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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Aug 10. 2022

대박 제품 :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의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곧 '제조'이기 때문에 흔히들 제조업이라 부르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은 모두 제조회사, 즉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곳이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과 역할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제조업에서  제품은 기업 활동의 결과물이자 성과로서 존속과도 직결된 것이기에, 그것의 성공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오늘의 신제품은 미래에 기업의 캐시카우(Cash-cow, 현금 창출의 수단)이기 때문에 꾸준히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야 한다. 아래 그림은 BCG(Boston Consulting Group)-matrix인데 일반적으로 기업 내 다수 사업부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지만 제품에도 역시 적용할 수 있다. BCG matrix는 해당 분야의 시장 성장률과 분석 대상자의 상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가지로 구분하여, 분석 대상현재 상황을 파악해 투자나 다운사이징 등 미래의 전략적 의사 결정할 활용도가 높다.


BCG matrix (출처: https://200lx.tistory.com/44)

  

네 가지 유형의 간략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Star : 현재 경영 기여는 미약하나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큼 <- 투자/성장 전략

Question Mark : 현재 경영 기여가 미약하며 미래에도 그럴지 아닐지 확실치 않음 <- 좀 더 지켜봄

Cash Cow : 현재 기업에 현금 창출해 줌 

Dog : 현재 기여도 낮으며 앞으로도 기여할 것 같지 않음 <- 사업 철수/투자회수


  신제품은 Star나 Question Mark에 해당되며, 이미 양산하여 시장에서 안정된 판매를 내는 제품은 Cash Cow에 해당한다. 신제품은 미래 성공을 예상할 수 있는 Star이거나, 성공할지 실패할지 판단이 어려운 Question Mark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의 매출 비중은 30% 전후가 가장 많으며, 이를 기준으로 제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신제품 매출 비중이 10% 대라면 제품 기획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제조 기업은 제품을 잘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좋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걸 반복하여 지속 성장하거나 혹은 지속적 경쟁 우위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롱런하는 비결이다.




  상품기획팀에서 근무할 때 경영진들은 종종 한마디로 업무 미션을 주곤 했다.


대박 제품을 내라!
WOW 제품을 만들어라!

  대박 제품을 내기 위해 또는 획기적인 신제품 기획을 위해, TF(Task Force)를 구성해 특별 미션을 주는 경우도 있고, 조직과 제품에 새로운 바람을 넣기 위해 외부인사를 스카우트하여 영입해 오기도 하는 등 제품 기획과 그것의 성공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기획 담당자로서 '대박 제품', 이 지시를 받을 때마다 사방이 꽉 막힌 미로 속에 지도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갑갑함을 느꼈다. 답이 없는 시험지에 답을 쓰라는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은 상품기획 업무를 10년 이상 한 실무 경험자로서, 대박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을 설명하려 한다. 비결은 거창한 표현이고 경험 세 가지를 소개하겠다. 


  첫 번째는 꾸준히 제품을 계속 내는 것이다. 정해진 주기로, 예를 들면 연간 2회라던지, 연간 1회라던지... 시장에서 제품의 Life-cycle을 찾아 그에 맞는 주기로 제품을 계속해서 내는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제품을 내다보면 어느 날 대박 제품이 나도 모르게 오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대박 제품으로 기획한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한 경우는 정말 보지 못했다. 기업과 상품기획자가 생각하는 제품의 성공 포인트와 그것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느끼는 대박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며, 이는 최근 경영 분야나 제품 개발 분야에서 많이 언급되는 현상이다. 정해진 주기에 맞춰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 이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모두가 대박은 아니더라도 이 중에 반드시 대박이 나올 것이다. 


  두 번째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 이전 제품에 대한 시장/고객의 반응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이런 기본적인 걸 하지 않는 기획자가 있냐란 질문을 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은 상품기획자가 이를 놓치기도 한다. 제품은 개발은 기업 내부 리소스로 만들어 내고 사용은 기업 외부 소비자/고객이 하는데, 이 둘 사이의 접점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상품기획자가 그 둘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잘 없다. 

  이전 출시한 제품에 대한 시장/고객 반응을 수집해 활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접근법이다. 고객 접점에 있는 영업 담당자를 계속 찾아가서 물어보고 조사하는 것이다. 영업은 시장의 반응을 내부에 전달해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렇게 입수한 정보는 상품기획자가 나름의 방법으로 분석하여 다음 제품에 취할 것, 다다음 제품에 반영할 것, 적용하지 않을 것 등을 분류하여 그들의 주머니에 꼭꼭 접어 넣어두고 신제품을 낼 때마다 꺼내어 확인하고 고민해야 한다. 시장/고객의 피드백을 듣거나 볼 때면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막 떠올라야 한다. 


  세 번째는 기존과 차별화된 무언가, 다른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 이전 제품에 사양을 높여 신제품을 낸다면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판매는 기록할 것이고, 욕구보다는 필요가 있는 고객들이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은 '대박'까지 가지는 못한다. 대박 제품은 필요보다는 욕구를 자극해야 하고, 갖고 싶게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는 시장을 절대 움직일 수 없다. 기존 제품에서 사양이 향상된 다음 세대 제품이 아니라, 고객과 소비자가 새롭게 느낄 무언가를 더해 찐신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Something Different를 운 좋게 찾더라도 그것을 제품에 녹여 상품화까지 끌고 가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다음 세대 제품을 할 때 보다 찐신제품은 2~3배 업무 로드가 걸리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늘 찾아왔다. 

  매번 Something Different를 적용하는 건 어렵지만, 그렇게 하려는 의지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고객 요구 사항, 경쟁사들 동향과 시장 트렌드 등에 관심을 두어, 필요할 때 하나씩 보물상자에서 꺼내 사용하면 좋겠다.  




  새로운 무언가, 차별화된 찐신제품을 내어 '대박'을 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BCG matrix에서 Star나 Question Mark인 신제품이 Cash Cow로 이동해 성공하는 건 쉽지 않다. 미래에 팔 신제품을 기획하고, 그것이 시장에 나가기까지 관리하고 운영하는 건 힘듦에 틀림없다. 열정과 진정성 없이 타인과 비슷하게 일한다면 절대 그 성과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지 못한다. 신제품의 성공과 실패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 성공과 실패는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돌아보니 성공했던 제품은 분명 성취감을 주었고, 실패했던 제품은 왜 그랬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교훈으로 나를 성장시켰다. 제품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조금씩 신제품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걸 보는 과정은 월급 받는 일로서가 아닌 나의 일로서 성취감을 한가득 주었다. 그렇게 성공 확률이 높아지다 한 번씩 대박 제품이 나왔었다. 고객들이 먼저 찾고 문의해 사 갔다. 대박 제품은 내는 게 아니라 나오는 거였다.


  하지만 앞으로 상품기획업무를 또 하겠느냐라고 질문한다면, 고민을 좀 해보아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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