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흐르는 것들에 대하여

by 아르칸테

그래서 더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았다.

아버지는 그 어긋남을 붙잡지 않았다.
이름을 붙이지도 않았다.

다만 그날 이후로 아이를 볼 때
한 가지를 더 보게 되었다.

아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지를.

그리고 그 선택되지 않은 자리들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아직 말로 옮기지 않고 있었다.

그날은 쉬는 날이었다. 특별한 일정도 없었고,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사이의 애매한 시간.

부엌에서는
와이프가 간단히 상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거실에서는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흩어놓고 있었다.

큰아들이 동생을 보며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점심 먹자.”

딸은 대답하지 않았고.
손에 쥔 장난감을 바닥에 내려놓지도 않았다.

큰아들이 화가좀 났는지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부르잖아.”

그때 짧은 소리가 났다.
플라스틱이 정확한 각도로 부러지는 소리.

딸은 장난감을 두 손으로 잡고 있었고
조립된 부분을 힘으로 비틀어 떼어낸 상태였다.

부서진 조각은 바닥에 떨어졌고,
딸은 그걸 잠시 내려다보았다.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주 짧은 순간,
아이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는 것을 눈치챘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짧았고, 만족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절제된 움직임이었다.

그저 무언가가 정확히 작동했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야!”

큰아들이 소리를 높였다.

“왜 그래!”

딸은 고개를 들었다.
오빠를 보지 않고, 부서진 장난감을 다시 보았다.

“이제 가지고 놀수 없잖아.”
큰아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딸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큰아들은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

“엄마! 쟤 장난감 또 망가뜨렸어!”

엄마가 손을 닦으며 거실로 나오려는 순간,
아버지가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갈게.”

엄마는 잠시 멈췄다.

“이번엔 얘기 좀 해야지.”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말에는 설명이 없었고,
타협도 없었다.

아버지는 거실로 걸어갔다.

딸은 그를 보고 있었다.
이미 자신에게 오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눈빛이었다.

아버지는 부서진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이거 왜 그랬어?”

딸은 잠시 생각하는듯 하며 내눈을 보며

“그냥.”

“그냥?”

“응.”

아버지는 그 대답을 다시 묻지 않았고, 단호 한 목소리로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딸은 곧바로 말했다.

“미안해.”

말은 빠르고 정확했다.
타이밍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과에는 머무는 시간이 없었다.
말은 나왔지만, 그 이후가 비어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의 얼굴을 조금 더 오래 보았다.

딸은 아버지를 보고 있지 않았다.
이미 상황이 정리되었는지 확인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딸은 고개를 숙인채로 나에게 물었다.

“왜 하면 안 돼?”
딸이 물었다.

목소리는 순했지만, 질문은 가벼운 호기심이 아닌것 같았다.

“왜 안 되는지”가 아니라,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재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아버지는 즉답하지 않았다.

딸은 기다렸다.불안해하지도,
초조해하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장난감 조각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망가지니까.그리고 장난감도 아파할꺼야”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혼나?”

아버지는 그 질문에서 도덕을 찾지 않았다.
죄책도, 미안함도 아니었다.

결과의 범위를 측정하는 질문이었다.

“하. 오늘은 점심부터 먹자.”
아버지가 말했다.

딸은 그 말에 아무 반발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났고, 손을 씻으러 갔다.

부서진 장난감은 그 자리에 남았다.

큰아들은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그냥 넘어가는 거야?”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고 큰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식탁에 앉았을 때, 딸은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었다.

장난감 이야기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아이는 사과를
감정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과는 상황을 닫는 언어라는 것을.

그리고
“왜 하면 안 돼?”라는 질문은
옳고 그름을 묻는 말이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가늠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이의 행동에서
파괴보다 그 직후를 더 보게 되었다.

무언가를 부수고 난 뒤의 정적.

그 정적 속에서
아이는 항상 다음 단계를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며칠 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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