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냐 생시냐.]
'음...이 정도면 연인이 아닐까?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고, 보고 싶고, 알아 가고 싶고,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같이 마시고, 또 더 같이 있고 싶으니까. 나는 그렇거든.'
내가 말했다.
'그래서 그럼?'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연인이 될까? 1일?'
'그래ㅋㅋㅋㅋㅋㅋ'
와우. 내 생에 이런 일이. 놀라운 일이다. 못 믿겠다. 꿈은 확실히 아니다. 그녀는 이제 나의 여자친구다. 비가 오는데 여자친구가 조심히 잘 갈까도 걱정이 된다. 그 보다, 그녀가 내 여자친구라니.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이런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나다니...정말이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시크릿'의 내용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나인데, 이번 일은 좀 예외인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은 나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여자친구가 되면, 걱정할 수 있고, 선물할 수 있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보고싶다고 말할 수 있고, 주말에 같이 놀러가자고 약속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꿈이냐 생시냐.'
그녀가 잘 들어갔다고 연락이 왔고, 자기 전에 통화를 했다. 그 후로도 매일 자기 전에 통화를 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드라마를 이야기 하기도 하고,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친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처음으로 영화를 같이 보기로 약속도 했다. '라이온킹 실사판'이었다. 그런데 좌석이 커플 좌석이었다. 그러니까 중간에 팔걸이가 없이 서로 붙어서 볼 수 있는 그런 좌석.
머리가 새하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