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건 '너'였을까 아니면 너의 '젊음'이었을까
※ 이 글은 리뷰라기보단 감상평에 가깝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길에서 어르신들이 나를 부르실 때 "학생"이라고 불러 주셨지만, 이젠 "총각"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리는 듯하다. 나의 20대에 내 나이를 부러워하던 형, 누나들의 표정들이 이젠 내가 20대 혹은 그보다 어린 친구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는 표정에 그대로 옮겨 붙은 듯하다.
'은교'라는 영화를 내 자취방에서 노트북으로 감상했던 게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당시에는 대학 교양수업 과제 삼아 봤던 게 이유였는데, 그 당시에도 이 영화는 다소 논란이 있긴 했다. 원작자가 어린 여자 아이를 성적으로 묘사했다느니 하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던 기억이 난다. 하긴 나도 어린 마음에 많고 많은 영화들 중 이 영화를 골랐던 것처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작품성이나 메시지보다는 어떤 부분에서 논란이 많은지에 더 관심이 갔으니까.
그럼에도 다행이라 생각했던 건 당시의 내가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사람들이 속닥거리던, 단순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인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백발의 한 노인이 자신에게 친한 척하며 다가오는 10대의 한 여학생을 보며 느낀 감정은 '소유욕'과 같은 한낱 얕은 감정 따위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축 처진 피부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은교를 바라보며 노인 또한 스스로를 리즈 시절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며 '은교'는 노인에게 결코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기 보단, 과거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10년이 지난 이제야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