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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an 06. 2020

혼슈의 가장 서쪽 역으로 자리잡은 소박한 역

산인선 - 우메가토역

  어느 나라나 경계가 있기 때문에 최극단이라고 표시할 수 있는 곳이 4곳(동서남북)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철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서 최극단 역으로 반드시 4개 역을 지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각 섬 별로 최극단 역을 지정해서 기념하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산인선에도 그에 해당하는 역이 있다.

  바로 혼슈 섬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역인 우메가토역이 그 대상이다. 지도를 보면 산인선의 시종착역인 시모노세키역이 최서단에 자리한 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메가토역이 그보다 더 서쪽에 자리한 모양이다. 이 우메가토역은 일본의 최서단 역도 아니고, 승객도 많은 역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할 수밖에 없는 역이지만, 또 다른 최서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역이 되었다.


큰 특징이 없어 보이는 우메가토역 역명판.


  그냥 스쳐 지나가는 역이라면 혼슈의 최서단인지조차 알 수 없는 우메가토역. 이 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역명판은 인근 역과 전혀 다른 것을 찾을 수 없는 아주 기본적인 역명판에 불과하다.


이곳이 혼슈의 최서단 임을 알리는 플래카드.


  그러나 역명판이 아닌 역사 건물을 유심히 봤다면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역임을 알 수 있다. 마치 '나에게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고 말을 하듯 눈에 띄는 캐릭터가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쵸루루(ちょるる)로, 무려 야마구치현의 PR본부장의 직급을 가진 높으신(?) 분이다.

  이 캐릭터 위에는 혼슈의 최서단 역이라는 표시와 함께 우메가토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하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최서단만 유독 빨간색 점으로 강조해놓은 우메가토역. 서쪽이기 때문에 경도만 별도로 표시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모노세키역에 혼슈 최서단이라는 표기가 없었던 것은 바로 우메가토역의 존재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하나에 그치지 않고 여러 곳에 걸쳐 알리고 있었다.


  이곳이 최서단 임을 알리는 표기는 플래카드 단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 창문에도, 또 다른 외벽에도 혼슈의 최서단 임을 강조해놓은 우메가토역. 본부장인 쵸루루만으로 부족했는지 시모노세키의 특산물인 복어를 의인화한 캐릭터까지 동참시켰다.

  이렇게 그냥 지나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법했던 혼슈의 최서단 역 지위는 이렇게 포토존들과 함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인역이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었던 우메가토역.


  놀라운 것은 우메가토역이 유인 역이 아닌 무인역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상주하는 역무원은 없지만, 우메가토역은 마치 매일 누군가의 손길이 거치는 역처럼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청소도구를 보면 알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일정 시간이 되면 우메가토역에 나와서 마치 자기 집 앞마당을 쓸듯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청소에 그치지 않고 우메가토역을 찾은 외지인들을 위해 기념사진도 찍어주는 등 마치 관광 안내를 자청하는 것처럼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다.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인상과 행동이 혼슈 최서단이라는 이름과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소소한 관광지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역 주변은 큰 특징을 찾을 수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이 역 주변의 모습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우메가토역의 유일한 출구를 빠져나오면 보이는 것이라고는 통행하는 차도 거의 없는 2차선 도로에 주택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지역 주민들이 승하차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해가 되었던 분위기였다.

  종착역이 아닌 중간역이지만, 가장 서쪽에 위치할 수 있었던 것은 철도와 평행하게 곡선으로 꺾이는 도로가 잘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혹이 튀어나온 듯 살짝 볼록하게 들어갔던 산인선 노선과 도로. 그것은 우메가토역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보고자 하는 노력처럼 느껴졌다.


현판까지 갖춘 우메가토역.


  별도의 출입문조차 찾기 어려웠던 우메가토역의 입구. 그곳은 누구에게나 개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보였다. 혼슈 최서단 역이라는 현판은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분위기까지 만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그곳은 너무도 한산한 시골역 중에서도 시골역이었다.


비록 단선이지만 열차는 2량 편성으로 다니고 있다.


  더 나아가 우메가토역은 1면 1승강장의 구조로, 역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시설만 갖추고 있는 역이다. 그러나 열차는 그나마 자주 다니는 편이어서 그렇게 쓸쓸하지는 않다. 특히 이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는 승객들이 제법 있어서 1량 편성 열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역에 불과한 우메가토역은 일본 전체가 아닌 혼슈에 한정된 공간에서 최서단이지만, 그런 의미마저 잘 살려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는 우메가토역을 찾게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어 지금도 외지인을 유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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