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입이지만 얼굴은 대리급이라 그런가

매일이 새롭기 때문에 사는 게 재밌다고 누가 그랬냐.

by Eric Kim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대리님에게 몸을 기울여 속삭였다.

“대리님…. 저도 여기 3 일차예요..”




포워딩은 영업부, 관리부, IT부서를 제외하면 크게 해상, 항공 2개의 부서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부서는 또 수입업무와 수출업무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작은 로컬 회사에서는 이렇게까지 부서를 나누지 않고 한 사람이 구분 없이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간 회사는 포워딩 회사치고 작은 규모는 아니었기 때문에 총 4개의 부서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국 포워딩 업계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포워딩 업무는 빠르면서 정확한 일처리를 요구하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남성은 업무를 하다가도 영업 쪽으로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나는 살면서 여자들이 편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는 그저 조심스럽고 무서운 존재들이다.




첫 출근을 하니 나는 해운 수입부라고 하였다.

해운 수입부 총 14명이었고, 남자는 나까지 3명이었으며 내가 속하게 된 팀 6명 중 나만 유일한 남성이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걸 또 직접 확인하니 너무 긴장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내 친구들은 “이 놈 천국에서 일하네?” 라며 나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그 친구들에게 "점심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먹고 나면 체하고 그러는데.. 너도 그게 천국은 아닐걸.?이라 말하며 썩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입사 첫날은 사장님 방을 시작으로 각 부서를 돌며 인사를 하였다. 팀장님으로부터는 8월부터 새로 시작되는 미주 사업을 위해서 나를 뽑은 거라는 얘기들을 들었다. 그리고 무의미한 명상의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뭐라도 시켜달라고 하자니 다들 너무 바빠 보였고, 그냥 앉아만 있자니 고통스러웠다. 그저 ‘지금이라도 퇴사할까..’ 라며 고민을 하다 보니 6시 가 되었고 '할 것도 없으니 빨리 퇴근해’라는 소리를 들으며 등 떠밀려 첫 퇴근을 하였다.


“내가 너에게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준 거니 다른 사람보다 일찍 나오고, 집에 늦게 가”라고 말하던 사장 밑에서 1년간 인턴생활을 했던 나에게는 정말 어색한 하루였다.


3 일차가 되던 날 새로운 남성분이 내 옆자리에 앉아계셨다. 여성의 비율리 압도적으로 높은 이 포워딩 업계에서 바로 옆자리에 남자가 왔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했다. 내 자리에 앉으며 직함을 힐끗 보니 대리였다. ‘새로 시작된다는 사업의 리더급으로 뽑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조금 있자 대리님이 나에게 로그인에 필요한 ID와 PW를 물어보셨다.

이틀 내내 앉아서 한 거라고는 그만둘까 말까 하는 고민뿐..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저는 모르고 아마 팀장님이 아실 거 같아요.."


그 질문을 시작으로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리님은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나의 대답은 “저는 잘 모르겠어요.”였다.


대부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에게 물어보시자 나는 점점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물어볼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대리님에게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대리님…. 저도 여기 3 일차예요..”


N대리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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