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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는 대화의법칙

말 한다고 다 말이 되는건 아니다.

by 아르칸테

말의 구조와 신호 읽기


1. 말보다 말투가 먼저다


“화났어?”

“아니.”


그런데 아무리 봐도 화가 나 보인다.

말은 “아니”인데, 표정과 말투는 “지금 엄청 화났어”라고 말하고 있다.


대화는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말보다 먼저 상대에게 도착하는 건 신호’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의 속도, 눈빛, 몸의 긴장도.

이 모든 게 말보다 앞서 “지금 나의 상태”를 전달한다.


가끔은 ‘말’보다 ‘말투’를 먼저 다뤄야,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오늘의 한 줄 연습

말하기 전에, 표정과 목소리는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체크해보자.


2. “응”에도 여러 감정이 있다 – 듣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밥 먹었어?”

“응.”


한 단어지만, 그 속엔 열 가지 감정이 숨어 있다.

무심한 응, 피곤한 응, 서운한 응, 억지로 한 응, 진심의 응…


우리는 대부분 말의 ‘의미’만 듣고 말의 ‘신호’는 흘려버린다.

그래서 놓친다. 진심을.


누군가의 ‘응’이 조금 다르게 들릴 때,

그건 마음이 말보다 먼저 도착한 신호일지 모른다.

듣는다는 건, 말의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말 너머에 있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오늘의 한 줄 연습

“응”이라는 말 속에 어떤 감정이 섞여 있는지 상상해보자.


3. 설명은 공감을 밀어낸다


친구가 말했다.

“요즘 너무 지치고 힘들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에이, 그래도 니가 좋아하는 일 하잖아.

다른 사람들은 그조차도 못 해.”


위로하려고 했지만, 친구는 입을 닫았다.

왜일까?

나는 그 순간, 공감을 하지 않고 설명을 해버렸다.


공감이 필요한 순간엔

논리보다 눈빛, 분석보다 이해, 해결보다 함께 있음이 먼저다.

설명은 상대가 물어볼 때까지 잠시 묻어두자.


오늘의 한 줄 연습

누군가 힘들다고 말할 때, 설명보다 먼저 “그랬구나”를 꺼내보자.


4. “그게 아니고…”가 공격처럼 들릴 때


“그게 아니고, 내 말은 말이야…”

이 말은 흔한 대화의 시작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이렇게 들린다.

"넌 틀렸고, 내가 맞아.”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내 입장은 이거야”인데,

그걸 ‘부정형’으로 시작하면,

상대는 방어 태세에 들어간다.


대화는 이긴다고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이어가는 ‘상태’다.

틀림을 지적하는 대신,

“나는 이렇게 느꼈어”라고 말하면 다르다.


오늘의 한 줄 연습

“그게 아니고”를 “내가 느낀 건…”으로 바꿔보자.


5. 질문인데, 왜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까?


“너 대체 왜 그런 거야?”

“그래서 그걸 왜 한 거야?”


형식은 질문인데, 사실은 비난에 가깝다.

우리가 하는 많은 질문은

답을 듣기 위한 게 아니라

상대를 판단하고 규명하기 위한 도구일 때가 있다.


진짜 대화를 원한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때 네 입장은 어땠어?”

“그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었어?”


판단이 빠를수록, 대화는 느려진다.


오늘의 한 줄 연습

질문할 때, 진짜로 궁금한 게 무엇인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6. 침묵은 말보다 더 큰 신호일 수 있다


친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답답해서 계속 말을 걸었다.

결국 싸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침묵은 “나 지금 정리 중이야”라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말하는 사람의 말만 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침묵은 종종, 말보다 정직하고 중요한 신호다.


말이 멈췄을 때,

그 속에 감정이 숨어 있는지

존중이 필요한지

회피인지

정리인지

한 번쯤 멈춰서 들어보자.


오늘의 한 줄 연습

상대의 침묵을 없애려 하지 말고, 해석하려고 노력해보자.


