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흐름
[아침]
아침이 좋아한다. 특히 이른 새벽을 좋아한다. 새벽에 눈이 파박 떠진다. 스무 살에 큰언니 시어머님에게 남들 다 자는데 왜 잠을 자지 않고 바스락 거리냐고 혼난 적이 있지만 저절로 떠지는 눈을 막을 수 있나? 지금도 조용히 새벽에 히죽히죽 웃으며 혼자 글을 써 내려가다. 자기 전 되뇌며 끄적이던 기억들, 꿈속에서 상상한 이야기들이 줄줄 실타래가 되어 엮어진다. 저녁에 잘 나오지 않는 글이 새벽이 되면 피곤한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나온다. 나처럼 새벽형 인간 꼭 있다고 믿는다. 당신도 그런한가? 나랑 잘 어울리겠다.
그러면 제 몸의 흐름을 하나씩 찾아가 본다.
나를 따라오면 된다.
[저녁]
저녁이 되면 몸이 금방 녹초가 된다. 아침에 느끼던 좋은 에너지가 조금 덜 하다. 그래서 어디가 좋은가? 맞다. 나만의 장소가 있다. 주방의 인조대리석 상판 위에서 책을 읽는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5,000원 하는 미니 밥상을 올리고 넓은 독서대에 책을 놓은 후 졸음을 떨치려고 서서 읽는다. 책을 읽는 이유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는 아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다 보니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진다. 아무도 몰래 3년 전에 [고전 읽기 백일장 대회]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1차 합격, 다시 2차 합격, 최종적으로 특별상(상금X)을 타기도 했다. 최고의 상은 대통령상 이다(상금 200만 원). 이번에 또 도전하려한다. 같이 해볼까? 책만 읽었는데 상까지 주니 행운이 저절로 따라온다. 책 속에서 작가들이 추천해 주는 책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간다. 어릴 때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과학자가 되었을 텐데 후회가 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른다. 혼자 또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책을 따라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글을 쓰며 나만의 무기(=에너지)를 하나씩 쌓아 올린다. 소중한 문구들을 몸 깊숙이 담아두고 꺼내고 싶을 때 하나씩 사용한다. 글로 써 놓으니 사진, 문구, 장소, 가격이 궁금할 때 다시 보게 된다. 비교하고 알아가고 찾아보고 여러 가지 것들을 매일 공부할 수 있다. 유튜브, TV 등, 영상의 힘보다는 글의 힘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몸이 반응하는 쪽으로 잘 가고 있는 게 맞는가 싶다
글쓰기 대회에 나가는 이유는 딸들에게
자극을 주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말 못 하는 자식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바다]
나의 고향은 차로 20분 가면 바다가 나온다. 어릴 적부터 친적들이 바닷가 주변에 살아서 자주 가게 되어 친숙하다. 짠물에 몸을 담그면 몸에 붙어있던 안 좋은 균들이 달아난다. 특히 발, 발 틈 속의 세균이 휘리릭 날아간다. 몸 구석구석 청소하는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을 느끼려고 바다에 가서 몸을 담그고 물 위에 붕 떠서 생각에 잠긴다. 잠깐, 잠이 와서 멀리 달아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 잊지 말아야 한다. 몸이 바다에 조금 피해주게 되어 바다님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산]
스무 살에 산악회 동아리에 가입한다. 그때부터 전국의 많은 산을 다닌다. 돈이 없던 시절이라 승용차에 10명씩 타고 산 아래 도착하기도 한다. 산에 오르면서 소리에 귀 기울인다. 새소리, 물소리 혹시 나무들의 소리가 들으며 숨을 깊게 쉬기도 한다. 생각에 잠기고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몸속 리듬을 찾아간다.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니 높은 구름이 하늘은 가득 매운다. 딱 트인 곳에 있고 하늘을 만질 수는 없지만 나만 품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나를 더욱 잘 살게 한다.
[여름]
뜨거운 한여름에는 더위를 타지 않는다. 땀이 흐르지 않아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고 그런 거 별로 없다. 너무 더우면 어쩔 수 없지만 주말이면 베란다에 대형 튜브를 펼치고 물을 가득 담아 놓고 딸과 같이 들어가서 물놀이 한다. 워터파크의 더러운 물보다 더욱 시원하고 느낌이 좋다. 그 기분을 같이 느껴야 하는데 저만 알고 있어서 무척 아쉽다.
[겨울]
추운 것을 싫어해서 꼭꼭 숨어 산다. 그러나 밖에 나다니기 좋아하니 집에만 있을 수 없다. 숯불 가마를 가진 찜질방으로 향한다. 가마 속의 이글이글 타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몸 속에 좋은 기운을 불어 넣는다. 더운 가마 속에 들어가서 땀을 쏘옥 빼고 나온다. 가만히 눕거나 앉아 있으면 뜨거운 기운이 콧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따뜻한 물이 몸속에 들어오는 것처럼 뜨거운 공기가 몸 여기저기에 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알아야 한다. 몸에 좋은 에너지가 나오는 이유를 이제 조금 눈치 채는 것은 간단하다.
[햇살]
뜨거운 햇살이 있으면 모자를 쓰거나 선글라스를 쓴다. 좀 많이 가리고 다닌다. 하지만 햇님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손이나 발에 닿으면 따뜻해지는 느낌이 있으니 찬 바람 부는 날이면 저절로 몸이 햇살을 향한다. 신호등 앞에 서면 햇님 쪽으로 몸이 가는 때가 반드시 있다.
[비]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빗소리가 좋아진다. 비가 오면 축축한 느낌이지만 가만히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신기하다. 비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므로 소리도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 여우비는 뜨거운 햇살에 잠깐 내리는 비를 말하는데 쏴 내리는 빗소리가 시원스럽고 가끔 무지개를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져다준다. 또한 소나기는 한여름에 자주 내리는 비를 말하는데 창문으로 떨어지는 물방울과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다음날 쨍한 하늘을 보고 거리를 보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정말 비의 힘이 굉장하다. 그래서 나의 몸은 비가 올 때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게 아니라 빗소리를 들어야 해서 더욱더 귀를 쫑긋하고 주변을 살피며 즐거워 한다.
몸을 괴롭히지 않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면 몸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면 눈이 또렷한지 밤늦게까지 있어야 총명한 에너지가 나오는지 알아야 한다. 밤낮을 알았다면 이제는 산, 바다, 여름, 겨울, 햇살, 비 등 어떤가? 나와의 여행이 재미있지 않은가? 나의 몸을 알면 좋은 에너지들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뭍어난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같이 사는 동안에 즐거움을 줄 거라고 믿는다.
자식과 함께 달콤한 인생을
원한다면 나의 몸의 흐름을 떠올려보아야 한다.
그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으로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