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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Nov 16. 2023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전철 '동해선'

동해선 - 부전역~일광역~태화강역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는 노선은 수도권에 한정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지역 편중이 심하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비수도권에서 운행하고 있는 코레일 소속의 전철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부산과 울산을 이어주는 동해선이다.


 동해선은 2단계에 걸쳐 개통했는데 1단계는 부산 구간을 2단계는 울산 구간을 개통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2단계 개통 역 중 부산에 속해있는 역은 좌천역과 월내역뿐이기 때문이다. 1단계는 모두 부산 시내에 속해있다.


 동해선의 개통으로 울산은 광역시 중 가장 마지막으로 전철이 운행하는 도시가 되었다. 100만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광역시에서 철도교통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비수도권은 철도교통이 상당히 열악하다.


▲ 동해선의 시종착역이자 울산의 첫 광역전철의 시작을 알린 태화강역.

     

지역 색을 전혀 볼 수 없는 수도권의 연장 노선

 둘 이상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 대구 지하철은 열차만 보더라도 어떤 노선인지 바로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특색을 갖췄다.


 지하철 자체를 보기 어려운 대신 운행하는 열차라도 고유의 노선을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 측면에서 동해선도 최소한 수도권과는 다른 뭔가의 특징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러나 동해선에 투입되는 열차나 역 명판을 보면 수도권에 있는 코레일 역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곳에 운행하는 열차는 두 종류인데 모두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열차와 디자인, 규격이 모두 같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판교와 여주를 잇는 경강선 열차를 그대로 이동시켜놓은 듯한 모습이다. 동해선도 경강선처럼 4량 편성 열차이며 노선색과 열차 외관이 파란색 도색이다.


▲ 지역 특색을 찾아볼 수 없는 동해선 열차.


 물론 노선마다 열차가 다르면 나중에 열차의 유연한 투입이 어렵고 정비하는데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이 분명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수도권과 부산은 거리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정비 시설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역과 인구밀도를 고려하지 않고 수도권과 완전히 똑같은 형태의 열차규격과 역 명판 그리고 역사 분위기 등은 아쉽다. 게다가 열차 간격도 심각하게 길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열차 타고 있는 시간보다 더 긴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이곳은 아주 드물지만 부전역에서 출발해 동대구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가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철의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 이는 여전히 시내버스나 급행버스가 동해선에 비해 경쟁력의 우위를 보일 수 있었던 점이 아닐까 싶다.


동해선에서 볼 수 있는 승강장 모습

 무궁화호와 전 구간에 걸쳐 노선을 공유하는 동해선 전철. 그래서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는 승강장 구조를 갖춘 역이 있다.


 동해선 전철 구간 중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역은 시종착역인 부전역과 태화강역 외에도 센텀역, 신해운대역, 기장역 등 몇 군데 있다. 이 역들은 고상홈을 사용하는 전철과 저상홈을 사용하는 무궁화호의 승강장 높이 차이로 서로 독립된 공간에 정차 중이다.


 아무리 전철의 열차 간격이 길어도 무궁화호보다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승강장 중간을 전철이, 측면을 무궁화호가 정차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 해당하는 역은 외형상 보이기에 쌍섬식 승강장 형태지만 동해선 전철만 보면 상대식 승강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쌍섬식 승강장 형태지만 엄연히 구분되어 있는 역(센텀역).
▲ 쌍섬식 승강장 형태지만 엄연히 구분되어 있는 역(기장역).


 한편 하루에 7회 운행 중인 무궁화호가 동해선 전철을 추월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무궁화호를 먼저 보내기 위해 동해선 전철이 대피하는 역이 바로 동래역이다. 부전역 방면으로는 그래도 무궁화호 7대 중 4대가 동래역에서 전철을 추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태화강역 방면으로는 단 1대만 추월하는 시간이 있다. 하루에 몇 안 되는 이 대피선 정차를 위해 스크린도어까지 설치해놓은 것도 분명 비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물론 무궁화호가 동해선 부전역~태화강역 구간을 운행하는 시간은 1시간 4분으로, 동해선 전철의 1시간 16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도 추월하는 장면을 볼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 하루에 몇 번 볼 수 없는 측면(4번) 승강장 활용(동래역).

     

다른 역과 구분이 필요했던 역들

 부산역이나 부산대역 등 부산이 들어가는 역은 지하철에도 꽤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먼저 사용 중이라는 이유로 명칭 앞에 부산이 들어가는 역은 동해선 개통 이전까지는 없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부산시청 앞에는 ‘시청’역이 자리하고 있는데 반해 김해시청 앞에 위치한 부산김해경전철의 시청역은 ‘김해시청역’이라고 표기할 정도다.


 그런데 동해선에서 ‘부산’이 들어가는 역인 부산원동역은 양산에 있는 원동역과 구분하기 위해 부산이 들어간 상당히 특이한 경우다.


 물론 서해선의 시흥능곡역이나 1호선(경원선)의 동두천중앙역 등 서울이 아닌 곳에서 먼저 동일 지명을 사용해 동등한 ‘시’의 지위에 있어도 구분을 위해 도시 이름을 더한 역이 있긴 하지만 ‘서울’을 붙여 지명을 구분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산원동역은 수영강 위에 승강장이 위치한 특이한 역으로, 출구 위치에 따라 자치구가 달라지는 경계에 자리 잡은 영향이 크다.


▲ 수영강 위에 자리한 부산원동역.
▲ 출구에 따라 자치구가 달라지는 부산원동역의 출구 안내.


 한편 지하철역과 같은 위치에 있다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전한 신해운대역 역시 개통 초기에는 해운대역으로 불렸다. 팔각정 형태의 역사가 인상적이었던 구)해운대역은 지금 역사만 남겨놓았을 뿐 디젤 열차가 우렁차게 뿜어내던 그 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다.


 새로 이전한 신해운대역은 오히려 2호선 장산역과 더 가까워졌다. 물론 두 역을 걸어서 이동하기엔 너무 멀어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심지어 신해운대역은 주요 도로에서도 벗어나 있어 버스의 이동 동선을 어색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 역의 버스 정류장은 한 곳 뿐인데, 이곳에서 상·하행 버스가 모두 정차한다. 따라서 버스를 타기 전 행선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동해선 신해운대역 역사.
▲ 구)해운대역 역사. 현재는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해운대역은 해안가를 따라 이동했기 때문에 차창으로 바라본 열차 풍경이 일품이었던 구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터널로 대체되어 속도는 많이 향상되었으나 철도 특유의 낭만적인 풍경이 사라진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기존 구간은 이제 철도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으나 동해남부선 시절의 해운대역~송정역 구간의 낭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철도가 주인이었던 당시의 기억을 더듬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은 철도가 단순 교통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더욱 부추기는 것만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그뿐만 아니다. 고상홈과 저상홈에 모두 대응이 가능한 누리로호가 아닌 무궁화호를 동해선 구간에 투입한 것도 역시 문제가 있다.


 누리로호를 동대구역~부전역 전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로 투입했다면 표정속도 향상은 물론 수도권의 ITX-청춘 열차를 운행하는 경춘선 구간처럼 승강장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비수도권 최초의 코레일 노선이 아닌가 싶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1월 15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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