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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바다 Oct 27. 2023

지리산  피아골  단풍을  찾아서 (4)

지리산 10경 중 제2경 피아골 단풍 이야기

지리산 탐방로

   피아골은 핏빛을 닮은 단풍이  있는 곳이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다'라는 의미로 삼홍이 있다. 피아골 지리산 주능선 삼도봉과 노고단 사이의 물줄기가  피아골대피소 부근에서 합류하여 만든 골짜기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은 "피아골의 단풍을 보지 않고서 단풍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흰구름 맑은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가을 붉은 단풍 봄꽃보다 고와라. 천공이 나를 향해 묏빛을 꾸몄으니,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라고 읊었다.  

   

   소설가 조정래는 태백산맥에서 역사적 비극적 현장이었던 피아골과 피아골 단풍을 연관 지어 묘사했다. “피아골의 단풍이 그리도 핏빛으로 고운 것은 먼 옛날부터 그 골짜기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이라 했다." (참조 : 피아골 주차장 설명판) 


   한국 전쟁 중 빨치산 전라남북도 총본부가 있던 곳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서려 있는 피의 계곡이다. 2023년 지리산 피아골 단풍 축제는 11월 4(토)~5(일) 연곡사 주차장 및 피아골 일원에서 개최된다 (참조 : 구례여행 자연으로 가는 길)   


   피아골의 어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과거 피아골에서 죽은 이의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다는 까닭에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구례의 의병들과 1907년 항일투쟁을 벌였던 고광순 의병장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깃들어 있는 피아골이라는 의미다. 피아골은 석주관 칠의사묘역의 비문에 새겨진 '혈류성천(血流成川) 위벽 위적(爲碧爲赤) 피가 흘러 강이 되니 푸른 물이 붉게 물들었다'에서 혈(血) 자와 천(川) 자를 따와 순우리말로 피내골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 피아골이 된 것으로 구례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담겨있는 곳이다. (출처 : 오마이 뉴스)     

   또 다른 하나는 연곡사에 수백 명의 승려가 머물러 수행하여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는 오곡 중의 하나인 피를 많이 심어 배고픔을 달랬다는 데서 피밭골이라고 부르던 것이 점차 변화되어 피아골로 불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을 피 직(), 밭 전() 자를 써서 직전(稷田)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무튼, 지리산 이야기는 지리산 10 경과 노래(지리산 노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시인의 시, 안치환 가수)에서 출발 시작해야 제 맛이 난다. 특히 이원규 시인은 제2경 피아골 단풍을 찾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피아골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M29qkxFWYVY)     


지리산 10 

* 1- 천왕 일출(天王日出)

   동틀 무렵 천왕봉 해돋이     

* 2- 피아골 단풍(직전 단풍, 稷田丹楓)

   10월 하순경, 산과 물과 사람이 붉게 물든다는 삼홍(三紅)     

* 3노고운해(老姑雲海)

   노고단 구름바다와 원추리 꽃           

* 4- 반야 낙조(般若落照)

   반야봉 서쪽 하늘의 낙조     

* 5- 벽소 명월(碧宵明月)

   벽소령의 밀림과 고사목 위 달     

* 6- 세석철쭉(細石)

   세석 평원 수 십만 그루의 철쭉    

* 7- 불일현 폭(佛日顯瀑)

   청학봉(淸鶴峰) 백학봉(白鶴峰) 사이 골짜기 폭포     

* 8- 연하 선경 세석평전과 장터목 사이의 연하봉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고사목과 운무

* 9칠선계곡(七仙溪谷)

   최후의 원시림

* 10- 섬진 청류(蟾津淸流)

   섬진강 백사장과 돛단배  (참조 : 대한민국 구석구석)   

     

