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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에 대하여

by 아르칸테


바닥에는 주스가 쏟아져 있었다.
끈적한 냄새가 아침 공기와 섞여 있었다.
냉장고 문은 열려 있었고,
팩은 옆으로 쓰러져 내용물을 거의 비워낸 상태였다.

“이게 뭐야.”

아내의 목소리는
놀람보다 확신에 가까웠다.

아들은 부엌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직 잠기운이 남은 얼굴이었다.

“네가 했어?”
“아니야.”
“그럼 누가 했는데.”

아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침묵은 모른다는 침묵이었다.
아내는 그 침묵을 부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제도 밤에 냉장고 열어봤잖아.”

아들의 어깨가 조금 움츠러들었다.
설명하려는 말이 입안에서 정리되지 못한 채 흩어졌다.

그때 아버지가 방에서 나왔다. 상황은
이미 만들어진 뒤였다.

바닥의 주스,열린 냉장고,
아내의 목소리,아들의 굳은 표정.

그리고 거실 창가.

딸은 작은 인형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창밖의 빛이 인형의 얼굴에 고르게 닿고 있었다.

딸은 아주 평온했다.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고,
놀이의 흐름도 끊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 장면을 한 번에 이해했다.
설명이 아니라 직감으로.

그는 딸에게 다가갔다.

“딸.”

딸은 고개를 들었다.

“아빠.”

“아침에 냉장고 열었어?”

딸은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아니야.”

그때 노랗게 보이는 무언가가 딸아이의 옷끝자락에

아주 미세하게 묻어있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한 단어속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부정의 긴장도,들켰을 때의 대비도 없었다.
그저 사실을 전달하듯 말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더 묻지 않았다.

뒤돌아 아내를 보았다.

“그만하자.”

아내는 말을 멈췄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가가 한 번 안아주었다.
길지 않았고,과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행동이었다.

“괜찮아.”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부엌을 한 번 둘러보고 말했다.

“얼른 아침 먹자.”

기분을 설명으로 바꾸지 않고,
질문으로 끌고 가지도 않았다.
그는 흐름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았다.

아내는 조용히 주스를 닦았고,
아들은 식탁에 앉았고, 딸은 다시 인형을 움직였다.

아무도 방금의 거짓말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임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짓말은 이 아이에게
감정의 도구가 아니었다. 상황을
가장 빠르게 통과하는 언어였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식탁에 앉아 아이를 보았다.

그 눈빛에는 불안이 없었다. 두려움도 없었다.

그날 아침,
아버지는 처음으로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했다.

이 아이는 죄책감을 배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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