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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환승역 중 가장 남쪽에 자리한 '수원역'

환승 가능노선 - 1호선, 수인분당선

by 철도 방랑객

초기 전철이 개통했을 때 수원역은 현재 1호선의 마지막 역이었던 곳이다. 공교롭게도 분당선 역시 수원역이 마지막 역이었던 적이 있다. 물론 더 이전에 수인선 협궤 열차 시절에도 수원역은 인천역과 마찬가지로 시발역이자 종착역 역할을 하던 역이었다.


그랬던 수원역은 이제 2개 노선의 중간 역으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원래 수원역은 경부선인 1호선과 왕십리와 수원을 오가는 분당선, 그리고 인천과 수원을 오가는 수인선 이렇게 3개 노선이 만나는 역이다. 하지만 분당선과 수인선이 직결운행 하면서 수원역은 1호선과 수인분당선의 중간 환승역이 되었다.


이렇게 두 노선이 만나면서 수원역은 수많은 수도권 역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자리한 환승역 자리도 차지하게 되었다.


2021080334115742.jpg ▲ 수원행 열차가 고색행 열차로 바뀌면서 중간역이 된 수인분당선의 수원역.


◆ 약간의 차이로 ‘수원행’ 열차를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된 두 노선

수도권 전철이 나날이 규모를 팽창하면서 이제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넘어 강원도와 충청도까지 전철로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라진 것이 있는데, 바로 ‘수원행’ 열차다. 수원역을 통과하던 3개 노선은 그 형태는 바뀌었을지 몰라도 예전 노선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운행 중이다. 그러나 더 이상 3개 노선 모두 수원역을 시종착역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1호선의 경우 수원역보다 2개 더 남쪽에 자리한 병점역과 본선에서 살짝 벗어나 지선 형태로 있는 서동탄역이 수원역을 대체했다. 그리고 통합 운영 중인 수인분당선은 수인선 구간의 첫 번째 역인 고색역이 분당선 수원행 열차를 대신해서 종착역으로 사용 중이다.


이처럼 이제 달리는 열차에 붙어있는 행선지에서는 수원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수원역이 마지막 역처럼 느껴지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수원역이 종착역 역할을 해 왔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2021080334438914.jpg ▲ 병목현상이 특히 심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환승통로(1호선 승강장).
2021080335143671.jpg ▲ 병목현상이 특히 심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환승통로(수인분당선 승강장).


◆ 수원의 중심 역이자 수원의 유일한 환승역... 유동인구도 상당해

수원역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원을 대표하는 역이다. 인천역과 달리 수원 중심에 있으며, 수원의 유일한 환승역이기도 하다. 그에 걸맞게 수원역 주변은 애경 민자 역사를 시작으로 롯데몰 그리고 KCC몰에 이르기까지 대형 쇼핑센터가 운집된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하로 연결된 지하상가 역시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수원역은 이렇게 다양한 상권이 자리하고 있어서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역시 상당히 많이 다니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광역 버스환승센터가 1호선 수원역 역사를 두고 양 옆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상당히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는 수원역은 지하철도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승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이렇게 많은 승객을 위해서 수원역의 연결통로는 지상과 지하에 걸쳐서 제법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여기에 기차역 대합실까지 얽혀서 출구는 숨은그림찾기에 가깝다. 그렇기에 초행길이라면 길을 잃어버리기도 그만큼 쉽다.


2021080336291597.jpg ▲ 규모에 비해 한산한 환승통로. 환승통로가 활용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202108033718999.jpg ▲ 에스컬레이터 통로에 비해 너무나 한산한 계단 통로. 한 쪽으로만 승객이 많이 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 곳 뿐인 환승통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통로에만 승객이 집중되어 병목현상 심각

이렇게 연결통로와 출구는 상당히 많은 곳에 적절하게 잘 퍼져 있지만, 유독 환승통로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안 그래도 주변에 환승역이 없기 때문에 환승 승객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환승통로가 한 곳 뿐인 것은 병목현상에 치명적이다.


환승통로는 두 노선 모두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곳은 에스컬레이터로만 되어있고, 나머지 한 곳은 계단으로만 되어있다. 그나마 한 쌍이라 두 곳으로 퍼질 것만 같은 승객 분포는 에스컬레이터에 집중되면서 계단은 비어있지만, 에스컬레이터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을 형성한다.


서울에 비하면 열차 간격이 상당히 긴 편임에도 불구하고 승강장이 한가하지 않은 이유도 부실한 환승통로의 영향이 있다. 차라리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것이 병목현상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승객이 상당히 많은 신도림역이나 강남역, 잠실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볼 수 없다.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인 어중간한 시간대에도 병목현상은 끊이지 않는데, 한결같이 계단 쪽은 금방 승객이 줄어드는 반면 에스컬레이터 쪽은 줄이 줄어들기까지 적어도 2~3분은 더 소요되는 것 같다. 상대식 승강장을 사용하는 수인분당선의 경우 연결통로가 있는 곳은 외벽의 폭을 조절해서 승강장을 통행하는 승객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해선의 소사역과 마찬가지로 상대식 승강장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동일한 폭을 사용했다. 승객을 고려하지 않은 이런 구조는 병목현상을 더욱 부추겼고, 환승시간을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1호선 수원역 역시 쌍섬식 승강장 구조 때문에 연결통로에서는 승강장의 혼잡도가 훨씬 커졌다.


2021080337559021.jpg ▲ 승강장 높이 차이로 인해 환승통로가 길어진 수원역.


활용도가 거의 없는 측면 승강장이 병목현상을 부추기는 부메랑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 구간은 거의 복사 붙이기를 반복한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역들을 보면 과연 역 설계하는 담당자들이 과연 승객의 동선은 고려했는지 의문이 들면서 참 안타깝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8월 4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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