는 막막함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일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나는 내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는 선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