MBTI와 성향별 대화 오해

7.“넌 T니까 그래” – 정답보다 감정이 필요한 순간

논리적으로 완벽한 말도, 때로는 사람을 더 아프게 한다.
T유형 사람들은 감정보다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
"네가 그때 그렇게 말했으니까 상대가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말은 감정을 먼저 건너뛰는 말이다.


F유형이 느끼는 소외는 여기서 시작된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말에, 왜 내 잘못을 먼저 말하는 거야?"

정답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대화에는 순서가 있다.
감정을 먼저 받아주고 나서야, 이유가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그 순간 필요한 건 이성의 분석이 아니라, 진심으로 "힘들었겠다"는 말이다.


오늘의 한 줄 연습
정답을 알았을 때, 한 박자 쉬고 감정을 먼저 들어보자.


8.F는 왜 말을 돌려서 할까? – 상처받기 싫은 말투의 기술


"그냥... 네가 알아서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이 말 뒤에 숨은 진짜 뜻은,
"사실은 나도 마음이 불편해. 근데 말해서 상처 주긴 싫어."

F유형은 갈등을 피하려고 말을 돌리거나, 완곡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는 그걸 답답하다고 느끼고, "그냥 말하면 안 돼?"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 완곡한 말투 속엔, 나도 다치고 싶지 않다는 방어가 숨어 있다.
F유형에게 ‘돌려 말하기’는 비겁함이 아니라, 상처받지 않기 위한 기술이다.

그 말의 모서리를 이해해주는 순간, 오해는 줄어든다.


오늘의 한 줄 연습
돌려 말하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더 알고 싶어”라고 먼저 다가가보자.


9.P의 유보는 결정 회피가 아니라 ‘생각 중’이라는 뜻


P유형 사람은 쉽게 말하지 않는다.
"아직 잘 모르겠어. 나중에 말할게."
이 말은 회피가 아니라, 나름의 신중함이다.

세상에는 지금 말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해야 진짜를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P유형은 마음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그래서 성급히 확정 짓는 걸 꺼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미정', '우유부단', '답답함'으로 받아들인다.

유보는 비겁함이 아니다.
사고의 과정이 다른 것뿐이다.
결정이 느린 것이 아니라, 진심을 기다리는 중일 수 있다.


오늘의 한 줄 연습
상대가 답을 미루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답이 아니라 맥락으로 들어보자.


10.J가 답답한 이유, 사실은 '예측 불안' 때문일 수 있다


J유형 사람은 계획을 세우고, 정해진 흐름을 좋아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틀을 자꾸 흔들면, 불편함이 올라온다.
"이걸 왜 지금 말해?"
"아니, 빨리 정해야 할 거 아니야."

그들은 통제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주는 불안을 견디기 어렵다.

누군가의 느긋함이, 그들에겐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갑자기 바뀌면 어쩌지?"
"내가 책임져야 하면 어떡하지?"

그걸 ‘꼰대 같다’고만 보지 말자.
예측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엔, 책임감이 숨어 있다.

오늘의 한 줄 연습
계획적인 사람이 조급해 보일 때, 그 안의 책임감을 떠올려보자.


11.I는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다 듣고 정리 중이다


대화 중 조용한 사람이 있다.
“왜 가만히 있어?”
“별로 할 말 없어?”

하지만 그들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내면에선 수많은 말과 판단이 돌고 있다.
그저, 그것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I유형은 말을 아끼는 대신,
상대의 말과 표정을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그것을 되짚으며 이해한다.

말이 적다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다.
침묵 속엔 천천히 익어가는 생각이 있다.

오늘의 한 줄 연습
조용한 사람에게 말하라고 재촉하기보다, 기다려주는 말을 건네보자.


12.E의 말 많음은 공감받고 싶은 외침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대화 중 자꾸 끼어든다.
농담도 많고, 이야기도 길다.
“조용히 좀 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들 속엔,
"나 좀 봐줘", "나랑 이야기해줘"라는 감정의 외침이 숨어 있다.


E유형은 공감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는 사람이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웃어주는 그 반응에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안정시킨다.

때로는 말 많은 사람이
가장 외로운 사람일 수 있다.

오늘의 한 줄 연습
말이 많은 사람에게 “그래서 너는 어땠어?”라고 되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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