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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Oct 14. 2022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광야의 시간 속에서 깨닫게 된 것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기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이들뿐이었습니다. 사회생활도 오래 했고, 심지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사람을 돕는 일을 하면서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도 모두 감당할 자신이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일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장소의 변화 때문이었을까요? 상황이 바뀌어 마음이 달라진 것일까요? 지난 삼십여 년간 만난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나,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따위는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같았습니다.  혼란과 괴로움은 매일 일기에 토로하고 기도로 토로하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괴로운 것이 나의 문제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2~3년의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스스로 광야의 시간이라 부릅니다. 모세가 출애굽을 하고, 40여 년 가까이 광야생활을 하지요. 이곳에 바로  광야가 있습니다. 실제로 가보면 정말, 이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붉고 메마른 사막입니다. 걷다가 모래바람에 파묻혀도, 혹여 쓰러져 사람이 죽어가도 그저 모래처럼 사라지고 말겠구나 싶습니다.


광야의 시간도 혼자 우울하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도 그저 모래처럼 흩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곳에서 이해할  없는 사람들을 경험하고,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가졌습니다.  시기에는 내게 불편한 일들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외롭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했습니다. 마음을 나눌  있는 사람이 없다는 ,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삶의 비극이라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고  읽었습니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 보고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내가  불편한지 이유를 찾아보려 노력했습니다. 불편한 이들에게서 자유로워지겠다 결심하고, 그들의 세상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거리를 두고, 우선 나의 생각들을 의심하고 질문하였습니다.  질문들을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적용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취약성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그런 행동과 사고를 하는지, 그리고 나는 왜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약한 이에게 강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강하고 고집이  사람에겐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듯 연대하며 그 관계 안에서 안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정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결론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진실로 조건 없이 주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는 그들의 불안함이 보였습니다. 미숙하고  알지 못하여 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마음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너무 나약하고, 스스로에게 답답한 마음들을 토로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은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불편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사실 많이 부족하각자의 취약성을 감추고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약한 부분은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튼튼하게 변화시켜갈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해되지 않은 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니  마음은 왜곡되었고, 틀어져 있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봤어야 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살아가는가' " 사람을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추상적으로 분류만 하려는 자세를 버리게  것이다. 그러면 타인에게 ' 사람이 당신이다'라고 말할  있고, '내가 당신을 본다'라고 표현할  있을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I see you".  작품 모두 같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호불호를 타인에게 투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죠. 내가 가진 프레임에 사람들을 맞추어 넣으니, 예상하지 못한 유형은 맞춰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데에는 프레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호불호를 투영하여, 그들을 보았습니다.

"아..... 하....." 깊은 탄식이 나오더군요.  자신이 프로크루스테스와 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은 저의 대한 형벌과 같은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금 힘들었고, 조금 오래 걸렸습니다. 이제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그대로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오만했고, 자만했던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썩고 일그러진 껍질을 벗고, 새로운 껍질을 찾아 옮겨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마음이 여유로워졌고, 조금 더 그들이 사랑스러워졌으니 말입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일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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