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북으로 달리는 신칸센을 도호쿠 신칸센이라고 한다. 이 열차가 달리는 지역이 도호쿠 지역이어서 이런 명칭이 붙었는데, 북쪽으로 지속적인 연장을 한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도호쿠 신칸센은 현재 일본 전역에서 가장 빠른 열차가 달리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최고 시속 320km/h에 달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도호쿠 신칸센을 근간으로 가지치기를 하듯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다른 신칸센 노선들도 자리하고 있어서 도쿄 이남에서 볼 수 없는 열차 간 병렬연결(이하 병결, 併結)도 볼 수 있다.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병결도 신기하지만 다양한 열차 조합으로 병결해서 운행하는 열차를 보면 마치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 든다.
도호쿠 신칸센이 모리오카역까지 연장되었을 때는 기존 노선이었던 도호쿠 본선도 그대로 나란히 이어져왔다. 물론 신칸센으로의 유입으로 승객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모리오카역 이북으로 연장되면서 도호쿠 본선이 JR 소속이 아닌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되었는데, 이는 현재 도호쿠 신칸센의 마지막 역인 신아오모리역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신칸센이 있는 빨간색 부분은 마치 재래선이 끊어진 것처럼 보인다.
JR 동일본 홈페이지의 노선도에서 제3 섹터 구간으로 바뀐 모리오카역 이북 구간을 살펴보면 신칸센의 표기는 있지만, 기존의 도호쿠 본선 구간은 지도 상에 표기되어 있지 않다. 제3 섹터 철도로 바뀐 구간의 표기가 없다 보니 모리오카역 북쪽에 자리한 다른 재래선 노선이 도중에 끊어진 것처럼 이상하게 보인다.
이상하게 보이는 노선에는 원래 JR 소속이었던 도호쿠 본선이 이어지는 자리다. 물론 제3 섹터 철도로 바뀌긴 했지만 이 구간은 여전히 많은 열차들이 운행하고 있는 살아있는 철도 노선이다.
사실 그곳에는 도호쿠 본선이었던 아오이모리 철도(좌)와 이와테긴가 철도(우)가 자리잡고 있다.
남북 분단처럼 끊어진 것처럼 보였던 곳에는 다음과 같이 숨겨진 노선이 위치하고 있다. 홋카이도 신칸센이 개통할 때 이관된 제3 섹터 철도 구간과 마찬가지로 도호쿠 신칸센이 개통함에 따라 원래 있었던 도호쿠 본선도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되어 더 이상 JR과 관련 없는 철도로 바뀌었다. 단, 홋카이도 구간과 달리 이 제3 섹터 철도 구간은 현의 경계에 맞춰 또 두 회사로 나누어진다.
아오모리 현에 위치한 도호쿠 본선 구간은 아오이모리 철도라는 이름으로 운행 중이고, 이와테 현에 위치한 도호쿠 본선 구간은 이와테긴가 철도라는 이름으로 운행 중이다. 이 두 노선의 경계는 아오모리 현에서 이와테 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자리한 메토키역이다.
JR 노선 지도 상에 끊어졌던 아오모리역 ~ 모리오카역 구간을 대체하는 두 철도 회사.
아오모리의 한자 사이에 'い'를 추가해서 만들어진 아오이모리 철도. 이와테와 은하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와테긴가 철도. 홋카이도의 도난이사리비 철도에 비하면 이름이 짧은 편이다. JR 노선과 합류하는 아오모리역과 모리오카역은 별도의 역사(驛舍) 없이 JR 역사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다른 역도 새로 만들어지기보다는 기존 JR의 시설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신칸센 개통으로 새롭게 생긴 신아오모리역(신칸센 좌, 재래선 우).
도호쿠 신칸센의 아오모리 현 구간 연장과 함께 만들어진 신아오모리역은 도호쿠 신칸센의 종착역이자 신칸센 최북단역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홋카이도 신칸센 개통으로 신칸센 최북단역의 지위도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고 홋카이도 신칸센과의 직결 운행으로 종착역의 이미지도 살짝 흐려졌다.
신아오모리역은 홋카이도 신칸센의 신하코다테호쿠토역과 마찬가지로 아오모리역이 해안가에 치우쳐 있어서 만들어지게 된 역인데, 신하코다테호쿠토역과 달리 아오모리역으로 이어지는 별도의 재래선 셔틀열차는 없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역이 아오모리역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기도 하고, 신아오모리역 다음 역(츠가루신죠역)까지 운행하는 짧은 셔틀형 열차가 있기 때문이다.
