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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21. 2023

대구 지하철 2호선 훑어보기

대구2호선 - 문양역~이곡역~영남대역

 대구 2호선은 대구 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유일한 노선이다. 1호선과 3호선은 남북축을 중심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2호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노선은 대구 지역에서 가장 깊은 곳을 운행하는 노선이다. 또 섬식 승강장 비중이 상당히 높은 노선으로 유명하다. 특히 대구에서는 1호선 안심역을 제외하면 섬식 승강장 구조의 역이 없기 때문에 승강장만 봐도 몇 호선 승강장인지 추측하기 쉽다.


영남대를 초역세권으로 만든 2호선 경산 연장

 2호선은 대구지역을 벗어난 첫 노선이기도 하다. 이는 인근 부산 2호선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부산 지하철도 2호선이 처음으로 부산지역을 벗어나 양산 시내까지 진출한 바 있다. 공교롭게 노선 색도 두 노선 모두 녹색으로, 노선 색만 놓고 보면 서울 2호선까지도 동일하다.


 대구를 벗어난 역은 현재까지 3개 역으로, 앞으로 1호선이 하양역까지 연장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시 경계를 넘나드는 유일한 노선이다.


 이중 종착역인 영남대역은 역 이름 그대로 영남대 정문에 역이 위치하고 있다.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영남대 캠퍼스가 펼쳐질 정도로 학교의 접근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 영남대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볼 수 있는 영남대 캠퍼스 전경.


 이러한 영향으로 영남대역은 영남대 학생의 수요에 따라 승하차 인원이 급변한다. 방학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과의 승하차 인원 편차가 상당한 것이다. 실제로 영남대역 승강장에는 거의 대부분이 대학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학생이 많다.


 영남대 학생들은 2호선 승하차 인원 전체 순위도 좌우하게 했는데, 영남대역의 승하차 인원은 2호선에서 환승역이자 가장 많은 인원이 탑승하는 반월당역 다음이다.


 따라서 영남대역부터 앉을 수 있는 좌석은커녕 서 있을 공간 확보도 쉽지 않을 정도로 혼잡도가 상당하며 반월당역이 지나서야 열차 내 빈 공간이 보일 정도로 꽤 효율적으로 운행함을 볼 수 있다.


▲ 승강장을 가득 매운 영남대 학생들.


2호선 유일의 지상역인 문양역

 2호선도 1호선처럼 모든 역이 지하에만 있는 노선으로 만들어질 뻔 했다. 그러나 달성군이 대구에 편입되면서 차량기지를 지금의 문양역 위치로 이전하는 계획으로 바뀌면서 2호선 유일의 지상역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문양역을 와보지 않은 승객은 2호선 열차의 전체 모습을 볼 기회가 없다. 1호선과 달리 2호선의 차량기지는 문양역에 위치한 이곳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지상에 있어서 그런지 문양역은 다른 2호선 역과 또 다른 느낌이 든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점은 단연 스크린도어다. 승강장과 선로가 거의 밀폐된 것처럼 문으로 막혀있는 다른 승강장과 달리 문양역은 객차와 출입문의 구분 없는 완전 개방형 스크린도어를 설치해놓았기 때문이다.


▲ 2호선 유일의 지상역인 문양역 승강장과 독특한 스크린도어.


 좌우로 움직여 열리는 일반적인 스크린도어의 모습이 아닌 상하로 움직여 열리는 것도 특징이다. 또 자연 채광과 상당히 높은 천장으로 마치 외부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역은 노인건강테마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으로, 다른 역에 비해 고령층 어르신을 많이 볼 수 있다. 역사 외부에는 실제로 노인건강테마역이라는 역 명판이 붙어있으며 특이하게 승강장 역 명판과 같은 디자인의 외부 역 명판을 볼 수 있다.


▲ 노인건강테마역 역 명판을 볼 수 있는 문양역 역사.
▲ 다양한 주제의 건강 정보로 꾸며놓은 문양역 대합실.


 이에 걸맞게 문양역 대합실은 다양한 주제로 꾸며놓은 건강 정보 코너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은행이 들어간 최초의 지하철역인 대구은행역

 대구 지하철에는 고유명사가 아님에도 유독 다른 지역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명칭을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역이 1호선 서부정류장역이다. 수도권에 그 많은 역 가운데 정류장이 들어가는 역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생소한 역 명칭임은 분명하다.


 2호선에도 이와 유사한 역이 있다. 바로 대구은행역으로, 대학교가 아닌 이상 상업 기관의 명칭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우리나라 지하철 역 이름을 고려해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역 명칭이다.


 실제로 대구은행 본점 앞에 자리한 이 역은 역에 내리면 승강장부터 대합실 그리고 출구에 이르기까지 대구은행 관련 광고로 장식되어 있다.


 이는 지역 색이 강한 지역 은행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부산은행도 역 이름에 반영된 것(부산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을 보면 만약 ‘서울은행이 남아있었다면 서울은행역이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 은행이 역 이름에 들어간 최초의 역인 대구은행역.


지하 공간이 거대한 이곡역

 이곡역은 대구에서 가장 깊은 역으로 승강장은 지하 31m 높이에 달한다. 이를 말해주듯 이곡역 대합실은 거대한 지하벙커를 연상하게 한다. 특히 지하 1층은 상당히 깊은 곳에 있다.


 출구와 연결된 곳은 지하 중 1층 공간이며 개찰구가 있는 공간은 지하 1층으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이어졌기에 1개 층 차이가 있지만 천장을 없애서 그런지 더욱 웅장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연출한다. 그래서 지하 1층, 지하 2층이 아니라 지하 중 1층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 거대한 벙커를 연상하는 이곡역 대합실(지하 중 1층에서 바라본 모습).
▲ 거대한 벙커를 연상하는 이곡역 대합실(지하 1층에서 바라본 모습).


 이곡역의 역 번호는 222번으로 2가 3개 연속으로 이어지는 역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이렇게 같은 숫자가 3개 연속으로 나오는 역은 333번의 3호선 대봉교역과 이곡역이 유이하다. 1호선에는 111번역이 없다는 것도 특이 사항이다.


 현재 1호선에서 가장 번호가 작은 역은 115번의 설화명곡역으로, 이 역의 서쪽으로 노선이 더 연장되지 않는 한 111번역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2월 20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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