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도시 헬싱키 구경과 암석교회에서의 이벤트
미술관을 갈 거라는 나의 말에
카밀은 눈썹을 이마 쪽으로 한껏 올리더니
박수를 크게 한번 치고는
방에서 카드 지갑을 가지고 나왔다.
카밀이 빌려준 뮤지엄 패스는
헬싱키에 있는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였다.
역시 예술 대학에 다니는 학생답다.
디자인의 도시 헬싱키는 역시
예술 분포 면적밀도가 굉장히 높았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 내내 앞을 보고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내 옆을 스쳐가는 가구점, 그릇 가게, 심지어 식료품점까지
쇼윈도로 들여다 보이는 풍경은 흡사 작은 미술관이었다.
매걸음 가게로 흘러들어 간다면 미술관에 닿기도 전에 해가 질 게 분명했다.
'오늘은 딱 세 곳만!'
나머지는 내일 본격적으로 구경하기로 하고
HAM아트뮤지엄과 키아즈마 아트뮤지엄으로 향했다.
키아즈마 아트뮤지엄은 전시품의 배치와 동선이 유난히 재밌고 쉬웠다.
창의적인 예술품과 미디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리하게 설계한 의도가 느껴졌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암석교회라고도 불리는 곳이자,
헬싱키에서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웅장하고 압도적인 교회 내부에 입이 벌어졌다.
천장은 구리선이 빽빽하게 감아져 돔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사방의 벽은 온통 암석이었다.
마치 암석 동굴에 교회를 끼워 넣은 것 같았다.
입장료를 받는 교회라는 게 좀 이질적이긴 하지만
그 웅장함과 구석구석 신비로운 풍경은 내게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유리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교회 안을 채우고
앉아있던 성가대가 일어나 찬양을 시작했다.
옆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씀하셨다.
"LA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래~ 여기 관광을 와서 찬송 몇 곡 부르고 가려나 봐!"
오랜 시간 연습한 게 분명한 합창곡이 몇 곡 이어진 후
지휘자님이 피아니스트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내 익숙한 멜로디가 연주됐다.
HAPPY BIRTHDAY
서프라이즈 송이었다!
교회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LA에서 온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다.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