   3차례의 도전 끝에 올해 7월 말에 짜깁기식으로 마침내 지리산 완주(성삼재~찬왕봉)를 했다. 그렇지만 아직 못 가본 지리산의 세 군데(제2경 피아골 직전 단풍 稷田丹楓, 제7경 불일현 폭 佛日顯瀑, 제9경 칠선계곡 七仙溪谷)가 궁금했다. 그중 제2경 피아골의 직전 단풍을 가장 먼저 보고 싶었다. 11월 초가 단풍 절정이지만, 다음 주 계속되는 다른 일정 때문에 오늘(2023. 10. 20. 금. 23:00 출발)밖에 시간이 없었다. 단풍에 물들기 시작한 시점이지만, 그래도 기어이 가보기로 했다. 산중이라 기온이 급강하하여 영하가 되면 단풍은 지고 만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으로 단풍을 볼 수 없는 경험을 이미 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아끼고 머뭇거리다 보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단풍이 좀 덜 익으면 어떤가?  

  

등산코스

등산코스는 다음과 같다.    

   성삼재 주차장~노고단~피아골 삼거리~피아골~삼홍소~피아골 주차장(직전마을) : 13.8km (7시간 52분) 거리다. (다음 지도 앱 참조)     

 

성삼재~무넹 : 1.5km (51)

무넹기~무넹기보~노고단 대피소~노고단 고개 기점: 2.8km(1시간 33)

노고단 고개 기점~돼지령~피아골 삼거리: 2.8km(1시간 33)

피아골 삼거리~피아골 대피소 :2km (1시간 8)

피아골 대피소~구계폭포~삼홍~선유교~피아골 이동탐방지원센터~직전 : 4km (2시간 14)     

동서울버스터미널

동서울버스터미널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2023. 10. 20. 23:00 출발, 성삼재에 03:00경 도착했다. 심야버스를 몇 번 탔더니 나름 노하우가 생겨,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선잠 토끼잠을 잤다.  마스크를 쓰고,  손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눈과 코를 덮고 졸았다.

   

성삼재


성삼재

   성삼재에서 버스에 내리자 강풍과 더불어 냉기가 몸속에 훅하고 들어왔다. 광고판에는 영하 1.5도라고 나와 있었다. 달은 이미 넘어가서 칠흑 같은 어두움 속을 걸어 올라갔다. 준비했던 헤드랜턴의 불빛이 약해져 손에 들고 땅을 비추며 나아갔다. 그래도 간간이 나보다 빠른 걸음의 다른 등산객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노고단고개 기점을 통과하여 좁고 캄캄한 산속 길을 앞만 보고 걸었다.      

     

노고단 고개


피아골 삼거리

   돼지령을 지나고 나서는 피아골 삼거리 표지판을 발견하기 위해 집중하며 앞 팀을 뒤따라갔다. 피아골은 초행길이기 때문이다.

 노고단에서 본 천왕봉 / 피아골 삼거리


   그러나, 피아골 삼거리부터는 나만 홀로 떨어져 나와 헤드라이트를 손에 쥐고 깎아지른 비탈길을 등산지팡이에 의지하며 직전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겼다. 칠흑같이 검은 어두움이 내린 산중의 고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  피아골 삼거리에서 피아골 대피소 2km는 나 외에 아무도 없는, 철저한 고독구간이었다. 어차피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독을 즐기자는 용기가 솟았다. 인생도 결국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 아닌가?             

산중의 고요

   어두움 속에서 부엉이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 구역을 침범하는 침입자에 대한 경고의 소리였다. 그런데,  멀리 계곡 밑쪽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인가? 다행히 한참 후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그는 틀림없는 등산마니아일 것이다. 이 새벽시간에 누가 무거운 등산백을 짊어지고 올라오겠는가? 나도 그에게 그렇게 생각될 것이다. 잠도 안 자고 새벽이슬을 맞으며 내려오는 정상이 아닌 등산객으로.  

    

무명교



무명 교량

   도착할 무렵 어두움이 서서히 걷히며 산꼭대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명다리를 사진에 담으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여명 전이라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았다.           


피아골 대피소



피아골 대피소

   피아골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숙소 안에 인기척이 없었다. 대피소 건물 밖 식탁에서 찬 김밥을 덜덜 면서 뜯어먹었다. 발아래 화장실을 다녀왔다.

