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현 Aug 22. 2022

가벼운 시작

진리 중의 진리

나는 시작하기로 한다.

가장 힘들었던 날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으로의 여정을...


미국엔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2년제 대학, 흔히 전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이다. 토플(TOEFL IBT) 60점 맞으면 된다고 했다. 15년 만에(수능 이후니까) 해보는 영어라지만, 난 자신 있었다. 120점 만점에 내가 1/2를 못 맞을까 하는 마음이 컸으니까. 그래서 토플 공부를 시작했다. 가볍게. 그리고 그땐 몰랐다. 나의 앞날을... 



토플 교재 뭘로 하지?

시험을 위한 영어책을 펼쳐 든 그날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커스 토플:실전 편 파랑이(리딩), 빨강이(리딩), 초록이(단어장), 주황이(스피킹), 과 마지막 보라돌이(라이팅) 교재가 집에 있었다. 신랑이 유학 준비로 구매했던 책이었다. 앗싸 돈 굳었다. 


토플 하면 해커스 교재가 가장 유명하다. 특히, 저 위의 5권은 궁극의 베스트셀러다. 그런데, 실은 공부를 오랜만에 하는 사람이라면 꽤 어려운 난이도다. 내 수준은, 수능(2000-2002) 기준으로 70점대/80점 만점에 정도였고, 토익 공부 총 20 시간 해서 660점도 나오는 수준이었다. 아예 영어 젬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썩 잘하는 수준도 아니다. 미국인들 보면 간단히 인사만 가능했던 부끄러운 수준에다가, 공부를 놓은 지 15년이나 되었고, 출산 후 환상의 건망증 드립을 치던 아이 엄마이니, 예전 영어보다 훨씬 낮은 단계였다. 


미국에 거주하다(그때) 보니, 토플 교재를 아마존에서 구매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던 교재는 토플 기출문제집이다. 7회 정도의 기출문제들을 접하면서 유형을 파악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큰 도움이 됐으며, 기출 유형 간파는 어느 시험이든지 가장 중요하다.


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책상에는 팔꿈치를 의자에는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그 자체였다. 답답하고, 지루했다. 토플 단어가 일상용어보다 생물, 지구과학, 동물학과 역사 등의 전문 분야다 보니 더욱 난해했다. 1 문장이 5줄인 것도 있어, 설령 단어 뜻을 안다 해도 해석하다가 앞 내용을 잊어버렸다. 겨우 해석이 되어도 문제를 풀 때는 긴 지문에서 어느 부분을 봐야 할지 전혀 감도 안 왔다. 까막눈이 된 기분이었다. 뒤늦게 한글을 공부하시는 할머님들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진심으로 존경하는 바이다. 


내성적이지만? 활동적인 스타일이라, 정말 정적인 자세로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1시간 앉아 있는 게 겨우 적응이 되니까, 이제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문제였다. 아이를 데이케어(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그 근처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그래도 고작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집중이 가능했다. 4가지 영역(리딩, 리스닝, 스피킹과 라이팅)에 골고루 공부할 시간도 없었다. 첫 몇 달은 리딩만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한 지문을 완벽히 공부하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그러다 목표가 바뀌었다.

솔직히, 그렇게 공부를 한다고 폼만 잡은 채 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중간에 나의 목표가 바뀌었다. 이를 계기로 가벼운 시작이 무거운 전진이 돼버렸다. 그곳에서 친하게 된 한 친구가 "언니, 뭐하러 블린(내가 살던 곳의 커뮤니티 칼리지의 명칭) 가려고 해요. 그냥 공부 조금 더해서 Texas A&M(신랑이 박사학위를 위해 다니던 학교) 가버려요. 언니, 이미 학사 있는데, 뭐하러 또 블린을 가용." 하는 말에 넘어가고 말았다.


무엇보다 그 친구가 "공부 쫌만 더하면..." 하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그 당시 석사와 박사 입학 자격에 토플과 GRE 둘 다 같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학이 대부분(중상위권)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공부가 수학교육이었다. Texas A&M의 수학교육과 전공은 GRE가 없어도 된다는 고급 정보 또한 꽤나 솔깃했다. 게다가 학위보다는, 원래 가려던 블린의 교육학과가 아닌 그냥 수학과(그곳은 교육학과가 없다)보다 Texas A&M 수학교육과를 다니는 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 같았다.


그래서 난 신랑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석사과정을 목표로 토플 60점이 아닌, 80점(입학 자격 조건)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실은 주변에 토플 몇 달만 공부를 하고 80점에서 90점 받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명문대는 100점까지도 요구한다. 그러나 막상 시험 공포증과 정말 오랜만에 영어 시험공부를 시작하는 내게는 80점도 너무도 큰 도전이었다. 



이전 02화  후진 날 밤 다짐이 날 일으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