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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섬식 승강장을 일방통행으로 연결해주는 '신림역'

환승 가능노선 - 2호선, 신림선

by 철도 방랑객

신림선의 노선 명이 붙은 신림역은 원래 2호선만 있을 때도 상당히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하던 역이었다. 그러나 신림선의 개통과 함께 관악구의 유일한 환승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 신림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더욱 많아질 것 같다.


관악구는 그동안 2호선 외에 다른 지하철 노선이 없던 교통 소외 지역 중 한 곳이었다. 우이신설선이 4호선만 있었던 강북구의 교통을 개선시켰다면, 신림선은 2호선만 있었던 관악구의 교통을 개선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시종착역의 지명을 모두 활용해서 노선명이 길어진 우이신설선과 달리 신림선은 딱 이 신림역 외에 다른 역의 역 이름에 사용되지 않는 명칭만을 활용해서 노선명을 정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철도의 노선명은 지하철의 경우 숫자 위주로 정했다. 그리고 코레일 소속의 노선이나 민자 노선에서는 경부선, 경의선, 수인선 등 주로 두 지역 이상의 지명을 함께 차용하거나 분당선, 중앙선, 동해선 등 특정 지역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을 묶어서 하나의 노선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노선 명에 들어가는 명칭을 사용하는 역 이름도 없기 때문에 특정 지역만을 칭한다고 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신림선과 같이 역 이름에 포함되는 지명이면서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명칭을 사용한 노선은 어떻게 보면 획기적인 명칭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신림’이라는 지명의 인지도가 높음을 실감할 수 있다.


◆ 섬식 승강장과 섬식 승강장의 만남

노선 명칭에 사용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림역은 승강장 구조에 있어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특이한 구조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철 대부분의 역은 행선지별로 승강장이 다른 상대식 승강장이다. 간혹 섬식 승강장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절반 이상의 역이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있는 노선도 대구 2호선이나 한강 이북의 서울 3호선에 국한될 정도로 섬식 승강장의 비중이 낮다.


특히 2호선의 경우 섬식 승강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특이하게도 관악구 관내의 4개 역 가운데 낙성대역을 제외하고 3개 역이 보기 드문 섬식 승강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림역 사진1.jpg ▲ 섬식 승강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2호선 승강장.


신림선의 신림역 역시 2호선과 마찬가지로 섬식 승강장을 사용하고 있다. 신림선에서 섬식 승강장을 사용하는 역은 신림역이 유일하다.


이렇게 두 섬식 승강장의 만남은 승강장이 겹쳐있지 않는 한 바로 승강장과 승강장을 연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신림역 역시 승강장이 겹쳐있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대합실을 거쳐야 다른 노선으로 이동이 가능한 형태로 환승통로가 설계되었다.


신림역 사진2.jpg ▲ 대합실로 올라와야 환승통로가 등장하는 2호선.


2호선 대합실로 올라오면 신림선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닥에 유도선을 표시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신림선의 다른 환승역에서는 신림선으로의 유도선을 따로 표시해놓지 않았다. 그러나 2호선 대합실에서는 신림선에서만 볼 수 있었던 환승 상대 노선의 노선 색으로 된 유도선이 표시되어 있다.


그곳을 따라 이동하면 2호선 승강장보다 더 넓은 것 같은 신림선 대합실이 승객을 맞이하고 있다. 신림선 대합실로 인해 2호선 대합실은 상당히 오래된 역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신림역 사진3.jpg ▲ 신림선 환승 유도선을 볼 수 있는 2호선 대합실.


반대편인 신림선에서 2호선으로 이동할 때도 유도선이 잘 표시되어 있다. 신림선 개찰구는 환승게이트와 모양이 같아서 앞만 보고 가다가는 환승통로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을 잘 보고 이동해야 한다.


환승게이트에도 나가는 곳 표기가 있어서 환승하는 승객이 착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곳에서 잠시 관찰한 결과 일부 승객이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승객들의 이동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 같았다.


신림역 사진4.jpg ▲ 환승게이트에도 나가는 곳이 표기되어 있는 안내판.


◆ 승객 분산 효과가 탁월한 일방통행 같은 환승통로

신림선 신림역의 대합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환승통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인근역인 대림역을 보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유도된 환승통로를 마주할 수 있다.


신림선 이용 승객이 올라오는 통로는 환승게이트에서 가까운 쪽이고, 신림선을 이용하기 위해 내려가는 통로는 더 먼 쪽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올라오는 통로는 계단도 함께 있어서 내려가는 승객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내려가는 통로는 오직 에스컬레이터만 있기 때문에 신림선에서 2호선으로의 이용 승객의 이동을 원천 차단했다.


신림역 사진5-1.jpg ▲ 승객 동선을 분리 시켜놓은 신림선 환승통로, 올라오는 방향.
신림역 사진5-2.jpg ▲ 승객 동선을 분리 시켜놓은 신림선 환승통로, 내려가는 방향.


신림역은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승객이 북적일 정도로 상당히 교통 요충지다. 출퇴근 시간대면 한가한 시간대에 비해 더 많은 승객이 이곳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승객의 동선을 고려한 환승통로 설계가 상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는 승강장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데, 열차에서 내린 승객은 당곡역 방면 승강장 끝에 위치한 올라가는 환승통로로 집중된다. 반면 2호선에서 내려오는 승객은 서원역 방면 승강장 거의 끝 부분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절묘하게 동선이 구분된다.


이렇게 환승통로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섬식 승강장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어차피 같은 구조로 환승통로를 설계할 것이었다면 다른 3개의 환승역도 신림역과 같은 구조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림역의 승객 이동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신림역 사진6.jpg ▲ 신림선 승강장 끝 쪽에 연결된 환승통로.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7월 27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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