피아골 야외 식탁 / 화장실

   화장실입구에는 뱀과 벌을 주의하라는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사찰의  해우소 같이 이용객의 낙하물이 시원하게 보이는 구조다. 물론 손 씻을 세면대도 없다. 친환경이다.     

신선교


신선교

   나무로 만든 다리다. 그러나 다리 밑은 수십 미터나 되어 보였다. 

   

계단

낙석방지망 / 계단

   산사태가 언제 나도 이상할 게 없는 구조다. 머리 위에는 곧 떨어질 것 같은 깨진 바위 덩어리들을 녹색 철망으로 겨우 덮은 아슬아슬한 장면이 계속 이어졌다. 계곡에는 천년 고목들이 누워 운치를 더한다. 나무계단과 양쪽에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구계포교


구계폭포 (645m 고도 )

   구계포교 출렁다리가 보였다. 심하게 흔들린다. 

구계폭포

   

구계폭포 쉼터에서  오래간만에 나무의자에 앉아 쉬어 봤다.     

   

삼홍소 / 삼홍교

삼홍소 三紅沼

   피아골 자연관찰로 가 시작되었다.  마침내 삼홍소에 도착했다. 철교인 삼홍교위에서 감상을 했다. 삼홍소는 조선 중기 학자였던 남명 조식 선생이 지리산 피아골계곡의 경치를 예찬한 시 삼홍소(三紅沼)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삼홍소


표지판에는 삼홍에 대한 해설이 있었다.

단풍에 산이 붉게 타는 산홍(山紅)

붉은 단풍이 물에 비치어 물까지 붉게 보이는 수홍 (水紅)

산홍과 수홍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 보이는 인홍(人紅)이 있어 삼홍소라고 부른다.    

     

표고막터


표고막터

   1920~1980년까지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곳이다.  

선유교

   

나무로 만든 선유교를 건너 평평한 길로 접어들었다.   

    

너덜겅 / 자생나무

너덜겅

   숲이 너덜너덜해졌다고 너덜겅이라고 부른다. 피아골의 큰 바위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기온의 변화에 의해 부서져서 굴러 떨어져 너덜지대가 생겼다. 숲의 물이 흐르는 골짜기가 되기도 하고 식물이 자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바위틈바구니에 동물들의 서식지가 있다.       

자생 동물


피아골 자연관찰로에는 각종 설명판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생명이 숨 쉬는 피아골에  살고 있는 수생 어류 (피라미, 버들치, 가재등), 동물(담비, 수달 족제비, 노랑할미새, 물까마귀 등), 각종 식물(굴참나무, 생각나무, 가래나무, 단풍나무 등), 각종 동물(반달 가슴곰, 노루, 오소리, 멧돼지등)에 대하여 사진과 글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직전마을

직전마을

   땅 한 평에 하늘 삼천 평 같은 역삼각형 계곡에 있다.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다. 의병의 피와 빨치산, 동족상잔의 피가 흐른 역사적인 장소다. 논밭은 없다. 지금은 식당과 민박촌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아골 종점버스 정류장

버스정류장

   산행을 마치고 걸어 내려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10:20분 직전 정류장에서 8-1번 마을버스를 타고 곧장 구례버스터미널로 떠났다. 연곡사로 내려오는 길에서 올라오고 있는 관광버스를 만났다. 길이 협소해서 관광버스가 약 30m 후진해서  교차할 수 있는 지점까지 가서 길을 양보해 줬다.

직전마을과 지리산(구례)

   논밭 농사를 지을 땅이 마땅치 않아 보였다. 피농사를 지어서 곡식문제를 해결했다는 전설이 이해가 갔다. 어렵고 힘들었던 우리의 역사다. 우리의 후손들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소원을 빌어 보았다. 피아골에는 단풍과 함께 붉은 피 같은 우리 민족의 처절한 역사가 붉게 세겨져 있다.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아지트 순천 가는 버스를 11:10분에 타고 이동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동구간의 차량 탑승이 순조로워 시간상 부담이 별로 없는 소박한 가을 단풍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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