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당신에게 어떤 계절인가
계절은 돌고 겨울은 가을을 잡아먹으며 성큼 다가왔다. 남들은 봄을 탄다 가을을 탄다 하지만 난 이상하게 겨울을 탄다.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다른 누구보다 빠르게 겨울 냄새를 맡는다. 생각해보면 겨울은 정말 신기한 계절이다. 적막을 깔아 오히려 소리를 생생하게 만들고 나무와 꽃을 없애 무의 상태로 돌아가 오히려 밥 냄새를 증폭시킨다. 무의 계절이면서도 동시에 어느 때보다 생생한 향과 색을 뽐내는 계절이다
날이 점점 추워져서 해는 짧아지고 우리의 삶도 얼마 남자 않은 것 같은 조바심을 주는 시기이다. 무언가 이뤄낸 것이 없어 보여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내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 동굴 속에 들어가서 연말이란 폭풍을 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겨울이란 계절은 마무리와 시작을 동시에 품은 양면적인 순간의 연속이다. 연말에 한숨을 쉬다가도 그다음 날 일출을 보며 새희망을 품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있다. 겨울은 상처와 약을 함께 주는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그래도 겨울을 생각하면 어딘가 소중하고 낡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전 남자 친구의 자취방 근처를 한참 걷다가 오래된 슈퍼에서 메로나를 사서 함께 먹으면서 밤 냄새를 맡았던 것, 할아버지와 군고구마가 생각난다는 것, 수확이 끝났지만 남겨뒀던 무를 뽑아서 시원한 뭇국을 끓이는 엄마
오래되고 빛바랜 추억이 가득한 겨울은 뜨거웠던 계절을 지나 결국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