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말(예쁘고, 바르고, 고운 말=쓰리고)
시골에서 나고 자라 말투가 투박하고 무식하기 그지없다. 고쳐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옆에 늘 한결같이 고운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울퉁불퉁하고 볼품없고 이기적인 나를 나는 참 좋아한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
아침은 꼭 먹어야 해. 안 그러면 학교 가지 마.
돈 없어. 그걸 꼭 사야 되니? 남들 다닌다고 너도 그 학원을 꼭 다녀야 하니?
우리 딸 마늘도 하루 종일 잘 까고 이쁘네.(=나는 끈기 갑)
언니랑 자전거 타고 치킨 배달 다녀와.
방학이니까 한 달 동안 작은 엄마 집에서 놀다 와.
엄마는 나에게 건강, 돈에 대한 집착, 자유로운 영혼 이 세 가지를 주셨다. 엄마가 차려준 아침은 평생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습관이 되어 저절로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 엄마의 돈 버는 성실함과 아끼는 습관을 그대로 물려받아 돈에 대한 집착이 방 천정을 뚫고 우주를 향하며 그 욕심은 일론 머스크 저리가라다.(중간중간 술술 풀어 보려니 자알 따라 해 보시라. 돈이 척 붙는다.) 어릴 적 날마다 노는 나를 보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일절 안 한다. 물론 먹고살기 바빠서 무신경했던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생각을 자유롭게 유지하며 틀에 박힌 사고로 삶이 괴롭거나 유치하지 않다. 무언가 늘 찾아 헤매며 새로운 세계에 발을 쉽게 들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호기심이 발동하여 쉽게 접근한다. 그러나 흥미를 잃으면 빠르게 발을 뺀다. 상상력이 무궁 무진하여 나의 허황된 사고를 말릴 재간이 없다. 남편이 가끔 '쯧쯧' 거리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독특한 나를 만들어준 나의 엄마에게 늘 감사하다. 엄마가 만약 도자기 빚듯이 나를 쪼물딱 쪼물딱 관여하고 간섭했다면 아마도 이런 작품(=나)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리라.
내가 딸에게 했던 말
대학 가지 마.
고등학교 졸업하면 짐 싸가지고 나가서 독립하는 거야.(짐은 현관 앞에 둘께.)
네가 예쁘게 만든 물건으로 창업하자.
나랑 카페 차릴까?
학교에서 하는 행사는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거야.
언니 몰래, 너만 주는 거야.
너의 소매 속에 엄마 사랑이 들어 있어. 너도 알지? 그렇게 늘 옆에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걱정도 하지 마. 엄마 회사 다녀올게.
뭐든 그런 셈 치고 살아.
나는 딸에게 듣기 싫은 말을 반복하여 딸을 괴롭힌다. 딸이 눈물 흘리고 소리 지르며 난리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계속 나불댄다. 어릴 적 돈 때문에 괴로웠고 비교 당하고 슬펐던 기억을 고스란히 딸에게 반복 재생이다. 나의 돈에 대한 집착을 글쓰며 깊이 깨닫게 된다. 헛웃음이 나온다. 그만하자. 고만하면 됐다. 그런데 자꾸 뚝 튀어나온 입이 말썽이다. 이런 나를 통제하지 못하니 나는 어른도 아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건가? 나의 이런 못된 말로 딸을 그만 괴롭히자.
하지만 나에게도 주옥같이 예쁜 말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으뜸은 '그런 셈 치고 살자' 손해 보면 어떻고 시험 0점이면 어떻고 달리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조금 깨지고 피가 나면 어떠랴. 손해 보면 다시 시작하고 0점이면 맘잡고 공부하고 넘어지면 스스로 발딱 일어나면 될 것을 인생이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은 밥 먹듯이 따라다닌다. 그런데 모든 것은 나의 맘이 문제다. 따라 해 보셔라. 당신에게 행운이 줄줄 따르리라. 그런데 돈이 줄줄 세면 큰일이다.(뜨끔했다면 당신은 문제 있는 거다.)
뭐든. 그런 셈 치고 살자.
어느 동화책 속에서 읽고서 삶의 지침이 된다.
김민서
그녀의 이름 석 자는 막내 시누이의 큰딸이다. 시누이는 미용사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머리 손질하며 대화도 잘하고 손님들에게 머리도 스타일에 딱 맞게 잘 다듬어준다. 그런데 시누이는 딸에게만은 다르다. 손님들에게는 그렇게 다정다감하게 말하는데 딸에게는 말도 아니다.
어우 짜증 나. 저리 비켜. 내가 못 살아.
쫌 나가줄래?
늘 짜증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물론 딸이 셋이다. 무척 힘든 몸인 것은 인정하나 뭐가 그리 불만인지 늘 불평불만이다. 더 가관인 것은 큰딸이 점점 커가니 공부 한풀이를 큰딸에게 한다. 여섯 살에 영어 학원을 가서 지독하게 공부를 요구한다. 그렇게 강요하고 억지로 배우니 영어로 말하기는 술술이나 아이에게 눈을 깜박이는 '틱' 증상이 왔다. 그러면 그만해도 되는 것을 수학 학습지와 영어 숙제를 모두 하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으며 늘 싸움이다. 서로 고성이 오가고 공부하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 아이를 시퍼렇게 질리게 한다. 어린 시절 시누이의 부족한 공부를 아이에게 꽉 채우려는 욕심은 반항심을 불러오며 반대로 행동하게 한다.
아이는 중학교 때 과외를 받았다. 부모가 시키니 뭐든 해본다. 과외 선생님이 천진난만한 아이에게 한마디 한다.
민서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 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요것이 희망의 메시지인지 악의 구렁텅이인지 아이는 그 말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리고 엄마가 알지 못하게, 알아채지 못하게 서서히 공부를 내려놓는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혼자 마음속 진로를 정한다. 미술을 잘하고 손재주가 좋으니 '타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마음속 꿈을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꼭꼭 숨긴다. 분명히 변호사, 판사가 되기를 원하는 엄마에게 말하기 싫다.(=엄마는 점집에서 민서가 변호사가 된다고 해서 굳게 믿는다.) 그러나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하니 '척'은 한다. 공부하는 척을 해야 하니 책은 책상 위에 늘 고스란히 펼쳐진다. 하지만 공부를 내려놓은지 한참이다. 남들 수능 보니까 시험 보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대학 원서 쓰라고 하니 써본다. 하지만 일찌감치 대학은 포기다. 갈 마음도 없고 가서 공부만 할 자신이 없다. 아이는 본인의 갈 길을 오뚝이처럼 서서히 가는 거다.
더 이상 시키는 일만 하지 않는다.
엄마의 독한 말을 듣고도 조카가 곱게 자랐으며 본인의 꿈을 가져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일찌감치 부모의 틀을 깨고 느낌 가는 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나는 그녀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앞 길은 창창하게 열려있으며 당당하게 가고 있다.
모든 부모들이 예쁘고 바르고 고운 말로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친구처럼 고민을 나누고 가끔 티격태격하며 삶을 사는 건 좋은 거다. 나는 그렇게 잘 살고 있다.
아이의 삐뚤어진 행동은
너의 독설 때문이다.
쓰리고 / 채코
말 잔치를 아시나요?
말이 참 재미져요.
말, 말, 말
듣기 좋은 말, 짜증 나는 말, 화가 나는 말
그 중에서 으뜸은 요?
예쁜 말, 바른 말, 고운 말
쓰리고가 뭐냐고요.
예쁘고 바르고 고운 말
제가 만든 말
비웃지 마시고요.
글을 쓰니 시가 저절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