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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Oct 17. 2022

15살의 나에게 쓰는 편지

후회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안녕? 나는 25년 뒤의 너야. 미래에서 온 편지라고 하니 당혹스럽고 거짓말 같고 혼란스러울 것 같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은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나는 너를 충분히 이해해.


"나는 너를 충분히 이해해" 이 말 참 좋지 않니?

너는 이 말이 참 듣고 싶었지. 너를 이해해주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늘 인정받고자 정말 애썼던 거 알아.

그 인정받고 싶은 어린 마음에 참 많은 걸 꾹 참아내고, 표현하지 않고 삭히고, 네 스스로가 남과 다른 건지 많은 고민 속에서 외로웠다는 거. 그것이 외로운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내온 시간을 나는 알고 있어.


네가 태어나서 가장 좋아하고, 행복했던 것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었지. 그림을 그리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손이 베이고 굳은살이 생겨도 너는 그 그림 속이 너의 세상인 것 마냥 빠져들어 그 안에서 자유로웠지.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잘 해내는 너에게 어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절대로 그림만은 안된다고 하셨지. 그림 그리는 사람은 배가 고픈 삶이 된다고...


그런데, 은주야. 그것이 너를 정말 행복하게 하고, 힘들어도 그것밖에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림으로도 세상에는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아주 많아. 정말이야. 나를 믿어.


너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너는 25년 뒤 정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거야.

물론! 너는 미래에도 아주 행복해. 다정하고 멋진 남편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과 예쁜 가정을 이루고 있어.

너는 무엇을 선택하든, 어떤 일이 생기든 지혜롭게 그리고 씩씩하게 이겨내는 사람이야. 내가 지금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네가 원하는 것을 부모님을 위해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부모님의 말씀을 따르는 딸인 걸 잘 알지만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고, 네가 살아가야 하는 거야.

세상에는 흥미롭고, 멋지고 가슴 뛰는 일이 아주 많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순간을 만나는 건 아니야.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야. 그러니, 너의 가슴속에 뛰는 그것을 믿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포기하지 마. 포기하는 순간 너의 재능은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려. 마음속 불꽃이 수그러드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야.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너를 세상이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좌절하고 슬퍼해도 괜찮아.

마음껏 울고, 속상해해도 돼. 다시 툴툴 털고 일어서기만 하면 되니까.


네 불꽃을 지켜낸다면 너는 틀림없이 더 크고 오래 빛날 거야. 어떤 순간에도 너의 인생에서는 네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 다른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네 인생을 살아야 해. 세상은 언젠가 너를 꼭 이해하게 될 거야. 꿈을 꽉 붙잡으렴. 네가 보지 못한 경이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훨훨 날게 되길 응원할게. 행운을 빌어!


2022년 9월 19일 너의 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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