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자취를 시작하며 나는 깨달았다. 자취는 숨 쉬는 순간순간 돈이 나간다는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물론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취하는건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약 1년간의 취준생활 끝에 겨우겨우 구한 일자리는 실리콘밸리에 출근해야했다. 내가 살던 시애틀과 일자리는 850마일(1400km)이나 떨어져있었고, 일하기 위해서 자취는 필수였다.
자취하기 전에 나는 생활비라고하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월세와 식비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우선 이사 비용으로 거진 1.5만불(2000만원)이 들어갔다. 새로운 가구들, 아파트 보증금 (한달어치를 냈다) 등등은 내 예상보다 훨씬 비쌌다. 회사한테서 받은 이사 보조금 relocation bonus가 세후 5천불 가량이었으니 내 자취는 1만불 적자에서 시작했다.
적자에서 시작한 내 자취생활은 상황을 악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실리콘밸리에는 전세계에서 내로나하는 빅테크들이 모여있다. FAANG이라고 불리는 빅테크 중 아마존을 제외한 4개 회사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었고, 요즘 주가가 미쳐 날뛰는 엔비디아도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다.
이 거대기업들은 전세계에서 돈을 끌어오고, 모은 돈 중 일부는 실리콘밸리에 살아가는 직원들에게 주어진다. 실리콘밸리는 물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미국 전역에서 실리콘밸리는 항상 물가 순위 1위는 아닐지라도 3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가장 큰 지출은 당연히 월세였다. 나는 원룸에서 살고있는데 달마다 3100불(420만원)이 나간다.
전기와 물, 쓰레기 처리비용 등등 달마다 나가는 유틸리티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모든 유틸리티 비용을 모으면 대략 한달 평균 200불(26만원)이 넘었다.
출근을 위해서 자동차를 사고나니 자동차 대출금과 이자, 주유비 등 추가 지출들이 있었다. 미국의 기름은 한국보다 싼 편이다 (아마도? 한국 유가를 잘 모른다). 오늘 주유를 했는데 1갤런에 5달러였다. 한국 단위로는 리터당 1800원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땅이 워낙 넓다보니 한달에 주유비로만 14만원은 가볍게 쓴다.
음식값은 또 어마무지하게 나갔다. 마트에서 재료들을 사서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다면 한달에 300불 언저리로 합의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밖에서 먹는다면 한끼에 기본 3-40불은 예상해야한다. 여기에 팁 18%와 세금은 별도이니 혼자 먹어도 4-50불(6-7만원)이 나온다.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라 평범한 태국 음식점을 갔을 때 가격이다.
게다가 나는 자취 초보. 요리의 이응자도 몰랐기에 나는 주중에는 회삿밥을 (회사에서 아침/점심/저녁을 공짜로 줬다) 먹고, 주말에는 외식을 했다. 2022년 11월에는 음식값으로만 800불(백만원)이 나갔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게 이런걸까. 그렇다고 숨을 참을수는 없었기에 나는 새어나가는 돈을 헤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