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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Oct 13. 2022

내가 나를 돌보는 방법

 무기력을 맞이하는 방법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무기력함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혹은 멀어지고 싶은 불안의 그림자가 덮쳐올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나를 찾아온 이들을 저는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어? 어떤 생각들이 가득차서 내게 찾아온 거야?"


무기력감과 불안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이끌어갑니다. 눈물도 많아지고, 짜증도 잦아지고, 삶이 더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는 실패감도 가득 쌓아 놓습니다. 돌아서면, 내가 왜 그랬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하게 될 일들입니다. 내 눈을 멀게 한 감정들에 무릎을 꿇어버린 거지요. 그럴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이런 시간을 몇 번 겪고 나니, 벗어나는 방법을 알게 되더군요.


먼저, 내가 있는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무엇보다 제 딸에게 엄마로서 해주고 싶은 일들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듭니다.

무언가 해야 하는 것,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해내어가는 것은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해야 하는 일이 과해지면 과부하에 걸리지만, 이것에서 너무 자유로우면 무기력해 집니다. 적당한 긴장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움직입니다. 집안 구석구석 평소보다 더 빡빡 청소하고, 깨끗해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개운해지는 감정을 느낍니다. 서랍도 정리하고, 옷들도 정리하면서 내가 움직이고 있음을 내 마음이 알도록 열심히 움직입니다. 슈퍼마켓으로 가서 이 물건 저 물건 평소 보다 더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어느 나라에서 들어온 물건인지, 이것으로 무엇을 만들어 먹으면 좋을까? 생각을 펼쳐냅니다.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면 본능이 반응합니다. 맛있겠다, 어서 만들어 먹자. 오늘 저녁식사는 즐겁겠구나. 모든 활동은 일상으로의 전환을 더 빠르게 시키는 과정입니다.


열심히 일을 한 다음날에는 반드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청소도 빨래도 아무것 도요.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완전한 휴업을 합니다. 어제 엄청 열심히 살았으니, 오늘은 내마음대로 놀자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게으른 사람이 되어봅니다. 보고 싶었던 책을 몇 시간씩 읽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씁니다. 이렇게 몇시간을 보내고 나면 스스로 매우 생산적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충만함이 솟구칩니다. 지하수가 터진 듯 ‘삶이 행복하다’로 넘쳐납니다.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하루가 다음날 다시 움직이게 만듭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심하게 아프고 난 후,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기력이 찾아왔었습니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행동하지 못하는 내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무언가 의무와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정말 제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충만함을 가득 충전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잘 붙들어 보고 싶습니다.

내 딛은 한발이 다른 세계로 향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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