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하철이라 하면 버스를 여러 대 이어놓은 듯한 웅장한 규모의 열차를 떠올리게 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지하철은 가장 긴 10량 열차를 시작으로 8량, 6량 편성의 열차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규모가 큰 열차를 가리켜 중전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경전철이 있는데, 말 그대로 무게가 가벼운 전철을 의미한다.
이 열차들 가운데 지하철처럼 4량 이상 되는 열차(부산 4호선)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2량 편성의 아주 짧은 열차가 대부분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곡선이 심한 곳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이 열차는 수도권에만 용인경전철을 시작으로 6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서울의 동북선을 비롯해 실제로 건설이 되고 있거나 건설이 예정된 노선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경전철은 주로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 운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하철의 접근성을 좀 더 높여주며 때론 경전철 자체가 지하철 못지않게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한 지역도 있을 정도다.
◆ 4호선뿐이었던 강북구의 새로운 간선망 - 우이신설선
서울에서 경전철의 혜택을 가장 먼저 본 지역은 강북구다. 우이신설선은 총 13개 역인데 그 중 8개 역이 강북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이신설선 이전에 강북구에는 4호선 미아사거리역, 미아역, 수유역 등 3개 역만 있던 지역으로 관악구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의 수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였다.
물론 우이신설선 개통 이후에도 강북구는 서울 25개 구 중 유일하게 환승역이 없는 행정구역일 정도로 여전히 철도 교통이 열악한 곳이다.
관악구의 경우 신림선의 개통으로 관내 환승역(신림역)이 생겨났지만 우이신설선의 개통으로 새롭게 생긴 환승역은 8개나 있는 강북구가 아닌 나머지 지역에 3개나 몰려있다.
그럼에도 출퇴근시간의 우이신설선은 2호선보다 더 심각할 정도의 지옥문이 열린다. 경전철이라 수용 인원이 적은 영향도 있지만, 이 노선이 개통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 열차를 이용한다.
강북구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출근 시간대에는 신설동역 방면의 열차에 대부분의 승객이 몰리며, 퇴근 시간대는 그 반대다.
그러나 그 반대편 열차라고 해서 텅 비어가는 수준은 아니다. 북한산 둘레길 및 우이령에 가까이 있는 북한산우이역의 영향으로 등산객이 많은데다가 덕성여대 학생들의 수요로 제법 가득 찬 채로 운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지하에 위치한 우이신설선 차량기지.
우이신설선의 특징은 차량기지까지 모두 지하에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지하철이 전 구간을 지하로 운행한다 하더라도 공간 차지를 많이 하는 차량기지는 지상에 있는 노선이 대부분이다. 지하만 운행하는 5호선도 두 곳의 차량기지만큼은 지상에 있다.
그러나 우이신설선의 유일한 차량기지가 있는 북한산우이역 주변에는 우이신설선 열차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대신 그곳에는 차량기지 건물만 있을 뿐 열차는 모두 지하에 있다.
차량기지의 모습은 북한산우이역에서 승강장 틈으로 어렴풋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지하에 차량기지가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경전철이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우이신설선은 열차가 역에 진입할 때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철도라는 방송이 함께 나온다.
그에 걸맞게 한때 우이신설선의 거의 대부분의 승강장에서 지역 예술작가들이 펼치는 작은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역에 따라 승강장이 그 무대가 되기도 했으며, 대합실과 출구 심지어 환승통로나 연결통로까지 가리지 않고 꾸민 예술작품이 인상적이었다.
▲ 우이신설선을 예술무대로 꾸민 작품, 2021년 촬영.
▲ 공간을 가리지 않고 만드는 우이신설선의 작품, 2021년 촬영.
성신여대입구역 환승통로에는 역마다 특징을 살린 팸플릿도 비치해놓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작품은 철거되기 시작했고 그 자리는 액자틀만 남아있을 뿐이다.
여전히 안내방송에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철도라는 것을 안내한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예술작품으로 가득했던 우이신설선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길 기원해본다.
◆ 관악구의 오랜 염원 끝에 탄생한 노선 – 신림선
강북구에 우이신설선이 있다면 관악구에는 신림선이 있다. 그 정도로 강북구 못지않게 관악구도 지하철의 혜택을 받지 못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관악구의 남북을 관통하는 신림선의 개통으로 관악구는 여의도까지 2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노선 이름과 같은 신림역은 관악구의 유일한 환승역이 되었으며, 무늬만 서울대역이었던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이용하지 않아도 서울대까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관악산역도 탄생했다.
▲ 서울대의 접근성을 강화한 관악산역.
신림선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에서 운행하는 전철, 지하철 노선 중 최초로 고무차륜을 사용한 열차가 운행한다는 점이다.
현재 부산 4호선을 비롯해서 의정부 경전철이 고무차륜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 고무차륜의 장점은 단연 소음 감소다. 그리고 궤도 역시 도로를 보는 것처럼 평평한 바닥의 연속이다.
▲ 고무차륜을 채택한 신림선.
신림선은 다른 경전철과 달리 환승역이 노선 전체에 골고루 퍼져있다. 신림선 단독 역이 4개 이상 연속해서 나오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다른 노선과의 연계도 잘 되어있는 편이다.
다르게 말해서 그동안 너무 동서축으로만 치우쳐있던 지하철을 남북축으로 묶어준다는 점에서 이 노선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환승 가능노선도 1호선과 2호선을 비롯해서 7호선과 9호선까지 승객이 많은 노선의 대부분을 거쳐간다.
한편 신림선은 전면부가 평평한 유리로 된 다른 열차들과 달리 볼록 렌즈를 연상하게 하는 볼록 튀어나온 창문이 인상적이다.
같은 전면부지만 서 있는 각도에 따라 보이는 장면이 살짝 차이가 나는데, 이는 평평한 유리의 다른 경전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이다.
▲ 전면부가 독특한 신림선 열차.
그밖에도 신림선은 이상하게 홀수 편성을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열차 편성에서 특이하게 3량 편성으로 운행 중이다. 1량 당 출입문 개수 역시 3개다. 부산 1호선이나 인천 2호선에 이어 세 번째로 3도어 열차를 채택했다.
신림선이라는 명칭도 지하철 역 이름이 들어가는 노선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지하철 노선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특이하다. 이처럼 신림선은 이때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적용해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다음회 계속)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5월 10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