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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Oct 07. 2022

미리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걸.

삶의 균형을 알지 못했던 시간

삶의 균형을 잡는 일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중요한 일들을 왜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지 참 궁금하고, 답답합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누군가 알려주었거나, 학교에서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라, 열심히 해라라는 말만 듣고 자라와서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합니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합니다.


나는 매 순간 제가 하는 일에 온 힘과 온 마음을 쏟아 내었습니다. 주중에는 학생으로 주말에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고, 바리스타로 일하던 이 십 대 초반에는 손가락에 지문이 사라질 뿐 아니라 커피가루에 거칠어진 피부는 찢어지고 피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웨딩 플래너 일을 할 때는 많은 외근으로 무릎 연골이 닳아 연골 주사를 맞아야 걸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일을 하면서 대학 공부를 마쳐야 할 때는 5일의 여름휴가를 내어 졸업논문을 써냈습니다. 이틀에 한번 4시간을 자면서 써서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중간이라는 것, 삶의 균형이라는 것이 없는 청춘이었지요. 그 시절 나 자신이 닳아지는 줄도 모르고 열심이었습니다.

좌초를 겪은 인생을 구해내고자 머리, 마음, 몸, 신경 하나까지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살아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호르몬의 균형을 잃는 병을 얻게 되었고, 20대부터 지금까지 이 녀석과 지겨운 밀당 중입니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나의 육신은 마음의 평온을 잃는 순간이 닥치면 어김없이 다시 멈춥니다. 긴장을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예민한 성격도 한몫했지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가을이 오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나는 그 가을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 육신은 가장 힘든 시간이지요. 저기압으로 인한 신경통과 근육통으로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비 내리는 밤은 긴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합니다. 새 육신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참으로 간절합니다. 이 육신으로 할머니가 되었을 때 얼마나 더 고될까 하는 두려움에 아주 깊이 빠질 때도 있습니다. 나를 돌보지 않은 대가가 너무 슬프고, 참혹하다 느낄 때도 있습니다.


삶에 균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인지, 무엇을 절제해야 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누군가 알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은 그때와 같은 힘과 용기를 잃었지만, 균형이라는 것을 조금 아는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에겐 브레이크를 달아주어야 합니다. 달리지 못하는 자동차에는 엑셀레이터를 살짝 눌러줘야 하지요.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과속을 하게 되면 사고의 확률은 높아지니까요.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했을 때는 잠시 멈춰서 그 풍경을 눈에 담고, 마음에 넣어두는 시간도 꼭 필요합니다.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잠시 멈추어도 괜찮습니다. 먼 길 운전이 지루할 수 있으니, 리드미컬하거나 감각 있는 음악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면 지루하지 않게, 좀 더 오래 좀 더 즐겁게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는 과정들입니다. 이 여정의 끝이 아직 잘 보이지 않으나 과정을 즐기다 보면 어디든 닿아 있을 거라 믿습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주변에 누군가 이전의 저와 같은 모습으로 사는 이가 있다면, 나는 꼭 그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꼰대처럼 들리면 안 되니, ‘라떼는 말이야’를 피해서 잘 이야기해줄 수 있는 제가 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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