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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Sep 17. 2022

회의 : 회의 주관자, 나는 누구인가


 회사 일에 있어 회의는 빼놓을 수 없는 행사 중 하나이다. 회의가 곧 일인 경우도 많다. 업무 하며 주로 참석한 회의는 3가지 분류인데, 직접 주관한 회의, 다른 이가 주관하여 참석자로 배석한 회의, 사업부 최고 임원이 참석하는 회의가 대표적이었다. 이번에는 첫 번째 '내가 주관하는 회의'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꽤 오랫동안 Product Manager나 상품기획으로 마케팅팀에서 제품을 담당하여 회의를 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의가 필요한 주요 상황은 ①담당 제품에 이슈가 발생해 특정 부서 한두 명으로 해결이 어려워 관련 부서 모두 모여 방안을 찾아야 할 때②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공식 회의를 통해 업무 진행이 필요한 경우, 이 두 가지가 가장 일반적이었다.


회의는,
해당 이슈와 관련된 다른 부서 사람들과 한 장소에 모여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함께 개선 방안을 찾아
 이후 진행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 생각한다.  


  근무했던 IT 제조 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보니 제품 관련 크고 작은 이슈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고객 샘플에 문제가 있어 불만이 전달된 경우, 첫 양산을 코 앞에 둔 제품이 생산 라인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대형 고객이 요청한 사양을 신규 개발해야 하는 경우, 코로나처럼 특수 상황에서 자재 수급과 선적이 문제 된 경우, 갑작스레 생산 원가 변동으로 대안을 찾아야 할 때, 공급사 특허 침해 소송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 등등, 마지막 1년 동안 발생한 사건들로 나열한다 해도 수십 장은 족히 채울 수 있다. 이런 이슈들은 혼자는 어려울뿐더러 한두 명의 대책으로는 해결이 대부분 어렵다. 이런 경우가 ①에 해당하며, 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상품기획 업무는 정해진 시스템을 운영하고 프로세스를 관리하는데 각 단계별 회사 자체 기준이 있어 일부 단계에서 회의는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회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필수 참석자의 범위가 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제품 개발 프로세스 진행 중 이슈가 발생할 때도 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②에 해당하는 미리 정의된, 필수로 진행해야 할 회의이다.


  십여 년 넘게 끝없이 반복되는 다양한 회의를 통해 나름의 회의 절차를 만들었다. 회의 준비, 진행, 그리고 마무리까지. 


  - 해당 안건과 관련된 필수 참석자들의 일정 확인

  - 시스템으로 회의실을 예약

  - 회의 공지 메일을 발송

   (제 일정이 되면 회의 진행)

  - 회의 끝날 무렵, 회의 내용과 결과를 정리하며 참석자들과 재확인

  - 회의 끝난 후 회의록을 작성해 메일로 배포


 회의 공지 메일에는 회의 장소와 시간에 대한 물리적 정보를 포함해, 안건/목적/필수 참석자 정보를 기입하면 좋은데, 무엇 때문에 회의를 하는지, 회의를 통해 얻고자 혹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를 사전 공유하면 회의 진행에 도움이 되었다. 회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두 번에 진행할 회의를 한 번으로 마무리지을 수도 있었다. 2000년 초반에는 회의 공지는 관련 업무 막내가 주로 했는데, 요즘은 필요한 사람, 주관자가 직접 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한 번의 회의로 끝나지 않을 법한 안건은 회의 전 핵심 담당자, 이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한두 명과 사전 연락을 취해 그들의 의견을 듣고 사전 조율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회의 시간 내, 대체로 한 시간 내 어떤 회의이던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주관자의 일은 두 배 이상 늘어나지만 회의 시간과 횟수를 줄이기에는 좋은 방식이었다. 


  회의가 많은 날은 하루 5~6개로 하루 종일이 회의였다. 그러면 정작 업무는 퇴근 시간이 지나 해야 하기에 최대한 횟수도 줄이고 시간도 50분을 넘지 않게 운영하려 애썼다. 회의는 최대한 긴장감 있게 진행해 정해진 시간 내 결론까지 내리려 유도했다. 회의는 일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일 자체가 되면 참 힘겨운 시간이었다. 수단과 목적이 바뀌지 않도록 방향을 잘 잡아야 했다.


  회의 내내 내가 주관자임을 잊지 않으려 했다. 회의를 하다 보면 마이크를 가져가 본인이 마치 MC인 것처럼 이런저런 회사 내 소문을 시작으로 본인의 일상까지 목적과 맞지 않는 얘기로 회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이들이 있어, 이들은 과감히 중지시켰야 했다. 내가 주관자이니 그 정도는 해도 된다 생각했다, 아니해야 한다고 믿었다. 회의 목적은 필요한 결론을 내는 것이니.   


  간혹, 회의 말미에 요약하고 정리해 공유했으니 귀찮기도 해 회의록을 보내지 않은 때도 있는데, 이럴 때면 꼭 한두 명은 달리 기억하고 있어 당황했던 기억이 여러 번이다. 다르게 기억하지 않도록 증거를 남겨놓아야 했다. 회의록 내용이 생각과 달랐던 참석자는 꼭 정정 요청이 오니, 서로 편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였다. 회의록은 짧더라도 꼭 남겨두는 게 훗날 편리했다. 

회의록에는 그날 회의 주요 안건, 협의 내용과 결과, 앞으로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지도 포함되어 있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기업에는 제품 관련 이슈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곧 성장해 가는 중이라 생각한다. 해결하는 과정에, 회사는 역할이 나뉘어있고 담당자들의 권한과 책임이 다르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사람 간, 부서 간 충돌하여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를 조율하고 솔루션을 찾아 실행하는 방법 중 하나가 회의이지 않을까 한다. 회사 일은 결코 나 혼자 할 수도 없고 이슈를 혼자 해결할 수도 없다.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가면 그건 회사의 발전, 기업 시스템의 성장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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