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가능노선 - 9호선, 신림선
우이신설선 이후 서울에서 두 번째로 개통한 경전철인 신림선은 경전철이라는 특성에 맞게 아주 짧은 거리를 운행한다. 하지만 이 노선은 상당히 많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하철은 주로 동서축을 중심으로 발달해서 상대적으로 남북축을 잇는 노선이 부족했다. 신림선과 교차하는 노선은 총 4개 노선인데, 모두 이 구간에서 만큼은 동서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기에 남북축으로 잇는 신림선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같은 날짜에 연장 개통한 신분당선 역시 남북축을 연결함으로써 환승 네트워크를 더욱 강하게 구축했는데, 신림선 역시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낳게 되었다.
총 11개 역에 20분 남짓한 운행 거리를 가진 신림선이 환승역만 무려 4개나 된다. 이처럼 환승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도 남북축을 연결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단, 조금만 더 연장했다면 5호선까지 환승이 가능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노선은 서울에서는 최초로 고무차륜을 사용한 노선으로, 전면부 또는 후면부의 모습을 보면 도로 위를 지나는 것처럼 보인다.
◆ 역 간 거리 500m에 불과한 초 근접 역의 탄생
지도에서 보면 샛강역과 대방역은 마치 지하철 서울역과 경의선 서울역을 표기해놓은 것처럼 아주 가까이 붙어있다. 이 두 역은 노량진역이 아니었다면 1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이 되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 사이를 지나는 강이 샛강인데, 다리에서 보지 않으면 이곳에 물이 흐르는지 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다.
지도상에 표기된 것처럼 상당히 짧은 두 역이지만 실제 열차를 이용하면 열차가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 가까이 소요된다.
아무래도 대방역의 경우 서쪽에 치우쳐 있고 샛강역의 경우 동쪽에 치우쳐 있어서 이동거리가 더 길어진 것 같다. 그래서 출발하자마자 금방 다음 역에 도착하는 진귀한 풍경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곡선이 많은 이 구간을 지남에도 불구하고 철도 특유의 쇠 마찰음을 들을 수 없는 점도 고무차륜을 사용하는 신림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신림선은 샛강을 통과하는 영향으로 샛강역과 대방역의 승강장이 꽤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환승통로가 길어지게 했다. 어쩌면 샛강역에서 하차 한 후 9호선으로 환승을 하러 가는 동안 열차가 대방역에 도착했을지도 모를 정도다.
샛강역과 대방역의 거리는 인접한 신길역의 환승통로와 거의 맞먹을 정도니 역 간격이 얼마나 짧은 지 알 수 있다. 만약 신림선이 8~10량 편성의 중전철이었다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그랬던 것처럼 샛강역과 대방역이 하나로 묶여서 3개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으로 변모했을 가능성도 있다.
신림선 열차는 좀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수고로움이 커졌을지 몰라도, 승객 입장에서는 환승거리가 그만큼 짧아져서 편리해졌다.
◆ 대합실과 대합실을 연결해서 거리가 길어진 환승통로
샛강역은 두 노선의 승강장이 거의 붙어있지만, 환승통로가 승강장과 승강장을 바로 연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가 그만큼 길어졌다. 9호선에서도, 신림선에서도 상대 노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야 한다.
9호선 샛강역은 대합실과 연결되는 연결통로가 모두 한 방향으로만 되어있는 독특한 구조다. 연결통로가 승강장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았기 때문에 앞뒤 어느 방향으로 나와도 대합실 중간에 연결된 환승통로로 이동하는데 큰 차이가 없다.
9호선 샛강역 대합실은 4개 선로가 지나는 승강장의 영향으로 다른 역에 비해 상당히 넓다. 그래서 환승하는데 있어서 병목현상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결통로 역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모두 갖추고 있어서 갑작스럽게 많은 승객이 모여도 수용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환승유도도 잘 안내되어 있기 때문에 환승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신림선 환승통로에는 환승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9호선에서 신림선 방향으로는 바닥에 유도선이 따로 없지만, 반대로 신림선에서 9호선 방향으로는 9호선 노선색으로 된 유도선을 볼 수 있다.
환승게이트를 통과하면 9호선 승강장에서 봤던 에스컬레이터보다 더 긴 에스컬레이터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워낙 높이가 있어서 이용 빈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와 같이 승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계단으로도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단, 신림선은 이곳이 시종착역이기 때문에 9호선에서 온 승객은 모두 한 쪽 승강장으로만 갈 수밖에 없다. 반대편 승강장은 하차 전용 승강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환승통로는 모두 우측통행으로 설계되었는데, 신림선 대합실과 승강장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동선이 겹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평소에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승객이 많은 시간대에는 분명 동선 때문에 승객 간 서로 엉키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차라리 승객 동선을 생각해서 승하차 승강장의 방향을 서로 바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다음 역이 없기 때문에 어떤 승강장을 사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선로 교환 시설도 승강장 진입 전과 승강장 넘어서까지 양 방향 모두 갖춰놓았기 때문에 열차 진행 방향만 다르게 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승객의 편의를 위해서 실제로 열차 진행 방향을 완전히 뒤바꾼 곳이 일본 홋카이도의 미나미치토세(南千歲)역이다. 이 역은 쌍섬식 승강장으로 되어있는데 가운데 승강장과 측면 승강장의 열차 진행 방향이 서로 반대다.
이는 신치토세 공항에서 미나미치토세역을 통해 하코다테, 구시로 등으로 환승하는 승객의 동선을 고려한 설계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열차 방향을 바꿔 줌으로써 승객들은 대합실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맞은편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이용해서 가고자 하는 행선지로 이동을 할 수 있다.
- 관련내용 : https://blog.naver.com/bigstar102/221253617965
아니면 신분당선 논현역과 같이 대합실과 대합실을 잇는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좌측통행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승객이 점점 늘어나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면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