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자취방

블루베리 나무가 가로수라니! 사랑스러운 카밀이 사는 동네와 집

by 밍영잉

카밀의 동네는 참 멋스러웠다.

잘 닦인 새까만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크고 작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중 키큰 단풍나무는 인도 위의 지붕이 되고

그아래엔 귀여운 열매가 맺힌 블루베리 나무가 심겨있었다.


블루베리 나무가 가로수라니.


길을 걷다가도 알이 큰 블루베리를 보면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다.

찰리의 초콜렛 공장에 견학 온 초딩이 된 것 같았다.

(그 친구처럼 블루베리 껌을 몰래 먹진 않았다.)


이 동화같은 동네가 카밀이 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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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높이의 건물이 널찍하게 다양한 각도로 모여 있는 멘션 단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문으로 들어가야하는 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한국 아파트처럼 공동현관 위에 1,2 또는 3,4 같은 큼지막한 호수 표시가 없으니,

나는 그저 멘션이 둘러싼 중앙 공원을 고장난 장난감처럼 빙빙 돌 뿐이었다.


게다가 출입문은 전자식이 아닌 열쇠로 여닫는 문이었다.

나는 카밀이 쥐어준 열쇠를 이문 저문에 쑤셔 넣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 도둑으로 오해받고 신고 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최대한 빠르고 자연스럽게.. (?) 작업을 진행했다.

도무지 돌아가지 않는 열쇠를 애타게 돌려가며 시도하기를 네 번째,

드디어 부드럽게 돌아가는 열쇠.

열린 문이 감격스러워 사진까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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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내리고 몸을 씻을 뒤, 잠시 꿀같은 낮잠을 청했다.


점심때가 되니 수업을 마친 카밀이 집으로 돌아왔다.

부엌에 앉아 티를 마시며 나의 여행과 카밀의 일상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카밀은 선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브라질에서 태어나 예술을 배우기 위해 먼 핀란드로 유학을 왔다.

그녀는 사람과 자연을 사랑했고

스스로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녀의 집도 그런 그녀를 닮아 있었다.

현관 앞 짧은 복도를 지나면 공간은 부드럽게 흩어지며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부엌 겸 거실로 이어졌다.

거실 곳곳엔 그녀의 취향이 담긴 작품들이 놓여 있었고

엔틱 책상 옆에는 종이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책장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집을 구경시켜주던 카밀에게 감탄하며 말했다.


"나도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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