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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심플 Oct 20. 2019

못다 한 취미들

핫요가와 스피닝




1. 핫요가


접수를 끝내고 안내를 따라 강의실의 문을 여는 순간, 사우나의 후끈거림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 곳은 핫요가와 플라잉 요가를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장에는 이런저런 색깔의 천들이 매달려 있었다.


 쭈뼛거리고 있는 나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능숙하게 요가매트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미 앞 시간에도 참가했던 사람은 지친 상태로 요가매트 위에서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그녀는 핫요가를 '취미'로 선택한 사람일 것이다. 나도 핫요가가 나의 취미가 되기를 기대하며 요가매트를 하나를 챙겨서 내 자리 앞에 펼쳤다.



헬스장 GX프로그램을 다녀본 나는, 이러한 공간의 섭리를 알고 있다. 다들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잘하는 사람은 앞에, 처음인 사람은 뒤로 빠져서 수업을 들었다.


 이것은 나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 머쓱함에 뒷자리에 서게 될 것이고, 훗날 능숙하게 되어 자신감을 갖게 되면 제일 앞자리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나는 함께 간 친구 J와 함께 제일 구석자리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수업은 주로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땀을 비 오듯 쏟아내는 것이 이 핫요가의 매력이겠거니 싶었지만, 모공이 걱정되어 집에 돌아가는 길에 검색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뜨겁다면 건조한 것이 정상일 텐데 이토록 습기 찬 이유는 사람들의 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다다르니 환기는 어떻게 시키는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수업 중간중간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말이다.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들켰는지 선생님이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나의 낑낑거림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굉장히 능숙해 보였다. 함께 간 친구 J도 나와 같은 첫날임에도 유연하게 곧잘 따라 하였다.




 매트 위에서 맨손으로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짐볼을 이용한 수업도 계속되었다. 시간표에는 매일 어떤 소도구를 쓰는지 적혀있었는데, 어떤 소도구를 쓰는지가 수업에 참석하고, 하지 않는 이유가 되는 것인지, 그걸 알기 위해서는 좀 더 나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다랐다.



수업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나의 흥미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에게 핫요가의 매력은, 수업이 끝나고 들어간 정원 20명 중 5명만이 들어갈 수 있는 샤워장의 크기만큼, 딱 그 정도의 크기였다.


나와 달리 친구는 마음에 들었는지 그 후에도 플라잉 요가 수업을 듣고 후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난 그 후로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고, 몇 번의 회원권 정지와 해제 후 그렇게 10만 원을 기부하였다.


 그렇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괜찮다, 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내가 조금 더 일찍 환불해달라고 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 스피닝


다이어트계에서 한창 스피닝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1시간에 800칼로리가 탄다는 말이 과장임을 알지만, 나도 혹하여 수업을 들었다.

무엇보다 스피닝 수업은 대부분 깜깜한 곳에서 사이키 조명을 틀어놓고 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스피닝을 시작하려 한다고 하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반대했다.


스피닝을 하다 횡문근융해증이 온 이야기, 나의 이제까지의 운동에의 기부금 전적 등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장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이번에는 열심히 해서 기부하지 않고 꾸준히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내 말의 모순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스피닝 수업 첫날, 나는 자전거 페달의 위치와 안장의 위치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 지를 배우고 수업에 들어갔다.


흥겨운 노래가 가득 채운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페달을 빠르게 밟으면서도, 익숙해지면 하라고 했던 팔 동작까지도 첫날부터 따라 할 수 있었다.



 첫 수업에 우쭐해진 나는 유튜브로 스피닝 수업들을 검색하며 자신감에 차있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에게 수업 후기를 들려주며 '너무 재밌다'며 추천까지 했다.


그렇게 유력한 취미 후보였던 스피닝이 탈락한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나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몸 상태를 감지했다. 밤새 누군가 나를 두드려 팬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이 아팠다. 계단을 내려갈 때 줄이라도 끊긴 인형처럼 걸었고,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행히 신장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나는 일주일 뒤에나 2번째 수업에 참가할 수 있었고, 결국 그것이 마지막 수업이 되고야 말았다.




주변 사람들의 회의적인 말을 듣지 않고 뚝심 있게 나아가는 것은 종종 성공한 사람들의 일화에서 나온다.

 하지만 나를 정말로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한 번쯤 귀담아듣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렇지만 항상 그렇듯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더 큰 법이니 귀담아듣되 하고 싶은 것은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아직도 종종 '그때 그 스피닝'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만약 그때 스피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10만 원은 아꼈겠지만 궁금증은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이 돈은 순환하며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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