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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심플 Oct 24. 2019

골목빵집 사장님이 되기 위한 나의 노력들

베이킹




나는 빵순이다.


담백한 빵부터 달달한 빵, 짭짤한 빵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빵순이이고,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빵집에 꼭 들리는 빵지순례를 즐긴다.


백종원에 빙의해서

이런저런 가게들의 맛을 보면서,

나도 베이킹을 배워 나중에 퇴사하게 된다면

언젠가 빵집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침 골목식당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백종원 선생님의 가르침들을 접목하여 내 집을 구상해보았다.



골목식당 애청자가 생각하는 핵심


1. 단일 메뉴 등으로 메뉴를 줄일 것

2. 자신 있는 메뉴로 할 것

3. 상권 등의 분석을 철저히 할 것

4.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 것

5. 손님들의 반응을 살필 것



이 5가지가 주된 가르침이라고 나는 받아들였고,

일단은 주력 메뉴가 찾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나는

내 골목빵집의 대표 메뉴를 찾 겸

취미도 찾을 겸

빵 만들기에 돌입했다.



메뉴 찾기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서

나의 베이킹 역사를 한번 짚어보자.



모든 종류의 빵까지친다면

어릴 적 계란 두 알을 넣고 섞은 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만든 컵케익이 내 인생의 첫 빵이겠지만, 그걸 제외하고 혼자서 처음 제대로 만든 빵은 머핀이었다.



머핀

당시 나는 매일 아침 알바에 가는 길에

머핀과 커피를 곁들여 먹으면서도

늘어가는 허리둘레의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줄어가는 잔고에 대해서만 집중했었다.


머핀은 빵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빵에 속했지만,

그 적은 금액도 줄여보고자 머핀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대충'하는 사람의 빵이 얼마나 끔찍한 맛이 나오는지 말이다.


버터가 없어서 대충 식용유를 넣고,

대충 눈대중 계량을 하고

대충 섞어서 만든 블루베리 머핀은,

맛도 맛이지만 식은 뒤 너무 딱딱해져 버려서 그대로 버리고 말았다.




고구마빵/프로틴빵

그 후에 도전한 것은

빵순이 다이어터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한다는

고구마빵과 프로틴 빵이었다.


고구마나 프로틴 셰이크 가루를 머랭과 섞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되는 빵이다.


그러나 도깨비방망이 없이

거품기를 손으로 휘저어야 했고,

처음 만드는 나는

대체 어느 정도로 머랭을 쳐야

뿔 모양이 생기는 건지,

만들어진 이 거품이 뿔인 건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래서 또 대충 머랭을 만들었

결과는 빵보다는 부침개 정도의 식감이었다.





그 뒤로 시판되는 브라우니 키트를 이용한

베이킹 치트키를 쓴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 나는, 제과 쪽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밥솥을 이용한 치즈케이크,

시판 오레오와 크림치즈를 이용한 티라미스,

딸기 생크림 케이크 등을 만들어보니

자급자족하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모양이나 맛이 특출 나지는 않았다.



마카롱


그러다 한참 마카롱이 떠올랐을 때,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었지만

오븐이 없는 우리 집에서는 힘들었다.


나는 쿠키를 프라이팬으로 만들다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괜히 도전하지 않고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보았.


처음엔 하루에 10만원 넘는 곳들만 나와 좌절했지만

이리저리 찾아본 결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25000원으로 배울 수 있었다.


문화센터의 원데이 베이킹 수업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문화센터 수업은

1) 실습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고,

2) 사람이 너무 많다.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다고 하면

까치발을 겨우 들어서 봐야 볼 수 있을 만큼

바글바글하다


그런 인파를 제쳐가며 겨우겨우 과정을 보고,

자리에 돌아와 낯선 분들과 조를 이루어서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에  마카롱이 만들기 어렵다고 하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예쁘게 만들기가 정말 힘들었다.







부서지거나 프릴이 없거나,

크기 다른 꼬끄(마카롱 겉 부분)들이

완성되어 버렸지만

그나마 선생님이 필링(마카롱의 크림 부분)을 만들어주었기 때문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생색낼 수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진짜 골목빵집을 시작하라는 신의 계시인지

집 주변에 깔끔한 요리학원이 생겼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회당 7만원 수준)

6명 정원이고 다른 개인수업에 비하면

저렴했기에 당장이라도 10회를 등록하려 했지만

본격적인 시작 전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컵케이크


체험수업은 몽블랑 컵케이크였다.

앙금 떡케이크(주 1)를 만든 적도 있고,

컵케이크의 베이스인 머핀빵을 만든 적도 있기에

(비록 버렸지만)

나는 자신감 있게 수업에 임했다.


(주 1) 앙금 떡케이크도 문화센터에서 만들어서

앙금 꽃만 만들다 끝났다




그러나 준비물이 하나씩 비치된 문화센터나,

내가 대충 하던 베이킹과는 전혀 달랐다.


밀가루와 설탕을 직접 포대에서 퍼가며 준비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밀가루와 설탕을 한 바구니에 담는 바람에

크게 혼이 났다.

취미라기엔 너무나 전문적인 파티쉐의 수업이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몇몇 고비가 있었다.

핸드 믹서기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갑자기 반죽이 튄다거나,

빵이 너무 크게 부푸는 바람에 오븐에서 꺼낸 빵을 틀에서 꺼내다가 뚜껑 부분이 떨어지고,

올리는 아이싱의 모양이 엉망진창이 되는 등등.



'마법의 가루'라 불리는 슈가파우더를 뿌리니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였지만,

완성된 케이크는 너무 느끼하고 달았다.

빵순이인 나조차도 아메리카노를 곁들여야

한 개를 겨우 먹을 수 있었으니까.



12개중에 Top 4이다




여러 번의 베이킹 경험이 있긴 했지만,

체험 수업을 해본 결과 확신이 들었다.


이대로는 빵집 빌런으로 박제될 수준이다!


그래서 당분간 골목 빵집에 대한 꿈은 접고

집에서 만드는 팬케이크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지만,

언젠가 내 집 마련을 하게 된다면

오븐을 사서 재도전해볼 것이다.




<베이킹>

-가격: 천차만별이나,

25,000원~130,000원

(원데이 클래스 기준)

홈베이킹의 경우

오븐 유무, 만드는 종류에 따라 다름
-난이도: ★★★
-접근성: ★★★
-지속성: ★★

한 번에 많이 만들어져서 자급자족하거나

주변에 나눠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주면 질려했고, 살찌는 것도 감안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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