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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Apr 11. 2021

사는 일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사는 일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유품을 정리했다.

수많은 옷과 소품, 운동기구들... 그의 모든 삶의 흔적은 쓰레기가 되었다. 작은 방을 가득 채운 대용량 쓰레기봉투 안에는 그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수두룩했다. 사는 일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등산을 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며 쓰레기를 수거해서 버렸다. 내가 만든 흔적을 쉽게 지우기 위해 최소화된 짐을 가지고 갔다. 작은 배낭으로 충분히 해결되었다.

 

청소를 했다.

30평의 공간을 청소하며 내가 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하루에 닿지 않는 공간들. 살펴보지 않던 베란다와 방구석. 그 위로 쌓여 있는 먼지.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낭비가 아닐까?

 

외식을 했다.

비싼 회와 술을 먹었다. 첫맛이 강해서 입 안이 마비되었다.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 밥과 깻잎, 밥을 꼭꼭 씹으면 단맛이 났다. 오래 씹을수록 그 맛은 풍부해졌다. 끝까지 가보는 것은 작은 것이 만드는 풍요로움을 알게 해 주었다. 그건 내게 과하지 않는 삶의 기준을 만들어주었다.

 

그렇다면 난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위해 

과도하게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이란 게 남의 살을 먹고, 풀을 뽑고, 열매를 따고, 땅과 물에 배설하는, 한마디로 타자에게 상처를 내고 살아가는 것인데, 피해를 주는 것이 어쩔 수 없다면 그것을 최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최소화된 삶을 살기로 했다.

나는 이곳에 여행 온 존재로서 최대한 단순하고 깊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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