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초, 벚꽃이 절정에 이른 어느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에 봄비 예보가 있었다. 딱히 약속은 없었지만 왠지 혼자라도 마지막 벚꽃 구경을 하러 나가야 할 것 같아서 이른 아침부터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동네 친한 언니에게서 톡이 왔다. “000아, 오늘 날씨 좋은데 뭐해?” “혼자라도 나가려고 준비 중이었어요...” “그럼 30분 후에 000에서 보자!”
우리는 벚꽃길이 한눈에 보이는 카페에서 만났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카페는 나와 같은 마음인 것이 분명한 아줌마들로 이미 만석이었다. 운이 좋게 테라스 자리를 차지하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넘기니 지상 낙원이 따로 없었다. 바람이 불면 우수수 꽃비가 쏟아져서 우리 앞에 놓여 있던 커피와 음식에 드문드문 내려앉았다. 봄의 햇살과 분위기에 완벽하게 취했던 날이었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날이라서 더 행복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 날 만난 언니는 대학교 때 만난 한 살 위 선배로, 우리는 원래 1년에 한 두 번 정도 만나는 사이였다가 몇 년 전에 내가 언니네 동네로 이사오면서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이 날 우리는 그렇게 급벙개로 만나 한 시간 남짓 즐겁게 수다를 떨고는 헤어졌다. 이토록 쉽고 가볍고 행복한 만남이라니! 이 날 우리의 만남은 짧은 기간 만개하지만 사람들에게 충분히 큰 행복을 선사하는 벚꽃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