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는 것도 서러운데 혼내는 건 너무한 거 아니요
아니 영타를 빠르게 못 치는 것도 서러울 텐데 혼내기까지 하다니..
나를 기점으로 남자 직원이 늘어났다. 사장님이 육아휴직 대체인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여러 번 보다 보니 귀찮으셨나 보다. 그냥 남자만 면접을 보기 시작하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포워딩 업계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해상 수출부서에도 첫 남자 직원이 들어왔다. 인규c였다. 인규c는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불쌍한 회사 생활을 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인규c는 나보다 1살 많았는데 관세사를 준비하다가 우리 회사에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정말 공부만 열심히 하였는지 타자는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였으며 메일로 받은 파일을 바탕화면에 저장하는 법도 몰랐다. ‘신속 정확’을 추구해야 하는 이 일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너무 우울해하고 있어서 위로 좀 해줄까 하여 무슨 일인지 물으니 영타를 빠르게 못 쳐서 혼났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빵 터져버렸고 위로의 말을 해주려던 나는 오히려 웃음으로 힐링을 받았다. 아니 영타를 빠르게 못 치는 것도 서러울 텐데 혼내기까지 하다니..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매일같이 우울해하던 인규c가 어느 날 나와 N 대리님에게 금요일에 치맥을 제안했다. 새로운 사람들끼리 한 번 뭉치자는 거였다. 나와 N 대리님이 같은 부서인데 반해 인규c만 다른 부서였기 때문에 조금은 우리와 더 친해지고 싶었나 보다. 나는 선약이 있었지만 인규c를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이 있었기에 약속도 미루고 OK를 하였다.
그리고 당일,
출근하니 아침부터 수출부서가 어수선했다. 뭔 일이지 싶었지만 친한 사람이 없어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인규c가 돌연 짐을 싸더니 회사를 나갔다.
알고 보니 출근하자마자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표하였고 일사천리로 수리가 된 것이었다.
아무리 수습 기간이라지만 무슨 퇴사가 그렇게 빨리 처리가 되는지 싶기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우리의 치맥은!!!
인규c와의 치맥을 위하여 약속까지 미뤘던 나와 N 대리님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그날 나는 인규c의 행복한 모습을 처음 보았다.
어디 가서 타자 못 친다고 혼나지 않고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