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회사는 도움이 된 적이 없네. 아 월급 주지
“3주 먼저 와서 종이만 찢고 있었으면서 잘난 척하지 마세요” 라며 웃으며 묵직하게 한 방 날렸다.
N 대리님을 시작으로 며칠 뒤 K가 부서 이동을 통하여 같은 팀으로 왔고 내 입사를 기준으로 3주 정도가 지났을 때, 마지막으로 E가 입사를 하면서 총 8명의 팀이 구성되었다.
모든 인원이 모이는 3주 동안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여러 서류의 Detail이 맞는지 확인하는 서류 검토와 오래된 서류들을 4등분으로 찢어 버리는 파쇄작업만 하였다. 파쇄작업은 보통 업체를 통하여 처리하는데 당시 내게 정말 시킬 게 없었기에 그거라도 하라며 주구장창 종이만 찢게 하였다.
E가 처음 온 날에도 나는 종이를 찢고 있었다.
내 시각에서 E는 조금 특이하고 회사를 학교처럼 다니는 사람이었다. 도자기 학과를 졸업했다고 들었다. 예체능 쪽에 있으면서 특이한 사람을 살면서 은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냥 개성이 강한 One of them이라 생각했다. 6시가 땡 하면 급식실로 뛰어가는 남고생 포스로 퇴근을 하였으며, 자리에서 핸드폰은 물론, 손톱을 깎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물론 이 모습을 몇몇 사람은 좋게 보지 않았다. 가끔 회의를 갔다 온 팀장님이 부서원 전체를 불러 “이런저런 행동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아”라고 말할 때마다 그 행동을 하고 있던 E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지나갔다. 그리고 조금 있다 보면 “아까 그거 제 얘기는 아니겠죠…? ㅎㅎ“ 라며 메신저가 날아오곤 했다.
나는 E의 그런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기성세대와는 다른 수많은 90년생 중 한 명이라 생각한다. 입사일이 나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퇴사는 언제 할 예정 인지 등을 이야기 나눌 정도로 나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루는 내가 뭔가를 알려주며 3주 차이가 이렇게 크다며 농담조로 장난을 쳤다.
그 말을 들은 E는 “3주 먼저 와서 종이만 찢고 있었으면서 잘난 척하지 마세요” 라며 웃으며 묵직하게 한 방 날렸다.
그 정신없던 첫날에도 종이를 찢던 내 모습은 인상이 깊었나 보다.
이놈의 회사는 왜 나에게 종이를 찢으라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