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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Nov 14. 2019

현대미술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연재를 시작하며 #히치하이커를 위한 변명



 현대미술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도 아니다. 먹고사니즘에 집중하다 어느 순간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미술의 역사와 개념미술로 상징되는 온갖 철학적 의미들을 알아채기란 결코 쉽지 않다. 초록장 국어사전에는 미술을 "공간과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이 정의는 이미 낡았다. 이브 클라인이 퍼포먼스를 창시해 미술에 해프닝(happen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도 벌써 반세기가 지났고,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이라는 인간의 오감이 모두 미술의 개념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은 그저 아름다운 것, 보기 좋은 것, 선 과 색, 2차원 공간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니, 개념미술이니, 해체주의니 하는 철학적 명제들을 이해하고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오고 가며 뭔가를 읽어내는 작업은 때로 고되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인터넷 유머글에 '4살 아이 그림과 현대미술 구분하기' 퀴즈가 나오고, 사실 잘 모르겠다고 고해성사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겠는가. (고백하자면 글쓴이 역시 반타작밖에 하지 못했다. ) 점 하나 찍고 이게 현대미술이라고 우기거나 '오랄(Oral) 아트'냐고 조소하는 사람들에게 변변한 반박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매력적이고 신비롭다. 작가가 비밀스럽게 숨겨둔 의미와 가려 놓은 메시지를 알아챈 후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은 우리가 미술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임이 분명하다. 현대미술의 감상자들은 마치 보물섬을 찾는 선장처럼 넓은 바다를 헤매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하면 좋겠지만, 전문가들조차 끊임없이 공부해나가야 하는 이 바다에서 완행을 택했다가는 나가떨어지기 십상일 터다. 그래서 나는 '히치하이커'가 되기로 결심했다. 모든 앎의 과정을 정석대로 밟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개념을 빌려 타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일련의 글들은 현대미술을 히치하이킹하기 위한 매우 서툴고 거친 안내서이자 햇병아리 히치하이커의 요약노트다. 물론 이 글이 현대미술 방법론의 핵심을 포괄 하고 있다거나 이 키워드들로 모든 현대미술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며, 소개된 작가들이 해당 키워드만 가지고 설명될 수 있다는 얘기도 결코 아니다. 다만 세상의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정의 내린 몇 가지 키워드들을 빌려 미술에 대해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현대미술을 쉽다고 얘기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독해하고 읽어냈을 때의 기쁨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현대미술을 항해하는 모든 히치하이커들에게 이 글이 자세하진 않아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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