JR과 제3 섹터 열차의 주요역 역 명판.
한때 도호쿠 본선의 주요 역으로 모든 여객 열차가 멈춰 섰던 역인 아오모리역, 하치노헤역 그리고 모리오카역. 지금도 신칸센 하치노헤역을 제외하면 이 역에는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큰 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리오카역을 제외한 나머지 두 역에서 도호쿠 본선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모리오카역도 도호쿠 본선의 시종착역으로, 한 방향만 표기된 역 명판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원래 JR의 역 명판이 있었던 하치노헤역과 아오모리역은 아오이모리 철도의 역 명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JR 역 명판을 보려면 같은 위치에 있는 다른 노선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도호쿠 본선은 도호쿠 신칸센의 길이가 늘어난 만큼 반대로 줄어든 샘이다.
JR 열차와 아오이모리 철도 열차가 나란히 정차하고 있는 모습.
모리오카역의 경우 극히 일부 열차를 제외하면 JR과 이와테긴가 철도 열차가 나란히 정차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아오모리역의 경우 위 사진처럼 두 회사 열차가 나란히 정차하고 있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비록 회사는 분사해서 다른 회사가 되었지만, 근간은 JR 였기 때문에 동일한 열차를 사용 중인 JR과 제3 섹터 철도 열차들. 그래서 다른 것 같으면서도 또 같은 회사처럼 느껴진다. 이는 이와테긴가 철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제3 섹터는 아니지만 열차 편성과 운행 빈도가 많이 줄어든 도호쿠 본선.
한편 신칸센이 개통했음에도 계속 JR로 유지하고 있는 구간인 모리오카역 이남 지역도 제3 섹터나 다름없는 운행을 보이고 있다. 열차도 통근 시간이 아닌 이상 2량 편성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운행 빈도 역시 30분을 초과하는 경우가 잦다. 한때 특급열차가 다니고 긴 편성의 보통열차, 그리고 쾌속열차가 다니던 도호쿠 본선은 이제 본선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짧은 편성의 열차만 간간이 다닐 정도로 상황이 급변해 버렸다.
간선 철도보다는 통근 철도로 바뀌어버린 도호쿠 본선.
도호쿠 본선에서 승객들이 북적대는 시간은 이제 통근 시간에 한정되어 버렸다. 이 시간이 지나면, 열차는 물론 승강장도 적막한 기운만 감돈다. 승강장이 큰 본선이었기 때문에 그 느낌은 시골 철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신칸센은 '속도가 곧 돈'인 비즈니스 맨에게는 훌륭한 교통수단이지만, 이렇게 짧은 거리를 오가는 승객과, 타지에서 여행 온 여행객들, 그리고 철도 자체를 사랑해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탈 거리를 뺏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승강장 길이가 말해주는 도호쿠 본선의 화려했던 옛 모습.
열차 내에서 바라본 승강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기만 하다.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하는 것도 한참이나 걸린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열차는 더욱 초라하게 보인다. 승강장이 거대하다 보니, 승객이 어느 정도 있어도 꼭 비어있는 것처럼 공허함만 가득하다.
간선 철도여서 곡선 구간도 그렇게 많지 않다.
신칸센 못지않게 잘 펼쳐져 있는 도호쿠 본선. 신칸센이 없던 시절, 이곳은 가장 빠른 특급열차가 속도 자랑을 하며 지나쳤던 장소였다. 그러나 이렇게 쭉 뻗어있는 구간은 2량 편성의 보통열차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길처럼 느껴졌다. 열차가 엔진 소리를 거칠게 뿜으며 자기가 달릴 수 있는 속도를 최대한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제자리걸음 하듯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철도의 주인은 이제 화물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어쩌다 마주치는 열차는 2량 편성의 보통열차가 아닌 끝을 알 수 없는 화물 열차였다. 여객 열차는 거의 사라졌지만 이 자리에 철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물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화물 열차가 이곳을 계속 달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끝이 안 보이던 화물 열차가 지나갈 때면, 잠깐이나마 열차가 다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여운이 감돈다.
이처럼 도호쿠 신칸센은 도호쿠 본선과 한때 도호쿠 본선이었던 구간의 열차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