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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14. 2023

대구 지하철 1호선 훑어보기

대구1호선 - 설화명곡역~중앙로역~하양역(예정)

 대구 지하철 1호선은 현재 비수도권에서 대전 1호선과 함께 유이하게 지하로만 운행하고 있는 노선이다. 말 그대로 지하철이라는 이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량기지가 아니면 열차를 제대로 볼 기회는 없다.


▲ 대곡역과 진천역 사이에 자리한 대구 1호선 월배 차량기지.


 이 노선은 처음 운행을 시작한 이후 화원읍 방면으로 역 2곳(화원역, 설화명곡역)이 추가될 때까지 오랜 시간 변함없는 운행을 이어왔다. 그러나 머지않아 지상에서도 1호선 열차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그러면 이제 온전히 지하로만 다니는 비수도권 지하철은 대전 1호선이 유일해진다.

     

모든 대중교통 수단이 한데 모여 있는 동대구역 복합 환승센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에 속한다. 그러나 매번 아쉬운 것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따로 따로 위치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예약을 하면 해당 교통수단만 이용하면 되지만, 갑자기 일이 생겼는데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다면 또 한 번 이동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특히 기차의 경우 자유석을 거의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금요일이나 주말 등 피크 시간대는 예약 없이 현장 발권으로는 이용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해진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같은 공간에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이 있다면 승객 입장에서 선택 폭이 넓어 마음의 불안함이 조금이라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만 봐도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그나마 대전이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15분 정도 거리를 두고 대전역과 대전 복합터미널이 있을 뿐이다.


 버스터미널은 고속도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대한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에 위치한 반면 기차역은 신설되는 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도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동대구역 복합 환승센터는 상당히 이례적인 교통의 메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는 기차역은 물론 버스터미널, 지하철까지 모든 교통수단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항상 유동인구로 붐빈다.


▲ 동대구역 복합 환승센터에 위치한 동대구 기차역.


 그래서 지하철 승강장 역시 다른 역에 비해 폭이 넓은 편이다. 지하철역과 기차역 그리고 복합 환승센터는 어디 한 곳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 연결되어 있어 이동 편의성도 높은 편이다.


 이렇게 많은 유동인구를 갖춘 곳인 만큼 복합 환승센터에는 백화점이 자리 잡고 있고, 동대구역 광장에는 택시는 물론 시티투어버스까지 꽤 규모가 큰 광역 환승센터를 조성해놓았다.


 한편, 이렇게 동대구역의 몸집이 상당히 커지면서 다른 역세권인 대구역과 새로 만든 서대구역의 경우 빨대 효과를 제대로 겪고 있다. 그나마 지하철이라도 다니는 대구역은 이동 편의성이라도 좋지만 지하철조차 없는 서대구역은 승객을 위한 역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접근성이 떨어져 승객을 기대하기 어려운 서대구역.


엄청난 희생을 치른 중앙로역

 대구 시민 중 아직도 지하철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시민이 생각보다 많다. 20년 전, 전 국민을 공포와 충격으로 휩싸이게 만든 황당한 방화사건 때문이다. 당시 지하철은 푹신푹신한 의자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고, 여기서 사고가 난다는 생각은 더욱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랬기에 사고가 터지자 우왕좌왕하다가 피해가 더욱 커진 안타까운 사건 사고였다. 그 근원지는 대구의 중심가에 위치한 중앙로역으로, 영문도 모른 채 200명에 가까운 시민이 희생당했다.


 아픈 역사는 되풀이되면 안 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안전사고에 대해 외부에 공개를 극도로 꺼려하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관련, 현장에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의 추모 공원이나 당시 흔적을 보존해놓지 않았다. 그저 위령비만이 그들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삼풍백화점 참사는 사고 현장이 아닌 양재 시민의 숲에 위령비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앙로역은 현장 대합실에 기억공간을 조성, 당시 참담했던 화마가 지나간 흔적을 고스란히 살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한 공간이다.


▲ 중앙로역 대합실에 위치한 기억공간 입구.


 대구교통공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앞으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다짐의 메시지도 함께 언급해놓았다. 그리고 매년 대구국제소방엑스포를 열고 소방방재 산업 발전을 위해 최첨단 안전장비를 전시, 대형 재난사고 방지를 위해 국내외 전문가의 토론회 등을 열며 개선책을 모색 중이다.


 또 시설 개량은 물론 상황 발생 시 능숙한 대처 방법을 키울 목적으로 안전테마파크를 조성해 시민 체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지하철을 안전하게 탈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알린 대구교통공사.


지상 및 대구를 벗어난 곳에서도 1호선을 볼 수 있게 될 하양 연장 구간

 대구 지하철은 현재 2호선을 제외하면 모두 대구 시내에서만 운행 중이다. 그러나 이제 위에서 언급한대로 하양 구간으로 연장이 된다면 1호선도 대구를 벗어나 경산 하양읍 지역까지 역세권이 확장된다.


 이 구간은 지상으로 건설 중이어서 이제 1호선도 2, 3호선과 같이 지상에서 열차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 노선은 대구선 철도와 나란히 운행하는데 한편으로는 부산 2호선을 연상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부산 2호선은 크게 보면 최초 개통 구간인 서면역~호포역 구간에서 경부선 철도와 거의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만약 경부선 철도를 수도권처럼 전철화 공사를 진행했다면 과연 부산 2호선의 선형이 지금처럼 나왔을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대구선과 하양 구간 연장선 역시 거의 같은 노선으로 이중 건설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미 공사는 진행되었고 건설 중인 역사 건물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라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대구선 철도에서 바라본 하양 구간 연장 공사현장.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2월 13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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