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
그때는 ‘이런 생활이라면 퇴사 안 해도 되겠는데…?’라는 아주 위험한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위험한 생각을 했구나 싶다.
사수가 퇴사했다.
입사한지 2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사수는 일을 정말 쉽게 쉽게 하던 사람이었다.
야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항상 칼같이 퇴근했으며 회사에서 가장 먼저 나갔다. 수많은 자리 중 사수의 자리가 문 바로 앞인 것도 분명 1등으로 퇴근을 하는데 한몫을 했을 거다.
사수는 연초부터 퇴사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회사의 부탁으로 조금씩 미루던 것이 8개월이 지났고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였는지 2주 뒤에 퇴사하겠다고 회사에 통보하였다.
2주의 시간은 새로운 사람을 구하고, 뽑아서, 원활하게 업무를 시키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프로그램과 환경에 적응한 내부 사람으로 공백을 메꾸기로 하였다.
그것이 나였다.
업무에 변화가 찾아왔다.
내가 사수의 일을 그대로 받고 내가 하던 일을 E가 가져가기로 하였다. 2주 뒤에는 물어볼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주어진 시간 동안 모든 걸 정확하게 받아서 내 것으로 소화를 시켜야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E에게도 내 일을 넘겨주어야 했다.
사실 내가 하고 있던 일이 엄청나게 어렵고 복잡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넘겨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E에게는 쉽지가 않았나 보다. 인수인계가 시작되면서 E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정말 이런 것도 궁금할 수 있구나 싶은 것들까지 질문했다. 가끔은 내가 일을 넘겨준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사수는 떠났다.
그리고 사수가 떠났을 때, 비로소 나는 사수가 왜 일을 쉽게 하고 칼퇴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쉽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쉬웠던 것이었다.
Daily로 Vessel들 입항 날짜 확인해서 Report 만들어 보내고 서류 몇 개 확인..
그렇게 나도 몇 달간을 사수와 같은 모습으로 회사에 다녔다.
쉽게 쉽게 업무처리 그리고 칼퇴.. 심지어 너무 여유로워 가끔은 졸기도 했다.
그때는 ‘이런 생활이라면 퇴사 안 해도 되겠는데…?’라는 아주 위험한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위험한 생각을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