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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Oct 06. 2022

외롭고 높고 쓸쓸했던

말 그대로의 이방인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며, 살았던 나는 두바이를 거쳐 요르단에 정착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완벽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외국인임을 실감할 때마다 생경하고 신기하고 때로는 자유롭기도 하면서 외롭습니다. 막연히 외국에서 살기와 같은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원 풍경의 한적하고 느긋한 푸르름 가득한 곳을 상상했지요. 하지만 현실은 알아듣기 어려운 아랍어로 가득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존재하지 않고, 대중교통 시스템이 미흡하고, 여름날 빗방울 하나 볼 수 없는 곳에서 외국 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웃음이 나옵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되었을까?

더 외로운 이유는 '나는 곧 떠날 사람이야' 생각하며 살아온 내가, 이곳에서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나누던 이들이 떠나는 것에 지치다 보니,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을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남겨질 사람일 테니 까요. 이런 마음이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보고 싶은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힘들었습니다 부모님께 불효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고, 나라는 존재가 그들 속에서 흐릿해져 가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외로운 마음은 외로움에서 멈추지 않고, 한탄으로 이어지더군요.


나를 위해 생각을 바꾸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얻게 된 많은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말도 없이 바쁘게 일하며 살았었습니다. 숨 쉴 시간이 간절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소중한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푸른 나무 한 그루, 길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이토록 소중하고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오롯이 느끼며 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스스로를 이토록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될 줄 몰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각각의 사정과 다양한 세상을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들이 참으로 감사하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제는 외롭고 높고 쓸쓸함을 체하지 않게 천천히 꼭꼭 씹어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외로울 줄 알고, 쓸쓸할 줄 아는 제 삶이 참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높아지면 더 괜찮은 삶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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