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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심플 Oct 13. 2019

이 구역의 기부천사(부제: 헬스장)

헬스/PT


1월, 봄, 초여름, 월요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헬스장이 붐비는 날이다.

365일은?

헬스장에 가기 싫은 날이다.


이제까지 헬스장에다가 기부한 금액만 모으면 해외여행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도서관이 있어도 독서실을 결제하는 것처럼

운동장이 있지만 헬스장을 끊는 것은

다이어터의 굳은 결심을 실천함과 동시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을 주는 행위라 생각한다.

그 후에도 반을 채운다면 말이다.




올해도 운동을 하고자 하는 시도를 여러 번 했었다.

조금 멀지만 저렴한 헬스장에 세 달 중 3일을 출석하였고, 여성전용 순환운동센터인 커브스에도 거액을 기부 한 끝에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하였다.


바로 가까운 헬스장을 선택하면서도, PT(Personal Training)라는 비싼 옵션을 추가한 것이다.




헬스장에 따라서 옵션은 조금씩 다르다.

 PT를 해도 헬스장을 따로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포함되는 곳도 있다.

수건이나 운동복들 역시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곳들은 사물함을 끊으려면 몇 개월 이상을 등록해야 한다는 곳도 있다.







다양한 것은 업체의 재량이지만, 전화로 조건을 가르쳐주지 않는 곳은 어쩐지 가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나처럼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안 가는 편이다.






피티를 20번을 하면서 느낀 점은,

헬스는 정말 최고의 취미라는 점이다.


헬스장은 정말 어디에나 있다.

요즘은 정말 작은 시골에도 행복센터나 건강증진센터 등 공공기관 안에 헬스장이 있다고 한다.


꼭 피티를 하지 않더라도,

기구 사용법은 기구에도 다 붙어 있기 때문에 보면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유튜브에도 많은 강좌들이 있다.



피티조차도 헬스만큼은 아니지만 시간이 일정 부분 자유롭다.


하지만, 헬스와 PT의 단점은?

즐기기 힘들다.

일단 가기가 싫다.


퇴근을 하며 집으로 가는 순간부터 갈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고민은 헬스장에 도착한 후에도 멈추지 않는다.


러닝머신을 하면서도 가볍게 5.5로 할 것이냐 7로 달릴 것이냐를 고민하고,

지방이 타는 순간이라는 30분을 하고 내려갈지 조금 더 해서 45분을 채울지를 고민해야 한다.

무게도 힘든 무게로 15번을 칠 것이냐 내가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으로 15번을 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헬스장에는 유독 곡소리가 많이 나는데,

다들 그런 고민과 역경의 소리인 것이다.




할 때에도 지루하다.

특히 우리 헬스장의 DJ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발라드를 틀고는 했다.


힙합의 달콤한 리듬이 끝난 후에는

꼭 임창정 노래를 틀었기 때문에

있던 열정도 식어버리기 일쑤였다.


신나는 노래를 들어도 신나지 않는 공간인데

슬픈 노래가 울려 퍼지면 들던 무게도 못 들고 지루한 유산소를 더욱 지루하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끝나고 나서의 근육통은 또 어떠한가.

특히 나는 피티를 할 때보다 혼자 했을 때의 근육통이 더 심했다.


하지만 할 때의 고통은 피티를 할 때가 훨씬 심하다.

보통의 선생님들은 내가 '적당히'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루는 무게 어떠냐는 질문에 "적당해요"라고 답하자, 선생님은 "적당하면 안 돼요"하고 그의 속마음을 말하더니, 무게를 올렸다.


그러고는 내가 부들부들 떨며 마지막 횟수를 마치자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에게는 고객들이 속으로 욕이 나올 때가 적당한 무게인 듯했다.


선생님들 중에는 제대로 된 자세로 하지 않으면 숫자를 세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같은 인간으로서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업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처럼 쑥스러움이 많은 사람들은

이를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또 받아주기에도 애매해서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잘못된 자세로 하다가 부상의 위험을 겪기도 하고, 혹은 아깝지만 러닝머신만 타다가 오는 경우도 있다.





피티의 경우엔 가격적인 부분이 제일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길게 끊으면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할인받은 금액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사실 더 길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2~30회 동안 메모를 잘해두고 복습을 하고 잦은 질문으로 뽕을 뽑도록 하자.




트레이너에 대한 걱정도 있다.

요즘에는 정말 많은 트레이너들이 있다.


특히 바디 프로필이나 보디빌딩 대회들이 대중화되면서 대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많이 참가하는 편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인력들의 숫자만큼 수준이 아쉬운 트레이너들도 많이 양성되는 편이다.

특히 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잘 키웠다고 남을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도 가르치는 방법들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고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너무 많이 끊지 말고,

또 3회 정도를 하다 보면 감이 오는 편이니 망설이지 말고 교환을 요구하자.

(하지만 사실 소심이로서 나도 바꾸지 못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헬스장 인력들은 프리랜서 개념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헬스장의 근무 조건들이 열악한 것인지

조금 적응됐다 하면 트레이너가 퇴사하는 바람에

다른 선생님으로 강제적으로 바뀌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헬스장 관계자들 외에도

또 하나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면 바로

같이 공간을 공유하는 헬스인들이다.


헬스장은 주로 1월, 매월 초, 월요일에 사람들이 제일 붐빈다.


이런 시기를 겪고 난 뒤

한가한 시즌(금요일이나 연말)에도

마주치게 되면 묘한 동질감이 생긴다.


특히 어느 정도 헬스장에 다니게 되면,

직장인들의 경우 비슷한 시간대에 오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익히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헬스장에는 빌런(악당)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정말 각양각색의 빌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에게는 프리웨이트 존에 있는 빌런들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는 언제나 호크아이처럼 매섭게 사람들을 지켜보고는 했는데, 본인이 할 때에는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하곤 했다.

그 외에도 끊임없이 힐끔거리는 빌런, 한 마디씩 훈수 두며 지적하는 빌런, 사이클에서 티브이를 보며 가만히 앉아있는 빌런 등이 있었다.


꼭 헬스장 내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샤워장에서도 발견되니 항상 주의를 기울이자.



만약 자신의 헬스장에 빌런이 없다면?

그땐 자기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도록 하자.

그래도 없다면 굉장히 행운이다.

저렴하게 1년권을 구입해도 좋을 것이다.




가격: 월 3만원 이하~50만원
난이도: ★★★
접근성: ★★★★♡

(브런치폰트가 빈 별 지원을 안하나보다ㅠㅠ)
지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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