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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심플 Oct 07. 2019

명화그리기와 인생의 공통점

명화그리기(컬러링)


한창 힐링이 유행하던 시절,

잡념 제거와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컬러링북이 많이 나왔다.


나 역시도 유행에 힘입어 컬러링북과

색연필을 무려 48색으로 구입했었다.


하지만 결국 책은 2장 정도만 칠했고,

이럴 거면 인쇄해서 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컬러링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색연필, 유화가 제일 대표적이고,

요즘에는 앱으로 하는 컬러링도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유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유화 컬러링은

흔히 '명화그리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명화그리기는 기존의 컬러링과는 조금 다른 게,

유화 캔버스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숫자가 적혀있다.


또한 물감에도 숫자가 적혀있는데,

숫자가 맞는 것을 색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율성 부분에서는 아쉽지만

오히려 어떤 색을 골라야 할지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완성했을 때의 그 완성도가

색연필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이미 색연필로 하는 컬러링에서 질려버린 나는

명화그리기 역시 금세 질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앞서 말한 장점 때문인지 색칠의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명화그리기는 한번 구입하게 되

그림과 2~3주 정도는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내가 진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택해야 한다.


난이도가 높은 것은 조금 더 복잡하기는 하지만,

오래 걸릴 뿐 완성이 힘든 것은 아니다.





명화그리기 세트를 구입하게 되면 브랜드마다 구성이 약간씩 다르지만

크게는 캔버스와 물감, 붓이 함께 온다.


처음 그릴 때에는 목 건강을 생각해서

이젤도 구입하였는데,

그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붓이었다.


왜냐하면 붓은 대부분 싸구려이므로

며칠 쓰면 털이 빠지기 때문에,

멋지게 색칠을 해도 꼭 그 삐져나온 한가닥이

물감을 묻힌 채로 다른 곳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완성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취미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몰입하였냐이다.


몰입은 내가 명화그리기를

좋아하는 이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몰입이란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생각까지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적인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이 취미를 할 때에는 노래를 트는 것을 추천한다. 유튜브에서 게임할 때 듣는 벅찬 노래도 좋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도 좋다.


나는 특히 1곡을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색깔을 하나씩 칠했는데,

나중에 그 음악을 들으면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행복감을 주었다.




이렇게 무념무상으로 번호를 따라 색을 채우면서,

인생도 명화그리기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순서대로 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인생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순서대로 가는 것이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꼭 효과적이라는 법은 없다.


내 인생의 순서는 내가 정하는 것이고,

지금 몇 번의 색깔을 칠할 지도 내가 정하는 것이다




2) 너무 디테일에 집착하지 말자.

어차피 멀리서 보면 다 완성작이다.


처음에 그렸을 때에는

세세한 부분에 집착했었다.


어떤 색을 칠하다 보면 다른 색의 번호를 지워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몇 번인지 한참 찾아서

꼭 그 번호의 색깔로만 칠하려 했다.


또 혹시 선이 튀어나가지는 않을까

굉장히 조심하며 칠했다.

 


그런 미켈란젤로 같은 장인정신이

어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게 더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첫 번째 작품을 완성해보니

디테일한 부분은 멀리서 잘 보이지도,

사진에 티나지도 않았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어떤 하나의 디테일보다

전체적인 흐름과 캔버스 전체의 완성작이다.


빈 부분이 있어도,

색칠을 잘 못하게 되더라도,

내 인생이라는 캔버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3) 색은 잘못 써도 덧칠이 가능하다.

흔적은 남지만,

그 흔적까지 내 그림의 특별한 점이다.

인생에서 실수를 했을 때,

우리는 다시는 만회하지 못할까 걱정하지만

얼마든지 바로 잡을 수 있다.


나도 가고 싶은 대학과 회사에서 떨어졌을 때,

결국 그게 내게는 더 큰 행운으로 작용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그림과 인생을 책임지는 태도가 아닐까.





4) 조금씩 부분적으로 칠하다 보면

과정이 더디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윤곽이 드러난다.


명화 그리기는 1,2번을 칠할 때에도,

어떤 건 5번을 칠할 때까지도

듬성듬성 칠하는 경우가 있다.


팍팍 색칠하면서 그림 그리는 티를 좀 내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고 느껴질 때에는,

멀리서 그림을 바라보자.

조금씩 예쁜 그림들이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걸고 있는 이 길도 더디게 느껴지지만,

뒤돌아보면 내가 이룬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 이대로 멈추지 않는 이상,

앞으로 계속 나아가니까.




5) 더 멋진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손이나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인생은 모르겠지만 명화그리기를 위한 팁이라면,

팔토시 같은 보호구를 사던가,

그게 귀찮다면,

중간중간 말려주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수채화와 달리 마르는 시간이 조금 걸리니,

다시 1번의 팁을 보며 꼭 순서대로 칠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명화그리기>

가격: 월 1만원대
난이도: ★☆
접근성: ★★★★★
지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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