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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Aug 15. 2022

B2B 샘플 I : 심플하지 않다

 B2B 기업에게 샘플(Sample)은 고객을 확보해 매출을 내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의 과정 중 하나이다.


  이러한 샘플의 목적과 용도는 세 가지를 대표로 볼 수 있다.

  - 고객에게 전달하여 매출과 연계하는 것 (고객 검증용)

  - 신제품을 기획할 때 미리 고객사 평가와 피드백을 받기 위한 것 (신제품 검토용)

  - 제품 데모나 회사 내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 등등 (자잘한 기타 용도)


  B2B 반제품은 완제품에 부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샘플을 고객에게 전달해 고객이 검증하고 그들 제품에 적용하여 테스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완제품과 반제품은 이렇게 구분하여 이해하면 된다.

  휴대전화나 TV와 같이 시장에서 거래되어 그 자체로 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완제품이다.

  카메라모듈이나 디스플레이 패널처럼 완제품의 부품이나 모듈 형태로 들어가는 건 반제품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완제품은 B2C에 해당하고 반제품은 B2B에 해당한다. 물론 완제품 중에도 B2B가 존재하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B2C라 보면 된다.



  고객이 우리 부품을 구매하도록, 고객 제품에 우리 부품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샘플을 제공하는 게 가장 많은 경우이고 또 중요한 목적이다.


  또 다른 용도는 신제품 기획 단계에서 시장과 고객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것인데, 예전에는 부품 개발 막바지, 그러니까 양산 시점 즈음에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는데, 이때 고객들 반응이 신통찮은 경우에 대처방안이 없어 고객사와 소통하는 시점을 앞으로 앞으로 당겨 신제품 기획 단계까지 앞당기게 되었다.



  신제품 기획 단계에서 미리 피드백을 받아 부품 개발 방향에 반영하였다. 요즘 애자일(Asile) 조직이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과 같이 기업이 시장과 원활히 소통해 민첩하게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장 조사해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을 때 시장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아 그것을 기획 앞 단계로 당겨, 제품 개발 단계에서 미리 시장과 고객과 소통해 피드백을 제품 개발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나 역시 여러 번 신제품이 실패한 후, 제품 기획 단계에서 대표 고객에게 샘플을 보내 그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형태로 업무 틀을 바꾸었다.



  이제 샘플의 목적과 용도에 이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종류는 가장 크게 개발 엔지니어가 직접 대응하는 R&D 샘플과, 이미 판매 중인 부품을 전달하는 양산 샘플로 구분할 수 있다.


  이번에는 R&D 샘플에 대해 설명하겠다.

  R&D 샘플은 다시 개발 진행 단계가 어디냐에 따라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

  - Proto 샘플(시제품) 또는 A Sample

  - Engineering 샘플(엔지니어링 샘플) 또는 B Sample

  - Approval 샘플(승인용 샘플) 또는 C Sample


  회사마다 샘플 단계를 부르는 명칭에는 차이가 있지만 용도와 쓰임은 비슷했다. 샘플 단계에 따라 A-샘플, B-샘플, C-샘플과 같이 구분하는 고객사와 경쟁사도 여럿 보았다. 그러나 명칭에는 차이가 있으나 구분 기준과 목적은 대개 3가지 유형으로 대동소이하였다.


  첫 번째 샘플, Proto 샘플 또는 A-샘플은 부품의 개발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본 성능이 구현되는 것을 말한다. 고객사는 이를 받으면 신제품의 콘셉트와 핵심 기능이 무엇인지 보며 일부 고객은 그들 제품에 직접 넣어 기능을 간단히 보기도 한다. 고객사와 공급사가 신제품에 대한 기본 사양과 콘셉트를 공유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 보면 된다.


  다음 Engineering 샘플, B-샘플신제품의 디자인과 성능이 구현되는 것이다. 다만 양산 수준의 신뢰성 검증은 완료되지 않아, 인증 투입과 B-샘플로 완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건 안된다. 고객사는 엔지니어링 샘플을 받으면 그것을 그들의 제품에 넣어 다양한 성능 시험과 검증을 한다.

  부품의 외관 디자인이 기구적으로 잘 매칭 되는지, 반제품과 완제품의 연결(Interface)은 제대로 되는지, 성능은 약속한 대로 나오는지, 반제품의 성능이 완제품에서는 어떻게 나오는지 등 다양한 요소(Feature)로 검토하게 된다. 사양서에 기재된 기능은 테스트해도 되는 수준의 샘플이다.


  세 번째는 Approval 샘플, C-샘플이라 일반적으로 칭하는데 이는 양산 수준의 샘플 제품을 말한다. 제품의 성능, 디자인, 신뢰성 등 모든 사양이 양산 제품과 거의 동일해야 한다. 고객은 이 샘플로 양산 제품이 이럴 것이다 짐작할 수 있고 이제 완제품 신뢰성과 인증에 투입하여도 된다. 고객사는 Approval 샘플을 받아 이상이 없으면, 그들이 앞으로 이 기준의 부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승인'을 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양산 구매 주문을 한다.




  사업 초반에 이 샘플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고객사에 보내었다가 욕(?)을 먹은 적도 있다. 우리는 Proto 샘플을 보냈는데, 고객사는 Approval 샘플인 줄 알고, 시험 중 불량이 났고 Approval 샘플에 해당하는 자료들 요청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사에 '이것은 Proto Sample입니다'라고 설명과 해명을 하였지만, 그 역시 고객을 자극해 '왜 구분도 없이 보냈냐? 시간 낭비만 했다'라고 한 소리를 들었다.


  또, 우리는 Engineering 샘플을 보냈던 건데 고객사는 그것을 양산 제품에 넣어 시장 판매를 하다 시장 불량으로 접수되어 분석해 보니, 정식 양산 부품이 아닌 엔지니어링 샘플이 들어가 있었던 거다. 이번에는 품질 부서로부터 욕 한 번 먹고, 샘플 보낼 때 명확히 명기해 보내게 되었다.   


  B2B에서 샘플은 고객사가 우리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대 단계이다. 이 샘플은 위와 같이 3가지 종류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업계에 통용되는 구분 기준이고, 고객사와 샘플을 주고받을 때는 이를 명확히 구분해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 여기저기 동네북처럼 두드려 맞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 다음 "샘플 II'에서는 오랫동안 샘플 업무를 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정비된 내용을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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