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소비습관을 알다.
독립하면서 수익이 생겼다. 아니, 정확히는 수익이 생겼기에 독립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월급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빵원에서 시작되었으니 어떤 숫자여도 비슷하게 느꼈으리라. 그러나 자취를 시작하며 나는 많은 돈이라도 너무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에 써야할지도, 어떻게 써야할지도 몰랐다. 구글링해보았지만 사람마다 추천하는 앱이 다르고, 사이트도 달랐다. 무얼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각각 다른 의견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가계부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툴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선택했다. 엑셀과 비슷하게 자유도가 높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웹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무척 엉성했다. 무슨 기준으로 지출들을 나누어야할지도 몰랐고, 어떤 형식으로 정리해야할지도 몰랐다. 남이 만들어준 편한 템플릿 대신 내가 직접 만들기로 선택한 댓가였다.
하지만 그랬기에 나는 필요할때마다 형식을 바꾸었다. 바꾸는데에 망설임은 없었다. 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등록하고, 정리하는 형식을 바꾸고, 줄을 지우는 등 마음대로 바꿨다.
내 2022년의 가계부와 2023년의 가계부 형식이 다르고, 2024년의 가계부는 또 다르다. 매년 매월 조금씩 바뀌는 가계부 형식들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계부를 쓰면 확실히 소비 습관이 달라진다. 어디에서 가장 많은 돈이 쓰이는지 알 수 있게된다.
나의 경우, 외식비가 어마어마하다는걸 깨달았다. 엄청 맛있는 음식들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둘이서 외식하는걸로 70불(10만원)은 가볍게 깨졌다. 미국에서는 세금과 팁이 메뉴판에 포함이 안되어있기에 실제 내는 가격보다 싸게 느껴진다.
원인을 알게되자 고칠 수 있게되었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해먹는 횟수를 늘렸다. 자연스럽게 요리 실력이 늘었다. 또, 회사에서 점심을 먹을때 저녁도 챙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먹었다. 나는 같은 음식도 여러번 먹을 수 있는 막-입이기 때문에 가능한 횡포였다.
가계부를 쓰면서 나는 비로소 독립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