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흐리지만 헬싱키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온전한 아침에 신이 났다.
'오늘은 헬싱키 이곳저곳을 누벼야지!’
카밀은 이미 등교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파스타 해놨으니 챙겨 먹고 나가!"
카밀은 짧은 아침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밖을 나섰다.
계획 없이 도착한 헬싱키 끝자락 부둣가는 생각과는 달리 인적이 드물었다.
빨간 관람차가 사람 없이 돌아가고 슬슬 빗방울이 떨어지니 스산하기까지 했다.
사람이 있을 만한 중앙광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중에는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거센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찌나 거센 비바람이 부는지,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제대로 들 수도 없었다.
가만히 서있어도 몸이 휘청거리고 팔에 걸린 빵 봉지는 격렬히 춤을 췄다.
나는 내 얇고 연약한 우산을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 대신 패딩에 달린 모자를 쓰고 고무줄을 조이며 생각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헬싱키 대성당 앞 계단에서 비바람 치는 원로원 광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빗줄기가 옆으로 내리는 재밌는 광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저 멀리 검은색 흰색 줄무늬가 반복되는 큰 우산을 쓰고 뚜벅뚜벅 계단을 올라오는 신사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우연히 찍힌 헬싱키 신사분의 초연함.
거센 바람에 뒤집힌 우산을 툭 내린 채 5초간 먼산을 바라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