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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Oct 11. 2022

모든 의미의 오직 한 사람

당신에게 하는 고백

인연이라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때로는 우연인 듯 운명인 듯 헷갈리지만 그것이 잘 맺어진 것이라면 축복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인연을 이야기하라면,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남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 같은 학과 같은 동기로 만난 친구로 시작해서, 내가 학교를 떠나고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 듯하였는데 그것이 쉼표였습니다. 사회생활의 선임이 되어가던 나와 사회 초년생이 된 남편과의 만남은 우리 둘 사이에 연결되어 있던 한 친구로 인해 다시 이어졌습니다.


기억 속의 남편은 유머 있고, 유쾌한 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더군요. 타인에 의해 쉽게 감정이 흔들리지 않되, 적극적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모습, 타인의 생각을 분별하여 수용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특별해 보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위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연하지만 강한 그에게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친구 같고, 커다란 느티나무 같고, 때로는 바람이 사각거리며 흔들리는 대나무 숲 같습니다.


신혼 초에 남편에게 나는 당신보다 먼저 죽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없는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고 말입니다. 그 유치하고 철없는 말에 남편은 '은주보다 딱 1년만 더 살고 갈게. 은주 대신 정리하고 갈게'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참 안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먼저 죽더라도 남편만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즐겁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여전히 나는 남편보다 먼저 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모든 의미의 남편이 없는 순간을 상상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 최대한 더 오래 함께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난 땅을 떠나 이방인이 되는 삶을 함께 살아가고, 함께 부모가 되고, 함께 성장하였습니다. 남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휘몰아칠 때도 그 사람은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줍니다. 나의 방황이 아무리 길고, 아무리 거칠어도 불평 없이 끝까지 기다려줍니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 그를 발견하는 순간, 마음속 거친 태풍은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고, 느긋해집니다.


매 순간 어려움과 사건들이 끊이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도 절대 내 손을 놓지 않고 꼭 붙잡아주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나에게 연인이고, 친구이고, 남편인 모든 의미의 사람이 곁에 있음에 감사합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가는 여정이지만, 그 여정이 내게 모든 의미의 한 사람과 함께 가니 두렵지 않습니다. 그와 함께하는 이 여정이 나는 참으로 설레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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