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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Oct 08. 2022

꾸준히 뿌리고 일구고 넘어지고

외국어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꾸준히 포기하고, 꾸준히 다시 시작하는 외국어와의 줄다리기는 참으로 끝내고 싶은 게임입니다. 모국어와 다르게 내 입에서 나오는 영어와 아랍어는 참으로 지리멸렬함을 끝을 보여줍니다. 영어 식 사고는 물론, 아랍어식 사고도 도무지 되지 않습니다. 모든 외국어는 한국어 사고를 거쳐 나오고 필터는 겹겹이 쌓여 있어 느리고, 두서없고, 적절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탓해보기도 하고, 노력을 탓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고집불통인 성격을 탓하기도 합니다. 말을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그 중요한 사람을 빼고 홀로 고군분투합니다.

어린 딸을 돌봐 가면서, 살림을 하면서 외국 살이 시차를 감당해가며 정말 독하게 영어학과 학위를 이수했습니다. 책상 앞에서 눈이 시려 가며, 두통을 참아가며 하루 5시간의 혈투를 벌이며 얻어낸 결과물입니다. 몇 년의 시간을 노력했지만, 결국 사람이 부재한 언어 공부는 제자리걸음입니다. 헛된 수고였다는 생각이 씁쓸하고 초라했습니다.


아랍어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공부하고 있지만 저는 유창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동사를 말할 때도 과거로 변형하고 또 여성형 혹은 남성형으로 변형하는 과정을 중얼중얼 내뱉으며 말을 합니다. 참으로 답답하지요.


말을 하는 것에 있어 누구보다 자신 있었고,   하는 능력으로 먹고 살아왔습니다. 전공을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게  이유재능 있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웨딩플래너라는 직업 역시 설득하는 말하기가 매우 중요한 직업이었습니다. 스스로 말하기 능력을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외국 살이로 우리 가족은 영어를 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사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결국 영어로 말하는 것을 해내고 말더군요.

어린 딸의 한국어와 영어 말하기는 정말 유창합니다. 태어나 쭉 중동에서 자라난 아이지만, 한국어는 한국사람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그들의 언어 성공 이유는 간단합니다. 말을 써야 하는 곳에서 절대적으로 긴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라는 것입니다.


언어의 핵심이 그것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없기 때문에 혼자 언어를 공부하려는 것이겠지요. 혼자 하다 보니 쉽게 포기하게 되고, 늘 같은 챕터만 펼쳐지는 정석 수학책처럼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친구를 사귀고, 바깥에서 많은 말을 해보려고 하면 더 늘겠지요? 원인이 명확합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기 싫은 마음이 너무 큽니다. 잘하고 싶지만, 그냥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저를 내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저는 온갖 스트레스로 언제나 건강이 위태로운 사람이니까요.


변명입니다... 비겁한 변명이지요... 하.... 이 지긋지긋한 변명과 싸움을 이제는 끝내고 싶습니다. 변명을 늘어놓으니, 참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늘 아이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알면 행동해야 해. 모르면 알려고 해야 하고, 이유를 알았으면 고치려고 노력해야 해."

정작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하기 싫고,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면 스스로  말을 먼저 지켜야겠지요?

아주 조금만 더 변명하고, 조금만 더 혼자 해보겠습니다. 사람 사이에서 언어를 헤엄칠 준비가 되기 전까지 아주 조금만 더요.


나의 외국어는 아직도 형편없지만, 미래에 유창하게 말하고 있는  모습을 매일 상상합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바람이 부디 포기하지 않길 오늘도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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