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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28. 2023

대구 지하철 3호선 훑어보기

대구3호선 - 칠곡경대병원역~남산역~용지역

 대구 지하철 3호선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한 모노레일 열차다. 따라서 다른 2개 노선과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또 노선의 전 구간이 지상으로만 다니고 있어 랜드마크 역할로도 충실한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으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면부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도 3호선만의 매력이다. 모노레일이라는 단어 그대로 선로가 하나에 불과한데다가 방음벽도 없어 그야말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는데 최적의 요소를 갖췄다.

     

다양한 래핑으로 꾸며놓은 열차

 지상으로만 다니는 3호선은 아무래도 외부 노출이 다른 2개 노선에 비해 많다. 대구교통공사는 이 점을 잘 이용해 열차마다 다양한 래핑을 해놓았다. 특히 지역 소개 래핑은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교통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 다양한 래핑으로 화려한 3호선 열차.


 래핑 덕분에 3호선은 다른 2개 노선에 비해 알록달록한 문양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열차는 노선 고유색인 노란색 바탕을 기본으로 한 배경을 채택해 여기서도 통일성을 고려한 점이 눈에 띈다.


주변 지형에 영향을 많이 받아 볼 수 있는 풍경들

 3호선은 모든 역이 도로 위 고가철교에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로는 그렇게 넓은 공간을 확보한 곳이 아니기에 3호선 승강장과 연결통로의 폭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 점은 1, 2호선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하곤 한다.


 우선 계단으로 이어놓은 연결통로는 다른 노선의 승강장에 비해 상당히 좁다. 사람이 두 명 겨우 지나갈 정도의 폭이기 때문이다. 물론 3호선은 모든 승강장이 상대식 승강장이지만 승강장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 연결통로 폭이 유독 좁은 3호선.


 이처럼 지상에 위치한 역은 랜드마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지만 이용 승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사항이 이만저만 아니다.


 일부 역에서는 상행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내려가는 승객의 연결통로는 한 곳에 불과해 이동 동선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병목현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나아가 출구에도 상행 전용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놓은 역도 있어 내리는 승객은 모든 출구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다른 노선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 상행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연결통로.
▲ 상행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출구.


 한편 방음벽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조치도 있다. 평소에는 창문을 완전히 개방해 차창 풍경을 감상하기 좋게 해놓았지만 특정 구간에는 창문을 불투명 유리로 바꾸어 외부를 볼 수 없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승객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고, 3호선 열차에 근접해 있는 상업지구나 주거 지역은 사생활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 평소의 3호선 창문.
▲ 불투명 유리로 바뀐 3호선 창문.


환승역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남산역

 대구의 환승역은 거의 한 곳에 모여 있다. 1, 2호선의 경우 환승역이 연이어 등장할 정도다. 반면 3호선은 한 역을 걸러 환승역이 등장하는데 그 사이에 낀 역이 바로 남산역이다. 그러니까 남산역이 대구 지하철에서 유일하게 인접역이 모두 환승역이다.


 이 역은 교차로 모퉁이에 자리한 것도 특징이다. 3호선은 남산역을 끼고 거의 90도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다. 따라서 남산역을 두고 양 옆으로 모두 상당한 곡선을 그리며 열차가 출발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 교차로 한 쪽 끝에 자리한 남산역.


 그러나 모노레일 특성 상 남산역의 주변은 항상 조용하다. 곡선임에도 철도 특유의 쇳소리를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3호선이 지하철이었다면 노선 선형 문제로 남산역이 탄생하지 않고 3호선도 명덕역에서 청라언덕역까지 바로 연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남산역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채택해 역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리고 독특한 선형 덕분에 승강장에서도 열차의 측면부를 온전히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테마가 있는 황금역

 3호선에는 다른 역과 조금 다른 분위기의 역이 한 곳 있다. 타 지역 사람들이라면 역 이름부터 눈길이 갈 황금역이다. 이 역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선거를 주제로 대합실을 꾸며놓았다.


▲ 대합실을 선거테마역사로 조성해놓은 황금역.


 대구교통공사와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조성해놓은 이 공간은 대합실부터 승강장 연결 계단에 이르기까지 개표절차, 선거의 역사, 선거부스 체험 등 다양한 주제로 승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2월 27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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